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 인생에서 가장 씁쓸했던 탈락의 기억을 안겨준 일이 있다면 지금도 나는 대입시험의 탈락보다 고등학교 2학년, 축제 오디션이라고 말하겠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노력이 깃들어진 시간이었다. 요즘 하는 어느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 못지않게 학교 내부 행사였음에도 대표가 된다는 것은 치열한 전쟁과 같았다. …… 같은 반 친구 중엔 댄스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를 주축으로 하여 '너 할래?', '같이 할래?' 하며 하나 둘 학급을 대표해 나갈 멤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
"왜 못해! 오늘부터 특훈이다. 쉬는 시간마다 모여라"
농담처럼 던진 말이 불씨가 되어 우리는 쉬는 시간마다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 노래를 선정하는 것부터 안무를 따고 우리 모두가 동작을 소화할 수 있도록 쉽게 수정하여 가르치는 그 모든 일은 선수 리더가 맡았다. …… 둥둥거리는 도입부 음악이 시작됨과 우리는 하나 같이 '오! 이거 뭐야!?'라고 외쳤고 경쾌한 리듬의 후렴구에 모두 '이거다!'라며 사실상 음악을 확정했다. ……
"너네 연습도 몰래몰래 한다며, 뭐 준비하는데?"
"무대에서 보여줄게"
(중략)
무대를 준비하는 열댓 명의 학급 친구들 모두 누구 하나 꾀를 부리거나 투덜거리지 않았고 가득 찬 자신감처럼 자연스럽고 훌륭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 심사위원인 선생님들의 평가는 최악이었다. 이유는 오로지 하나. '짝을 이루는 것이 선정적이다'하는 것이었다.
…… 댄스스포츠가 이런 거냐며 재밌고 신나네 하며 즐기던 우리 었기에 선정적이란 평가는 어이가 없었다. ……'그게 뭐라고' 싶지만 당시 우리에게 그 무대는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었다. 우리의 협동, 단합, 자신감, 즐거움, 응원. 결과를 듣고는 한참을 주저앉아 울었다. ……
"세상이 뭐 너 하고 싶은 대로 그렇게 호락호락 되니? 앞으로 그런 일이 한 둘이 아닐 텐데."
위로가 필요했고 응원이 필요했지만 아빠는 냉담한 현실을 다시 한번 일러줄 뿐이었다.
(중략)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