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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Oct 22. 2015

습작#02.그림자 상상_아이의 하얀사랑

미완성에서..침묵에서...

다가올 미래는 오는 게 아니라 틀림없이 불시에 덮쳐올 것이다.


(#초안)

들판 한가운데 나는 내 동생을 찾아 두리번 거리고 있다. 주위엔 온통  바람뿐이다. 꿈에서 덜 깬 채 탁자 위 시계를 들여다봤다. 여행을 다녀온지 일주일쯤 지났다. 난 아직 일상의 여유로움이 어색하다. Daddy와 Jack 삼촌은 미뤄덨던 집안일이며 업무를 해치우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보내고 계셨다.


Tom은 혼자서도 잘 놀고 있다. 날 귀찮게 하는 적이 없다. 그저 안쓰럽다. 나에게도 Mom이 필요하지만 이 녀석에게도 절실히 필요할 테니깐... 난 괜찮다. 앞으로도 괜찮을 테고..


아직 이른 아침, 이 층 내 방 침대에 누워있다. 밖에선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부산스럽다.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아늑해진다. 더 누워있으면  안 될 것 같아 기지개를 펴고 일어났다. 한번 기합을  온몸에 준다음 문을 박차고 아래 부엌으로 내려갔다. Jack 삼촌은 친절하게 냉장고에 작은 메모를 붙여 두고 가셨다.

Jane, 일어났니?
스크램블에그를 만들어뒀단다.
맛있게 Tom과 먹으렴.
오후에 보자.
From. 너희를 아주 사랑하는 Jack


나는 메모지를 정성스럽게 차곡차곡 꽂아둔 긴 핀에 푹 찔러넣었다.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스크램블 에그를 코 끝으로 음미해보았다. Jack은 Mom 같은 구석이 있다. Mom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저 우리의 존재를 있게 해 줬다. 그녀가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 사랑을 주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Jack을 통해 비슷하게 느낄뿐이다.


“톰~ 톰~”


“나 여깄어!(작은 목소리)”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분명 계단 아래쪽인데 Tom은 어디에 있는 걸까?  다시 한 번 Tom을 불렀다. 소리는 계단 아래 작은 문 쪽에서 였다.


“톰?"

"난 널 구해줄 수 없어."(팔짱 끼고 빈정거리는 말투)

"스크램블에그가 기다리고 있거든~ 난 빨리 되돌아 가야 해~”


서서 걷는 소리를 크게 쿵쿵 냈다.


"안돼 기다려."

"나가고 싶어."

"하지만 여기 아주 중요한 게 있다고."

"두고 갈 수가 없어....."

어떻게 응대를 해줘야 할지 난감해지려고 했다.


"그래 그럼 내가 도와주면 해결이 될까?"

물었지만 대답은 한참 후에 들려왔다.


"응 도와줘. 하지만 시간이 조금 필요해"

"알았어. 그럼 기다려 줄게"

초조한 기분에 1분이 30분같이 느껴졌다.


"Jane, 다 된 거 같아. 도와줘!"

Tom의 간절한 부름에 드디어 계단 아래 작은 문을 열어 들여다보았다. 컴컴하지만  완전한 어둠이 아니어서 눈으로 어느 정도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Tom, 뭘 하고 있는 거야?"

나는 기어서 Tom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Tom이 소중하게 내려다 보고 있는 작은 종이상자가 보였다. 그 안엔 하얀 족제비 새끼 두 마리가 있었다. 나는 더욱  난감해졌지만 침착하게 Tom에게 물었다.


"Tom, 어디서 데려온 거니?"

"족제비 새끼는 Daddy와 Mom이 있을 텐데 찾고 있을 거야!"

"애타게!"

작은 목소리로 Tom의 귀에 속삭였다.


Tom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어둠 속에서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내게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나도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거였어...믿어줘... 오늘 아침에 난 혼자 뒷산 너도밤나무아래에 갔었어. 혼자서 거기까지 가면 안된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아주 날씨가 좋았는걸.. 난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집으로 안전하게 올 자신이 있었어. 나무 아래 도착했고 잠깐만 아주 잠깐만 거길 보고 오려고만 했는데 소리가 들렸어. 수풀 속으로 들여다 봤더니 거기에 족제비가 있었어. 슬픈 일이지만 다른 새끼 족제비 한 마리는 죽어있었어.. 내가 그냥 가버리면 죽어버리고 말 거란 생각이 들었어. 혼자 올 수 없었어. 정말이야."


심각하게 인상을 찌푸린 Tom은 나를 보았다.


