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인문대에 다니는 동생의 등록금에 비해 예체대라는 이름으로 두배가 되는 등록금을 내던 나의 대학생활, 그래서 '내 모든 시간은 돈이다.'라는 생각으로 학교가 제공하는 최대한의 것들을 누리기 위해 노력했다. 꿈꾸던 대학은 아니었지만 도서관만큼은 이질감이 없었다. 필요한 도서가 모두 있었고 아무도 펴보지 않은 듯한 새 책을 찾아 읽는 것이 하나의 재미였다. 시험기간 동안 반짝 사람이 많아질 때면 도서관을 피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공간을 참 좋아했다. ……
'잠은 죽어서도 자는데 지금은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강박과 완벽주의자 성향이 심했던 20대 초반을 보냈다.
……시간을 빽빽하게 쪼개 쓰는 내 모습에 당시 동양철학 수업을 담당하시던 학과장 교수님은 '시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들'이라는 것을 늘 강조하셨다. ……
교수님은 자켓 안주머니에 짧은 펜과 손바닥 반만 한 작은 수첩 하나를 지니고 다니셨다. 언제든 메모를 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휴대폰을 켜시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켓 안주머니로 손을 옮기셨다. 강의시간이면 한 번씩 교수님은 학과생들에게 질문을 던지셨다.
(중략)
책을 읽다 보면 나는 어느새 인도라는 나라를 여행 중인 여행자가 되었고, 우주를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어 있었고, 또 때로는 체질에 맞는 음식을 찾아주는 처방사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보통에 비해서 책을 빨리 읽는 스킬이 생겼는데 글을 빨리 읽는다는 건 장문의 글을 어렵지 않게 써 내려간다는 이점을 동시에 주었다.
…… 모든 가방에 펜과 작은 메모지를 가장 먼저 넣어두는 나의 습관.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낙서하듯 적어두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글씨일지라도 차곡차곡,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나만의 보물은 더욱 강한 힘을 갖춘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