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나를 언제부터 미워했는가?

by 고냥이

나는 나를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는 미워한다. 나의 꿈, 진로, 생각, 행동 모든 것이 나를 거부하게 한다. 나는 나를 언제부터 미워했을까? 내가 처음 죽고 싶다를 생각한 나이는 고작 8살이었다. 단지 영어학원에서 10시까지 울먹이며 연필을 움직이던 기억. 그게 전부였다. 공부가 하기 싫어서, 엄마한테 혼나기 싫어서. 일기장을 보면 나를 싫어하게 된 계기는 단지 공부였다. 그게 뭐라고 공부가 뭔데 나를 힘들게 하는가? 첫 시작은 왜 나는 열심히 하지 않는가? 열심히 안 하면서 잘하길 바라는 내가 너무 싫었다. 우울이 먼저였는지 내가 망가진 게 언제였는지 이제는 구분이 가지 않는다. 참 아이러니 한 것 같다. 열심히 안 해서 우울증이 온 것이라면 성실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아파야 하는 것인가?

나는 중학생 때 엄마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엄마의 사랑이 조건부적인 사랑이라고 느꼈을 때부터 나는 ‘그대로의 나’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게 됐다. 공부를 하는 나를 엄마는 좋아해 주니까 어쩌면 그렇게 믿었던 거 같다. 작게 시작했던 자기혐오는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있었다. 솔직히 나를 싫어해서 엄마의 사랑에 집착한 걸지도 모른다. 나는 알 수가 없다. 언제부터 나를 미워했는가에 대한 질문은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것 같다.

언젠가부터 생각이 많아진 나는 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을 하게 되었다.

“내가 문제다”

“나는 과장한다”

“나는 관종이다"

“나는 가짜다”

나는 나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느끼는 우울에 대한 의심으로 시작해서 나의 생각과 행동, 말투 성격까지 나는 나의 모든 것의 의심했다. 그 이후로 나는 아픈 나의 상태마저 "내가 아픈 게 맞나?" 라며 의심했고 내가 느끼는 감정조 믿지 않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내가 왜 그런 질문들을 혼다서 짊어졌는지, 나도 어린아이였는데. 단지 나는 그저 조금 더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였다. 사랑받지 못헤서 나를 증오하고 작은 증오의 불씨는 여러 상황들이 장작이 되어 점점 커져갔다. 알고 있다. 나는 아직도 어리고 여린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은 나를 미워하는 대신 이해해주려고 한다. 나를 향한 나의 미움이 이제는 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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