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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Oct 01. 2015

글쓰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행하는 것이다.

아니 에르노의 장편소설 '집착' 중...

글쓰기, 그것은 무엇보다도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행하는 것이다.

나의 얼굴, 나의 육체, 나의 목소리, 나라는 인간의 특징을 형성하는 이 모든 것을 

나와 마찬가지로 집어삼킬 듯 바라보고는 내팽개쳐버릴 누군가의 눈앞에 드러내는 것은

더없이 잔인한 짓이라고 생각했던 만큼이나,

지금은 내 강박증을 드러내고 헤집어보는 일이 전혀 거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반항심도 전혀 없다.



진실을 말하자면, 난 정말이지 아무 느낌도 없다.

나는 나를 본거지로 삼았던 그 질투가 꾸며내는 온갖 상상과 행동들을 묘사하려고만 애쓰며,

개인적이며 내밀한 것을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는 실체로 변모시키려고만 애쓰고 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 형체 없는 익명의 사람들이 

아마도 그것들을 제 것으로 삼을 것이다.



여기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더 이상 나의 욕망, 나의 질투가 아니라 

그저 욕망, 질투에 속하는 것이고,

나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곳에서 작업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에르노의 글을 참 좋아한다. 젊었을 적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고 지적이다. 나이 든 모습은 다소 생소할 정도로 거칠고 꾸밈없다. 그냥 내려놓은 듯이 보였다... 그녀는 살아온 삶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그래서 사랑, 그래서 가족, 그래서 기억,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말한다. 거짓이란 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고 이렇게도 글을 쓴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글을 쓴다면 그녀 같이 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 보인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아마도 그녀 같을 순 없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불륜마저도 글이 되었다. 적나라한 감정은 날 것 그대로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이제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 것이 아닌 그저 욕망, 질투에 속하는 것이라고 익명의 사람들 독자가 이제 그것을 제 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한다. 틀리지 않다. 그녀의 말이 맞다. 


나는 작가와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지금 같은 시간이 좋다. 나는 사라지고 없는 이 순간이 좋다. 내가 누군가를 골몰히 생각하는 이 시간을 즐긴다. 이상하기도 할 것이다. 나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좋다니... 





by 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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