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1년 365일 중 340일. 거의 매일 만나 노는데도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명절 연휴에도 어김없이 모여 시간을 보내던 나의 친구들. 고민이나 걱정 없이 마냥 옥상에 모여 고기를 구워 먹고 반짝이는 은박 돗자리 위에서 뒹굴거리고, 물 호스를 틀고 서로에게 뿌리며 여름 더위에 물장난이나 칠 것 같던 녀석들이 스물 중반이 됨과 동시에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전했다. ……
믿기지 않았다. 청첩장을 받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
"이 새끼들 이제 결혼했다고 연락도 안 하고, 안 나오고, 다들 아주 글러먹었어"
"진정해~ 다들 이제 앞가림하는데 바쁘지"
"예전처럼 맨날 모이자는 것도 아니고 일 년에 한 번 모이자 하는 건데 그걸 못 나와?"
언제나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영원할 것만 같았던 녀석들의 부재가 나는 왜 그리도 못마땅했는지. 결혼이란 순차적으로 친구들을 하나씩 빼앗기는 일 같았다. 나의 친구가 누군가의 배우자가 된다는 것, 더 이상 우리가 예전처럼 놀 수 없게 되었다는 것,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나는 긴 시간 마음에 단단한 응어리가 뭉쳐 있었다.
(중략)
게임에선 주인공 캐릭터가 길을 헤매지 않고 무사히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NPC라는 보조자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제까지 내 친구의 여정에 함께한 NPC다. 주인공을 인생의 궤도에 안전하게 올려주었으니 우리의 역할은 끝났다.'라고 말이다. …… 늘 곁에 있어줄 거라 생각해 떠나면 서운해하기 바빴던 존재. 하지만 친구라는 존재가 소유 아닌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길동무였음을 받아들이고 난 후에야 난 비로소 진짜 그들의 안녕을 빌 수 있었다. ……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