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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Oct 21. 2015

습작#01.그림자 상상_소녀의 눈사랑

변덕스러움에서, 수수께끼에서...

사라지게 될 유년기


(#초안)

벽의 차가움이 그늘이 항상 좋았다. 나가고 싶지 않았다. 더운 열기가 싫다. 야구장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함성소리에 이제 막 들어선 입구에서 잠시 아찔한 기분에 뒤로 물러섰다. 이제 막 들어선 입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본 후 앞서가는 Daddy를 따라 외야의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경기는 1회 말 홈팀이 선취점을 내면서 경기장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었고 아직 출구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Jane,  Tom을 챙겨."

"음료와 과자는 이걸로 충분할 거야."

"앉아서 얌전하게 먹도록 해"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도착해서 뭔가 이 나라에 대해 짐작할만한 것은 내겐 충분한 시간은 없었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부산 Lotte Giants Club Stadium 들어선 이후 내 느낌은 온나라사람이 이런 식으로 열광적일까?였다.


Daddy는 야구광이다. 나와 Tom을 여기로 먼저 데려온 것만 봐도 그렇고 그동안 나와 동생을 미국 전역의 Major, Minor 리그  팀 수대로 전경기 거의 야구관람을 했을 정도로 익숙한 일이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오랜 시간을 끈기 있게 보는 능력도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편이다. 야구룰은 완벽하게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또래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을 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야구장의 열기와 뜨거운 태양이 눈이 부셨고 열기는 참기 어려웠다.

"Daddy, 저 종이모자를 사주세요.  Tom 것도..."


Daddy는 우리에게 모자를 사서 씌웠지만 머리가 작아 종이 모자는 힘없이 얼굴 위로 내려왔다.  무척 난감한 표정으로 모자를 이리저리 매만지며 다시 씌우기를 여러 번 끝에 어정정하지만 그런대로 내려오지 않게 씌웠다. 그러곤 자기 할 일이 다 끝났다는 듯이 자신의 맥주를 사러 일어났다.


"Jack, 맥주 2캔씩이면 되지? 다른 건?"

"그거면 충분해!"


Daddy는 우리가 들어선 입구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Daddy가 사라진 길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가족인듯한 부부와 그 자녀들이 일렬로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젖먹이 아이와 유모차도 보였고 아이는 엄마품에 안겨있다. 딸이 셋이고 젓먹이는 막내라는게 한눈에 보였다. 나도 모르게 그들을 보고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 젓먹이 아이의 엄마품이 특히 부러웠다...


그 가족들 옆편으론 원정팀 응원단 여러 명이 단체로 플래카드를 잠시 내려놓고 맥주를 돌리고 시원하게 마시고 있었다. 유니폼을 일제히 맞춰 입고 일치 단결해 보였다 그들은 주변을 때론 주변을 의식하기도 하고 처음과 다르게 큰소리로 응원을 못했다.


원정팀 뒤로 연인으로 보이는 풋풋한 남녀가 보였다. 더운데도 불구하고 어색하게 붙어있다. 남자가 부산하게 입구로 내려가고 여자는 멋쩍게 혼자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화장을 고친다. 몇몇 외국인 유학생인 듯한 젊은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우리 앞을 왁짜지껄하게 지나갔다. Daddy는 돌아와서 삼촌과 우리 양옆으로 앉았다. 나는 다시 한번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주변을 찾아 둘러보았다.


Daddy의 옆자리엔 한국인이 남성이 연인인듯한 여성과 다정하게 가져온 먹거리를 서로 먹여주고 있었다. 한참을 둘이 소곤거리며 우리를 힐끔거리며 쳐다보더니 이름 모를 상표의 작은 파이류 과자를 먹지 않겠냐는 몸짓과 표정으로 의사를 물어왔다. 이상했다.


