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독서실에 가봤다.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사실 집안 사정을 생각해서 보내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들처럼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더 잘할 자신이 있었다. 아무튼 친한 친구와 집에서 약 20분 떨어진 곳에 있는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독서실에서 공부하니 나름 재미도 있고 공부도 잘 되었다. TV와 침대, 냉장고의 유혹에 유달리 약해 집에서는 도통 공부를 하지 못하는 나는 그렇게 비교적 이른 나이에 독서실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전학을 갔고, 자연스레 다니던 독서실을 갈 수없었다. 하지만 새로 이 사간 그 동네에는 아주 근사한 도서관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도서관에 다니게 된 때는 중학교 3학년 말, 한일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면 서였다. 비교적 집에서 먼 거리에 있었지만 도서관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한일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기 위해서는 중학교 때 공부했던 것보다 더 심화 공부를 했어야 했다. 내 기억엔 입학시험을 치르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일까? 무사히 한일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교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에 6개월 동안 연수를 갈 기회가 있었다. 프랑스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나는 매일매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 나의 프랑스어 학습 진도를 보여줄 겸 프랑스어로 메일을 보냈다. 마침 프랑스 파견을 준비할 때 나는 강남에 있는 프랑스어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학원 시간은 17시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학원에 가기 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강남으로 향하곤 했었다.
그 이후에도 나는 되도록 근무지, 거주지 근처의 도서관에서 줄 곧 시간을 보냈다. 양주, 현리, 강릉, 진천, 그리고 지금의 춘천까지, 그 지역에 가면 도서관에 꼭 회원가입을 하고 책을 읽으러, 때로는 공부를 하러 갔다.
어쩌면 강박증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내가 도서관에 계속 다니는 이유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가면 나이 많은 어르신부터 어린 학생들까지, 무언가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도서관에 온다는 것 자체가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 나 자신도 멈춰있지 말고 깨어있자, 조금씩 발전해보자라고 스스로에게 되뇌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조용한 가운데 적절한 소음이 있고, 독서와 휴식, 사색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도서관이 나는 참 좋다. 앞으로도 계속 도서관에 다닐 것이고, 사랑하는 아이들과도 함께 다니고 싶다. 도서관에서 하는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도서관을 세우고 싶다. 도서관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