"난 두 마리를 품에 안고왔어. 이제 막 Jane이 본거야. Daddy와 Jack 삼촌은 아직 이 사실을 몰라.  난 정말 얌전하게 들어왔거든. 새끼들이 점점 상태가 안 좋은 거 같아.. 잠만 자고 있어서 걱정이야. 숨은 쉬고 있어. 이것 봐. 가슴이 오르내리잖아. 뭘 좀 먹이고 싶은데 모르겠어. 도와줘. 제발"

 

작은 목소리로 쉼 없이 이야기를 하더니 걱정스레 다시 족제비를 들여다 보는 Tom을 보니 난 안 도와 줄 수가 없었다. Tom을 기다리게 한 후 냉장고 문을 열고 찬 우유를 살짝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한 후에 과학시간에 썼던 스포이드를 가지고 내려왔다. Tom 옆으로 바짝 다가가 앉아서 나는 스포이트 우유를 빨아당긴 후 족제비 두 마리 중 꼬리 끝이 까만 아이에게 먼저 우유를 입에 적셔주었다.


반응이 너무 느렸지만 혓바닥을 내민 것도 같았었다. 다시 한두어 방울을 떨어뜨려주었다. 이번엔 확실하게 삼켰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기쁨의 환호를 소리 없이 질렀다. 가져갔던 우유를 두 마리에게 나눠먹이고선 Tom을 데리고 나왔다. 우리는 아침인지 점심인지를 먹어야 하니깐!


Jack 삼촌이 만들어주신 스크램블에그를 맛있게 먹고 난 후 우리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의논을 했다. 우리의 의논은 어렵지 않게 짧게 끝이 났다. 모두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두 분은 충분히 우리의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실 것이다. 약간에 다른 뜻을 타협안으로 내놓으실지도 모른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Tom과 나는 자유롭게 각자의 볼일을 보거나 함께 간식을 먹거나 족제비를 보는 것으로 낮 시간을 보냈다. 우리에게 그나마 있던 고민은 오후 늦은 시간이 돼서야 절반은 사라졌다. Jack은 흥쾌히 허락해 주셨기 때문이다. Daddy의 허락은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셨지만 불안했다. Jack을 믿어볼 수밖엔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으니깐 마음을 편안하게 갖으려고 Tom과 난 함께 두 눈에 힘을 담아 Jack에게 보태어주었다.


우리는 Daddy가 퇴근시간이 훨씬 지나서도 오시지 않아 먼저 저녁을 먹었다. 밤이 되어서도 Daddy는 돌아오지 않았다. Jack 삼촌은 우리를 침실로 올려 보내고 자신은 홀로 거실에서 기다리셨다. 나는 뜬 눈으로 얼마쯤 기다리다 잠들곤 말았다.


난 Daddy가 보고 싶었다. 어제 왜 늦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말해줄 참이다. 다음부터 우리를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말라고 꼭 연락을 달라고 말해야겠다. 갑자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벽의 스산한 기운을 받으며 거실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거기엔 고개 숙인 채 있던 Jack의 모습이 보였다. 슬퍼 보여서 말을 걸 수가 없었다. 한참을 뒤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새들이 지저귀고 거실 창으로 햇빛이 밀고 들어서고 있었다. 서서히 따스함이 메워지는 기분이었다.


기운을 내 Jack 삼촌을 불렀다.

"Jack, Daddy는 어디 있어요?"

대답이 없다. 나는 다시 한번 더 Jack의 의식을 내 쪽으로 끌기 위해 한발 다가서서 불렀다.


"Jack, 말해줘요. Daddy는 어디 있어요?"

슬프고 어두운 회색눈동자가 날 바라보았다. Jack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을 잇지 못했다. 거친 얼굴을 손으로 훑고 다소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내쪽으로 다가왔다. 내게 안심하라는 듯 양쪽 어깨에 두손을 얹곤 내 두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Jane, 미안하구나 내 잘못이란다. 날 용서해 주렴."

"돌아오지 않았어 일이 생겨서 먼 곳으로 떠났단다."


힘없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이내 힘없이 울상이 되어버린 Jack은 내게 미안하다는 말뿐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우리는 검은 정장을 입은 방문객들의 인사를 받았다. 우리는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Daddy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였고 우리는 받아들이기엔 나이가 너무 어렸다. 하얀 족제비 새끼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슬픔 속에 갇혀있었지만 한편으론 잊으려고 애썼다.


Tom은 한참을 자기 발끝만 쳐다보고 있더니 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퐁고와 퍼디로 정했어. 내 마음대로 해도 될까?"

“벌써 퐁고와 퍼디가 된걸”

"꼬리 끝이 검은 쪽이 퐁고야. 앞발이 까만 쪽은 퍼디. 내가 얼마 전에 101마리 달마시안을 읽었거든.

그 둘과 꼭 닮았어 남매라는 점은 틀리겠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어서"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Daddy는 어딨는거야? 우리만 여기 세워두고.. 아직 허락 못 받았는데.. 조금 걱정이 돼.."


나는 Tom에게 어떤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말없이 한참을 더 그렇게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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