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삐익- 하차 벨이 울리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자 친구가 일어나 버스 뒷문으로 향했다. 비교적 사람이 많지 않았던 이른 아침 마을버스 안. 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던 그 친구가 일어나 뒷문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을 때였다. 내 발 뒤꿈치에는 뭔가가 또르르 굴러와 툭 하고 부딪혀 쓰러지는 느낌이 났다. '뭐지? 뭐가 굴러온 거 같은데?' 하며 안고 있던 나의 몸집만 한 운동가방을 옆자리에 두고는 몸을 숙였다. ……
"이거 주인 없으시죠?"
……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하얀 곰돌이의 주인은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이상한 시선을 감지했는지 갑자기 고개를 휙 들어 두리번거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머릿속에는 '지금이야!'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
'저 여자가 나를 왜 쳐다보지?' 하던 눈빛이었던 그 친구가 신호대기 중인 버스로 황급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버스에 이어폰 케이스 흘리고 간 사람 찾아주는데 주인 있냐고 외쳐도 아무도 대답 안 해주더라. 창 밖으로 외치니까 좀 전에 내린 주인이 달려왔어"
"그 사람 20만 원 날릴 뻔했네"
…… 이젠 우연이나 로맨스를 꿈꾸기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 그럼에도 우리는 그 시절 우리가 읽었던 인터넷 소설의 주인공처럼 '곰돌이의 주인이 남자였다면' 하는 상상에 날개를 달아 설레는 청춘 드라마 한 편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