나는 그 남자의 친근함이 싫지가 않았다. 다소 큰 까만 눈이 마음에 들었다. 비록 내가 어린아이에 불과하고 남자라곤 Daddy와 Jack, Tom 밖에 모르지만 이 낯선 남자가 꼭 Daddy와 Jack, Tom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이 짧은 시간에 내가 저 남자에 대한 생각치고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내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이론적인 것은 하나도 없는 관계로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Tom과 난 Jack삼촌에게 먼저 과자를 받아도 될지 물어봤다. 괜찮다는 Jack의 고갯짓에 그 남자를 다시 쳐다보고선 그 과자를 받아서 Tom과 먹었다. 그들은 금발의 파란 눈의 인형이 작고 귀엽다는 듯이 흐뭇한 표정을 짓곤 치킨볼이며 캔디 등을 손에 더 쥐어줬다.


맥주 2캔으로 부족했던지 더 사들고 온 Daddy는 이 상황을 보곤 내게 더 이상 받지 말 것을 명령했다. 기분 나쁘지 않도록 그 남자에게 거절의 표시로 난처한 표정을 하며 손을 저어 보였다. 그 남자도 오히려 미안하다는 듯이 알겠다고 너무 무례했다는 식으로 표정을 담아 말을 건네 왔다.


야구는 이제 5회 말 곧 잠시 여유를 가질 만한 시간이 돌아와서야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나가거나 들어왔다. 우리는 전광판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를 봤다. 관중석을 비추고 화면에 보이는 사람들이 뽀뽀를 했고 많은 사람들이 웃었다. 완전히 해가 지지 않아서 더웠다. 둘러보니 어린아이들은 저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손에 잡히는 크기의 주머니 모양인데 빨대 입구를 통해 빨고 있었다. 무척 먹어보고 싶었다.


"Daddy, 나도 저 아이스크림."

"Jane 안돼. 이 음료수를 먹어."

"아이스크림 사줘요"

"안돼"

"아이스크림!..."


나는 웬만한 일로 이렇게 투정 부리는 아이가 아니다. 장담컨대 오늘만큼은 나도 모르는 고집이 튀어나오고야 말았다. Daddy는 6회 말이 지나서야 나의 고집대로 결국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그러곤 Jack에게 맥주를 더 마시겠냐고 묻고는 사러 내려갔다. 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Daddy의 자리에 앉았다. 그 남자는 야구경기에 푹 빠져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응원은 아닌 것 같은데 큰소리로 말하며 화난 표정이 되기도 하고 자꾸 손가락을 치켜들고 어딘지 모를 곳을 가리키기도 했다.


그 남자를 계속 관찰했다. 앉은 자리는 통로가 길게 나있어서 널찍하였고 허리까지 오는 난간도 길게 이어져있었다. 대담하게도 난간에 기대어 서서는 그 남자를 마주 바라보기까지 했다. 제자리에 앉아서 얌전하게 보고 있는 어린아이는 하나도 없었으니깐 내 행동은 그다지 이상한 건 아니었다.

 

홈팀이 경기를 앞서는지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응원의 함성을 높였다. 야구장의 열기는 1루 홈팀 응원단뿐만 아니라 구장 전체가 홈팀인양 대단한 응원 함성이었다. 내가 본 야구경기중 이런 일방적인

야구 경기는 처음이었다. 함성은 더욱 커져갔고 누가 무슨 짓을 하든지 사람들의 관심은 야구에만 있지 나 같은 어린아이에게 눈곱만큼도 없었다.


나는 더욱 대담하게 그 남자 옆자리에 기대듯이 앉았고 그가 의식을 두기도 전에 그의 팔에 매달렸다. 그가 의식하고선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짧은 찰나에 그는 다정하게 웃어주었고 나는 그의 드러난 맨살에 입을 맞추었다.


Daddy가 오는 모습과 홈팀의 열광적인 응원소리와 그 남자의 다소 놀란 표정을 뒤로 하고 나는 Tom의 옆자리에 앉았다. 아이스크림 맛은 아이스크림 맛이었다. 달콤하고 달콤한... 눈이 내리는 아이스크림 맛이었다. 더위는 사라지고 밤하늘은 어둡기만 하다.


9회 말 홈팀 승리로 경기는 끝이 났고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그 남자와 그의 연인에게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그는 다시 나를 보며 아무 말없이 그저 잔잔한 미소를 보냈다. 나는 그 눈빛을 아주 잠시 지그시 보았다. 그리고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Daddy의 손을 잡고 걸어나왔다.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아니 그 후로 아주 오랫동안... 그 이미지를 기억 속에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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