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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Dec 15. 2022

가볍고 하찮은 마흔둘, 제주 자유여행기 3

(UNESCO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만장굴

제주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여행 3일 차 제주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면 하이라이트 거문오름과 만장굴이다. 만장굴은 거들뿐 사실 거문오름에 가장 무게를 싣고 있었다. 기대가 컸고 놓치지 않길 바랐다. 우선 몇 주전에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온라인 예약 신청을 해둔 상태였고 당일 예약시간 전에 도착해서 매표 접수 후 출입증을 받고 대기하면 된다. 간단한 절차라면 간단한 절차인데 제주여행기간 날씨와 그날 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일, 예약 시간대 함께 동행하는 일행들과 무리 없이 탐방이 가능한지 하는 것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비가 온다면 취소하면 되었고,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하면 다른 대안으로 마련한 비자림 쪽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제주에 올 때부터 생각했지만 나는 무조건 거문오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왜냐면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즐기면서 걸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보존한다는 이유로 하루 450명으로 입산을 제한하고 있다. 탐방 출발시간 09:00~13:00, 30분 간격으로 50명씩 9타임으로 나누어 해설사와 함께 거문오름에 오른다.


자유여행을 계획했을 때 날씨가 큰 관건이었고 추위만 아니라면 렌터카는 타지 않기로 했다. 그날 오전에 가장 큰 미스테이크는 제주 일반 간선 211번 타는 곳을 못 찾을 때였는데 제주도의 종합민원전화 064-120 연락해서 위치 안내를 자세히 받을 수 있었다. 정류장이 2군데로 나눠져 있었는데 바로 제주 터미널 정류장 뒤편에 따로 30~40분마다 도착하는 간선버스들이 도열에 있었다. 일찍 출발한 덕분에 한 타임 시간을 놓치고 말았지만 예약시간 내 도착할 수 있었다.


오전 10시에 모인 인원이 50명이 다 채워진 것 같지는 않았다. 30명 내외 정도였다. 연령대는 40~60십대 정도였다. 20~30십대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후기를 보면 자녀들과 함께 오는 경우도 많았다. 학습에도 좋고, 역시나 계절이 봄, 여름, 가을 언제든 너무나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계절에 오르는 거문오름도 무척 기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이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조용했고, 적은 인원수에 만족했다.



거문오름 정상
1코스 끝난 지점




거문오름은 용암동굴계의 어머니


거문오름은 용암동굴계의 어머니라는 말을 들었다. 만장굴에서도 도슨트에게 다시 거문오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알아들 수 있었다. 어쨌든 머릿속에 남는 듯해서 좋았다. 거문오름은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되었다. 거문오름의 북동쪽 산사면이 터진 말굽형 분석구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1, 2, 3코스로 나누어져 탐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1, 2코스(2시간)는 해설사와 함께하고, 마지막 3코스(1시간 반)의 자유 산행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능선을 따라 돌고 오는 3코스까지 완주하기로 했다. 






겨울에도 울창한

자연 온실


1코스까지는 전망대를 향하는 오르막 계단이 연이어 있어서 조금 힘이 들어간다. 1코스에서 일부 단체객들은 마치고 돌아갔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라고도 했고, 일행과 뒤떨어진 탓에 기다려야 했던걸 보면 반은 포기가 아닐까 싶었다. 단체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나도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어갔다. 2코스로 진입하면서 다양한 군락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독특한 식생을 이루는 용암함몰구, 바위에 나무가 자란다 해서 곶자왈, 지층의 변화로 생긴 구멍에서 정신을 맑게 하는 바람이 분다 해서 풍혈 등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겨울에도 울창한 숲을 유지하고 있고,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은 듯 자연 온실이란 생각이 들었다. 구름 낀 날 조용한 산행에서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밀림 속 한가운데 놓인 듯도 했다. 센 바람 없이 이렇게 좋은 날 여기 올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다. 땀이 나고 식었지만 오늘도 역시 싫지 않은 땀방울이었다. 거기에서 인상 깊은 떼나무. 떼나무 같이 살짝 그을린 피부라는 해설사님, 제주의 살아있는 역사에 대해 인간사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들이 거문오름에 만들어 놓은 갱도 진지가 여러 곳에 있었다. 그리고 분화구 내부에 남아있는 숯가마터가 있는데 제주민의 애환이 섞인 삶을 엿볼 수도 있었다. 2코스의 마지막 수직동굴을 끝으로 모두가 하산을 했다. 우리 둘만 오롯이 남은 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생수 2개를 들고 시작했는데 생수는 하나 남았다. 화장실은 1코스 마치고 한 군데 있었다. 아니면 마지막까지 참고 하산해야 한다. 왠지 몸으로 흡수되었는지 화장실은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12월 초 거문오름 내 식나무 군락지




제주를 간다면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제주에는 두 나무가 하나 되어 자란다는 연리지, 연리목, 연리근이 있다. 가지가 붙으면 연리지, 줄기가 붙으면 연리목, 뿌리가 붙으면 연리근이라고 부른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어야만 이런 연리가 되는 과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제주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제주에서 연리목이 도드라진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이유는 바람이지 않을까. 무슨 연유든 간에 나무와 나무가 치밀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주 바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무에 붙은 이끼는 이슬이 맺혀있을 정도로 습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화산 폭발로 인해 제주가 생겨났다. 수많은 작은 화산 오름, 분출한 용암이 식혀 만들어진 돌기둥 주상절리, 용암 동굴, 분출 화산암인 현무암 지대가 제주를 이루고 있다. 제주는 단단한 한 바위가 대륙처럼 굳혀져 있다기보다는 숨 쉬는 돌 위에 만들어진 땅이라 홍수가 나지도 않고 사시사철 습도를 유지하는 자연 온실처럼 느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지역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3개다. 거문오름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는데 높이도 높지 않은 오름 중에 하나이긴 하나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약 14km에 이르는 거대한 용암동굴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동굴계에는 포함된 동굴은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이다.


