'사회적 온기를 공유하다'
만일 당신이 다음에 남편이나 아내가 소원하게 느껴지고 또 어쩐지 뜨거운 차나 수프가 당긴다면, 이때 당신의 허기는 실제로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체온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단 한 번의 따뜻한 포옹만으로도 허기가 조금은 해소될 것이다.
-<따뜻한 인간의 탄생> p28-
책표지 한가운데 쿠키는 무슨 의미일까? 쿠키의 달콤함은 화로에서 탄생했을 게 분명하다는 전제를 두 자면, 따뜻한 인간은 어디에서 무엇으로 인해 탄생했을까 의문을 가져도 될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서 '인간이란 모름지기 피의 무게와 생명의 거친 맛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속에 가려진 인간의 추악함이 있다. 그는 자신을 재물로 삼아 인간의 분노를 일으킨다. 여전히 세상은 아직은 살만한 곳이고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지만 결코 인생이 달콤하지만은 않기에 지금 따뜻한 인간의 탄생이 독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기나긴 빙하기를 지나 인간에게도 따뜻한 불과 옷과 집이라는 것이 진화하여 인간을 더욱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진화를 시켰다는 사실 명제는 인정한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따뜻함이 생존을 위해서만 찾았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서적 만족, 사회적 성취를 위한 심리적, 사회적 조건의 하나라는 것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인간성의 본질을 체온 조절이라는 하나의 진화적 적응 형질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공식적인 이론이라 할 수 없는 이론을 밝히고 있지만 일반적인 원리들을 사실로서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의 교차점으로 보이는 것을 논하고 있다. (저자 한스 이저맨은 사회심리학자로 프랑스 그르노블알프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다. 체내 온도조절장치라고 불리는 체온 조절 과정이 인간관계의 기본을 이룬다는 사회적 체온 조절 분야 최고 권위자다. )
'따뜻하다-차갑다'라는 언어적 인지가 사회적 인지의 토대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런 본질적인 특성이 단지 언어적이고 감성적인 비유의 산물이 아님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1946년 어떤 사람을 묘사할 때 '따뜻하다'나 '차갑다'라는 단어를 추가하면 이 사람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뜻한 인간의 탄생> p22
옥시토신이나 세로토닌과 같은 생리적 호르몬 체계가 체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 인간은 사회적 온기가 물리적 온기에 의존하도록 진화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따뜻한 인간의 탄생> p33-
단지 느껴지는 단어로 아니면 쥐고 있는 따뜻함이나 차가움 때문에 감정이나 선택이 달라진다? 우리는 유아기에 어머니 품의 그 안온함이 평생의 그 사람의 성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래서 되도록 젓 먹이 아이를 떼어놓지 않으려 한다는 게 단지 어머니가 갖는 죄책감이 아니라 그래야만 한다고 하는 관습적 지혜로 알고 있다. 유아기 학습 과정에서 강화된 심리적, 물리적, 정서적 연결성은 그 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평생 이어진다.
공간의 경우, 따뜻한 조건에서 사람들이 낯선 사람을 친근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반면 추운 조건에서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 신경을 더 많이 쓰고 낯선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적게 쓴다고 한다. 온도는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며, 사회는 언어를 공유하고 그 안에서 규정짓고 있다. 책에서는 르네상스 후기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 개념과 인공지능 혁명의 창시자 앨런 튜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황제펭귄의 허들링(펭귄 무리가 체온을 유지하려고 한 덩어리로 뭉쳐 있는 행동) 및 동물들(어미 쥐)의 체온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펭귄은 허들링은 필사적인 수단이라기 보다 대규모로 펼쳐지는 어떤 작전에 가까우며, 펭귄 개체와 펭귄 집단의 미래의 자기 체온을 예측하려 든다. 펭귄과 인간의 조건이 다르다고 할 테지만, 인간은 따뜻한 아프리카 사바다에서 진화해서 다를까? 사바나의 밤은 어린아이가 털 모자를 써 체온을 보존해야 할 만큼 춥다. 저자는 이와 같이 펭귄과 인간의 비교 주장의 오류를 낮추고자 하고 있다.
'시상하부가 모든 책임을 맡아 신체 조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체온 조절 인풋은 인지 예측 작업이 수행될 때 근거 자료로 이용된다. 체온조절을 추동하는 힘이 사회적 자본을 토대로 한 예측 행동을 촉진하는 경우, 체화된 인지는 적응 행동 게획을 일러준다' 이 말의 뜻의 예로 펭귄은 온기를 얻기 위해 다른 펭귄을 찾을 때이고, 인간은 친구나 연인의 온기를 찾는다. 인간의 경우는 체온 조절의 절박함은 '따뜻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열망, 혼자 쓸쓸하게 버림받는 상황을 회피하겠다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자살이라는 펭귄의 자기 파괴적 수단은 사회성 자체를 포기하는 극단적인 행위다. 생명을 나누는 온기의 원천인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행위가 바로 자살이다. 펭귄의 허들링은 사회적 행동이다. 이것은 행동의 경제를 매우 극적으로 입증하는 사회적 체온 조절 행동이다. (허들링은 생명 보존을 위해 에너지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사회'를 활용하는 것)
-<따뜻한 인간의 탄생> p126-
인간은 환경 변화 대응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반응한다. 개인과 사회의 일기예보 예측에 관해서인지 역량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어떤 온도 변화에도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거기에 사회적 체온 조절이야말로 애착과 공동 조절 사이 연관성을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모두 아우르는 맥락 속에서 설명해 줄 열쇠라고 믿고 있다.
