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나는 오랜 시간 알고 지낸 학창 시절의 친구들이 많은 편이다. 자라온 지역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생활환경이나 위치가 변하지 않은 덕에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근방에 있었다. 스무 살 초반까지도 나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일수록 소중한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다. 우정의 깊이나 믿음이 알고 지낸 시간에 비례한다고 이해한 것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상의 대부분을 나누던 이들이 어엿한 성인이 되기까지 대부분의 시간과 추억을 공유한 사람이기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서로의 든든한 서포터로, 때론 듬직한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상대를 대했기 때문에 상대도 그럴 거라 착각한 것이다.
(중략)
"단지 이 관계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저런 억지스러움까지 받아줘야 할까?"
"당사자는 정작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부모도 아니고 마냥 오냐오냐해하며?"
"굳이? 이렇게까지? 내가 왜? 우리가 왜?"
"휴. 사정이 있겠지. 모르겠다."
아쉬울 때만 연락을 했다가 도움을 받고 나면 감사인사도 없이 사라지는 이들은 시간이 흐르고 쌓여도 변함이 없었다. 늘 필요한 것만 취하면 그만이었다. 그들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남아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큰 부탁을 해도 되겠구나' 딱 그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 ……
우정의 깊이가 시간에 비례하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십여 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를 보냈고 일 이년 남짓된 친구들이 찾아왔다. 비록 어릴 적의 모습과 추억을 나누지 않았어도,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된 인연일지라도, 때론 함께한 그 시간의 무게를 뛰어넘을 만큼의 진심을 가진 친구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가르쳐줬다. ……
"왜 진작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놀랍긴 한데, 근데 생각해보면 나는 왜 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까? 다 내 욕심이었겠지? 20대의 나는 참 어렸구나"
나 혼자 노력하는 인연은 그만 놓아도 된다. 그것은 꼭 친구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해당하는 이야기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