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일기

해리

by 고냥이

2025-02-10


오후 3시 42분

연이가 상담을 받으러 가고 나서 혼자서 인생에 대해 고민해 봤다. 퇴원을 해야 할 거 같았다. 공부도 해야 하고 엄마 아빠도 걱정하시니까 무엇보다 엄마와의 관계를 빨리 회복하고 싶었다. 나는 항상 나의 감정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금의 감정을 정리하려고 했다. 나의 감정은 현재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이 상태가 며칠간 지속되자 너무 혼란스럽고 나의 생각이 멈춘듯했다. 내가 생각한 나의 유일한 장점은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게 멈추니 많이 불안했다. 그래서 반대로 내가 왜 깊게 생각하는 것을 강점으로 생각하는지 고민해 봤다.

나는 평소에도 생각이 멈추지 않고 많은 사람이었다. 생각은 나에게 있어서 내가 존재하는 수단처럼 느껴졌다. 생각을 멈추면 불안하고 인생의 가치를 찾지 못했다. 항상 생각하면서도 내가 옳은지 틀린 지 고민하고 내 생각이 과장되었고 내가 편협한 게 아니 가라는 걱정도 많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저 사람에 대해 이렇게 판단하는데 내가 편협한 사고로 생각하고 있을까 봐 두려웠다. 상황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도 항상 그랬다. 그러다 보니 나를 괴롭히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진짜 힘든가 아님 만들어내는 것인가?"

"나는 왜 이렇게 까지 사람을 이해하려는 거지? 이해하기는 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틀린 건가"

아직도 모르겠다 물론 모두의 가치관은 다르고 그에 대해 존중해 주어야 하는데 아닌 사람들은 고쳐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자체가 내가 틀린 건가 이렇게 고민하다 보니 나는 살고 싶어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하는 질문들인데 이 질문들은 나를 우울하게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의 감정을 언어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가 너무나도 답답하다. 행복과 우울이 동시에 공존하는 게 가능한가? 어쩌면 나는 우울하고 싶은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 거 자체가 내가 일부러 울고 싶어서 아프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나는 너무 내가 싫어진다. 그러고 보면 나는 항상 울고 싶었다. 목놓아서 엉엉 울고 싶었다. 우울해서가 아니라 우울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너무 복잡하더. 어떻게 보면 쉬운 문제인데 나는 풀 수가 없어서 알지 못해서 누군가 찾아줄 수 있는 답이 아니기에 나는 변해야 하는 걸까? 이 생각들을 존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너무 답답한 와중에 울고 싶은 나를 보고는 행복해하는 건지 웃고 있다.

사실 충동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우울하고 싶어서 죽고 싶었던 거 아닐까? 나는 처음 입원할 때부터 너무 입원하고 싶었다. 그때는 외로워서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감정은 퇴원하고 싶지 않다. 공부허기 싫어 엄마랑 싸우기 싫어 그냥 이렇게 생각하니 살기 싫은데 나는 웃고 있다. 속으로는 행복해서 죽으려고 한다. 내가 대학에 붙으면 나아질까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오래 버틴 걸까? 그럼 네가 뭘 버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열심히 한 게 없다. 엄마말이 맞는 거 같다. 열심히는 하기 싫고 좋은 대학은 가고 싶고 호국선생님과 말했던 것들은 내가 합리화하는 것인 거 같다. 나는 정말 공부가 싫다. 공부는 내가 잘하고 싶으면서도 노력하기 싫은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틀리는 게 싫은 것도 성공하지 못할까 봐 두려운 것도 아니라 그냥 열심히 하기 싫은데 잘하고 싶은 게 안돼서 우울해지는 것이다. 그냥 내 생각이 전부 의심된다. 나는 내가 싫다. 이 생각은 그냥 내가 우울한 이유를 억지로 찾은 것이고 내가 우울한 것은 잘살고 싶은데 인생을 열심히 살기 싫어서이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이게 맞는 거 같다. 이렇게 생각해서 내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갔지만 사실인데 어쩌겠어 내가 이겨내야 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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