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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승희 Jan 04. 2023

피아노 없어요.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일상이 퀘스트인 노가지의 기록


피아노 없어요.






20여 년간 같은 집에 살면서 느낀 것은 ‘왜 이사 오는 아랫집마다 늘 이상한 사람들일까?’하는 의문이었다. 그 시작은 젊은 부부였다.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고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던 아랫집 부부는 저녁시간, 어디선가 ‘쿵!’하는 소리가 날 때면 초인종을 눌러 조용히 하라고 했다. 처음엔 어리둥절해서 ‘뭘 했다고 조용히 하라고 하지?’ 싶었지만 ‘소리가 들리니 올라왔겠지’하며 죄송하다 사과를 했다. 아랫집 남자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르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다 보니 ‘조심하겠습니다’하고 돌려보내던 나도 슬슬 한계에 다다랐다. …… 


매번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하고 내려가는 아랫집 남자에 짜증이 났다. 그날 이후 나는 죄송하다는 사과를 더 이상 하지 않았고 아랫집 남자도 한동안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엄마랑 둘이 거실에 앉아 밤 예능을 보며 웃고 있던 때였다. …… 


“미친놈인가? 엄마, 나오지 말고 관리실에 연락하고 경찰 불러.”


술에 만취되어 올라온 아랫집 남자, 현관문을 얼마나 세게 내려쳤는지 문은 움푹 들어갔고 왜 시끄럽게 하냐며 신발장까지 들어와 어깨를 밀치 길래 나도 똑같이 신발장 밖으로 남자를 밀쳐내며 화를 냈다. 뒤따라 올라온 아내는 재차 죄송하다며 남편을 뜯어말리기 바빴고 곧 관리실에서 찾아와 진정하시라 했지만 남자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싸우는 소리에 이웃집 사람들이 잠옷 바람으로 찾아와 남자를 말렸다.


…… 그렇게 2주가 지났고 아랫집은 이사를 떠났다.


“쪽팔린 짓 한 건 아나 봐. 아랫집 오늘 이사 갔어. 현관문은 왜 안 고치고 가 미친놈이.”



(중략)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던 건지 그날 이후, 피아노 소리를 문제 삼던 아저씨도 한동안 볼 수 없었다. 어느 날부터는 나이가 좀 더 있어 보이는 아저씨가 그 집에 이사를 온 것처럼 보였다. 


…… ‘새로운 진상이 나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A4용지 3장에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층간소음으로 지속적인 오해를 받고 있어 억울하긴 하지만 이웃에 피해 가지 않도록 신경 써서 살아가고 있다고, 그럼에도 이렇게 재차 오해를 받는 상황에선 난감하다고. 모쪼록 어제 같은 소란이 새벽시간에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을 에둘러 전했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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