제주를 간다면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만장굴 이 4개는 보고 돌아오자는 생각을 했다. 한라산 백록담은 다음 기회로 미뤄두기로 했다. 성산일출봉을 여행 2일 차에서 보았고, 3일 차 거문오름과 만장굴을 볼 계획을 하나씩 행하고 있었다.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거문오름 선택이 가장 마지막이었다. 예약시간에 맞춰서 간다는 것을 1차적 어려움이라고 생각하고, 3시간 반 코스에 체력적인 자신감 부재가 2차적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힘에 부쳤다면 1코스에서 아니면 2코스까지만 걸어도 거문오름 탐방은 충분하니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꼭 가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거문오름에서 사진 한 컷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나름 최선의 노력


3코스에서 부터 우리 둘만의 힘겨운, 아니 나 혼자만의 힘겨운 파이팅이 이어졌다. 생각보다 가팔랐고, 주변에 사람도 없으니 앓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를 추천할 만한 이유를 따로 찾아보자면 고요한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능선을 따라 걷기 때문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소나무가 많아 다른 군락지처럼 볼거리 있지는 않았다.


거문오름은 화산암이 많아 사람의 발길이 많아지면 부서지고 풍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원수 제한을 두는 것이라고 한다.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나름 최선의 노력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방문객들의 요구사항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산행이 어려우니 등산스틱 허용을 해달라 간식 먹게 해 달라 등등이 있다고 한다. 해설사는 그러한 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고도 했다.


만장굴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동굴 안 빛의 세기를 크게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끼가 생기면 동굴 오염이 촉진되고 자연적 동굴 외형을 변형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네스코의 요구도 있어서 동굴 내 이끼는 세금을 들여 닦아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만장굴 미디어아트 예약했는데 아마 이런 이벤트 또한 아마도 환경단체의 항의를 받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제야 그때 들었던 이야기로 추측해 보았다.


만장굴 예약 시간은 오후 3시쯤 여유 있게 잡아 놓았지만 거문오름 3코스까지 능선을 돌고 내려와 행선지 이동이 쉽지 않아서 겨우 10분 전에야 당도했다. 가는 길이 제법 험난한 축에 속하는 데 우리는 여행 3일 차 3만 2~3 천보를 걸었다. 아마 만장굴 가는 길도 포함해서 보가 늘었을 테다. 구좌정수장 정류장(하덕천)에서 만장굴까지 3km 정도의 거리로 4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아무튼 길이 참 예뻤다.




만장굴



제주 모든 풍경은 만점


도슨트와 함께한 만장굴은 거문오름에서부터 연결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미디어아트는 새롭다기보다는 동굴의 특성을 살린 이벤트 같았다. 마지막 영상이 가장 볼만했고, 나름 소소하게 끝마쳤다. 우리는 한결 마음 편하게 동굴 밖으로 걸어 나와서 오늘 일정을 마쳤다. 다소 순조롭다기보다는 예약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모든 풍경은 만점이었다.


그날과 같은 날씨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 겨울이라 바람이 가장 겁이 났는데 바람이 없었다. 거문오름 해설사님도 센 바람이 없어 다행스럽다고 하셨다. 오히려 그날 만장굴 내부에서 더 추위를 느꼈었고, 미끄러운 바닥도 조심스러웠었다. 돌아가는 길 정말 실신하듯 잠들었다. 개운하게 일어나 보니 제주시내에서 길이 막혔다. 퇴근길쯤 되었을까. 제주도 별수 없이 교통체증이 일어났다.


어제와 다르게 고기국수를  간단히 먹은 다음 방어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제주 3일 차 방어와 함께 딱새우도 맛있었고, 옥돔과 광어도 역시 너무 맛있었다. 야시장에서 전복 김밥과 땅콩 막걸리로 여행을 자축하며 여행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처음 제주에 올 때와 지금의 내가 달라졌을까를 생각했다. 제주에 어떤 큰 기대라기보다는 제주를 느껴보고 싶었다. 섬과 바다, 오름, 동굴, 자연 풍광에 매료되었고 충분히 제주를 느꼈다고 생각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경비를 정리하고 내일 일정을 살핀 후 잠들었다. 4일 차는 여행 유종미를 거두고 숙소에 일찍 들어와 캐리어를 정리하고 정말로 제주를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우선 근육통이 일어날 뜻 뻐근하여서 근육이완제를 하나 먹고 종아리에 파스를 붙이고 잠들었다. 충분히 이겨낼 만한 통증이었다. 부산으로 돌아와서도 그 통증이 며칠간 남아있었다.









1) (참고) 2022년 12월 6일~10일(4박 5일), 제주 낮 기온 13~15도.

2) 제목은 마흔둘과 여행을 동일시하여 생각하여 봄. '여행(마흔둘)을 가볍고 하찮게 여겼으면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그 쉬운 '괜찮아'란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 가볍고 하찮은 마흔둘, 제주 여행기 1 중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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