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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승희 Aug 18. 2022

사랑니는 성격이래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일상이 퀘스트인 노가지의 기록


사랑니는 성격이래.






6개월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위해 가던 치과 정기검진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오던 날. 어금니 제일 안쪽 잇몸이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충치가 생긴 건가?', '어금니가 날카로워진 건가?' 자꾸 찔리는 느낌에 너무 아프다며 거울로 입 안을 살펴보기 바빴다. 손가락으로 볼이며 잇몸을 만져봐도 찔릴만한 게 하나 없는데 왜 자꾸 찌르는 듯한 통증이 드는지 의아함으로 가득 찬 한 주가 흘렀다. 치아 정기검진일이 되어서야 나는 느닷없이 생긴 통증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중략)



'사랑니는 신경이 많이 지나가서 뽑다가 죽을 수도 있대', '사랑니는 위험해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뽑을 수 있대?', '사랑니는 뽑고 나면 아물 때까지 팅팅 부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대' 하는 등 이제껏 들어본 사랑니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 매복 사랑니라고 했다. 엑스레이 사진 속 어금니 뒤편. 좌우 모두 정확히 가로로 누워 있는 긴 뿌리의 치아 두 개. 신경이랑 엉켜 있어 지금 당장은 위험한 편이라고 판단되는 오른쪽에 비하면 왼쪽은 그래도 비스듬한 편이지만 역시 가로로 누워 있기에 쉬운 케이스는 아니라고 하셨다. 


"왼쪽은 한 달 사이에 잇몸을 살짝 뚫고 나왔고 오른쪽도 신경다발에서 조금 벗어나졌네요. 왼쪽부터 뽑고 오른쪽은 한 달 더 지켜보면 될 거 같습니다"


……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고 주삿바늘이 입 안으로 들어왔다.


"아!"

"느낌이 나나요?"


마취가 되지 않았다.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추가로 마취주사를 놔야 했고 다시 15분이 흘렀다. …… '사랑니 빼는 거 힘들다', '오래 걸린다' 여태껏 말만 들어봤을 뿐이었다. 3시간이 넘는 씨름 속에 두 개의 사랑니를 뺐고 지혈을 위해 솜을 꽉 물고 있었다. …… 마취에만 30분이, 발치까지 3시간이 걸렸다는 후일담에 주변 사람들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사랑니는 성격이래. 지랄 맞을수록 눕는대."

"참나, 무섭네 무서워. 남은 친구 대놓고 누워있던데 큰일 났네."


눈으로는 볼 수 없던 잇몸 속 4개의 사랑니를 모두 뽑아냈다. 겁에 질려 몸에 힘을 잔뜩 준 채로 있다가 집에 돌아오니 모든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얼음주머니를 볼에 대고 누워 생각했다.  


"사랑니는 성격이라고? 그럼 내 성격 대단하네! 대단해 정말."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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