인간은 지능이 높아지면서 추위와 더위를 보다 잘 관리하는 데 필요한 신지 대사량을 늘려나가는 능력도 향상되었고, 그에 따라 많은 양의 활동이 필요해 다른 종 보다 더 활동적인 종으로 진화했다. 다시 많은 활동량은 더 크고 강력한 뇌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촉진했다.
펭귄은 물리적 온도나 사회적 온도를 돈으로 살 수 없지만 자기의 신진대사 자원을 사회적 자본에 투자하기로 선택할 순 있다. 그것이 바로 펭귄 집단이 서로 신체를 가깝게 밀착시키는 행동인 허들링이다.
-<따뜻한 인간의 탄생> p301-
펭귄의 허들링이 펭귄의 문화라면 인간에게서도 커피의 물리적 온도 이상으로 아늑한 카페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그 느낌, 분위기, 어떤 이유로든지 애착하는 것이 인간의 문화라고 볼 수 있겠다. 성인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곳에서 살아갈 수 있게 적응한 것은 인간이 애착을 지속적으로 형성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개인 대 개인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분산할 수 있는 사회원 각자가 가진 부담을 다른 사람들에게 분산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애착을 형성하고 이에 체온조절의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게 되었다. 사회적 연결성을 예측하고, 조직하는 능력은 주변 온도를 예측하고 그 온도를 조절하는 수단을 조직하는 능력과 일치했다. 문화는 우리 뇌가 온도를 예측함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집을 의인화하듯이 많은 제품이나 물건도 체온 조절 도구로 의인화하고 애착한다. 이것은 교감과 행위 개념과 관련 있다. 진화와 문화를 형성하는 추동력들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있는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다. 진화적이고 사회적인 체온 조절과 관련된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강점이다. 그리고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인간의 언어이다. 형용사보다 동사를 더 많이 구사하는 이유 그것은 행동하여 흔적을 내기 위한 행위로 그 자체가 사회적이다. 항온성을 가지면서 내온동물인 종들에서 사회적 체온 조절의 필요성은 보편적인 동시에 모든 유기체가 타고나는 진화적 결과라는 사실에 도달한다.
체온조절과 건강 그리고 정서적인 삶의 연관성은 매우 기본적인 여러 생리적 메커니즘에서 관찰할 수 있다. 시상하부의 일부 영역은 체온을 관리하는 최종 조절 장치의 기능을 한다. 현실에서 우울증에는 체온 조절 여부 보다 훨씬 더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다. 사회적 체온 조절의 중심 주제는 체온이 항상성 범위 안에서 유지되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효과를 경험했을 때, 이 경험은 어떻게 하면 항상성 온동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관한 해법을 찾는 데 유용한 정보를 알려 준다는 것이다.
우울증 경험은 적어도 이것보다 한층 더 복작하지만 최소한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며 체온을 성공적으로 조절하는 데는 강력한 사회관계망과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 그리고 키, 몸무게, 성별 등과 같은 다른 변수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건강에 필수 요건인 체온 조절은 우리 삶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느긋한 문화권의 수수한 행복은 재산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온화한 기후와 관련이 있으며, 불행한 생존 문화는 혹독한 기후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자면 우리도 역시?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불행한 생존 문화에서 가난을 부유함으로 바꿀 때, 혹독한 기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문화적 행복과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불행을 연속으로 겪고, 뚜렷한 사계절에서 항상 다음을 대비해 오며 살아왔다.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지금에 와서 찬란한 민족문화라고만 하기만은 싫은 건 국뽕이 차올라서일까. 오징어 게임과 BTS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온도, 즉 기온은 우리에게 의식적인 관심과 노력을 요구하는 환경의 한 측면이다. 기술은 높은 수준의 사회관계망 다양성과 사회적 협력을 요구한다. 엉성하게 조직된 사회나 결정적으로 중요한 자원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은 온도가 엄청난 불행과 질병 그리고 죽음을 몰고 올 수 있는 반면 선진사회는 전략적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로 혹독한 기후가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상업을 증진하고 부를 축척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개인과 공동체와 국가 그리고 지구 차원에서 온도나 체온 조절과 관련된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의 행복과 건강과 수명에 필수적이며, 우리의 사회적 체온 조절을 상세한 부분까지 이해하고 체온 항상성을 위협하는 새로운 과제들을 극복하는 사회적 수단이나 장치로 개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람만큼 지구상에 널리 분포하여 살고 있는 동물 종은 없으며, 인간이 어떤 동물 종보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우리 인간의 적응 능력을 조금이나마 높이길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만 적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마트폰은 정말 유용하지만 적응해야 하는 한순간이 싫다고 할까 금세 적응하긴 하지만 앞으로 더 기술발전이 되면 못 따라가면 어떡하지라는 내 불안을 의식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다 그 말이 그 말 같은 기분이어서 리뷰를 남기면서 조금이나마 이런 이야기였나 정리하게 되었다. 심리에 관한 책을 앞으로 조금씩 읽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