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커리어 우먼이 되기로 다짐했다
평화롭게 바쁜, 그리고 조용한 추석연휴를 보낸 주말
이 주말까지 보내고 나면 전체 추석 연휴가 끝이 난다. 가족행사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던 우리는 처음으로 부산을 떠나지 않았다. 임신이 원인이라고 하기엔, 나보단 일을 위해 집에 머물러 일하기로 했고 정말 일만 주구장창하는 엄청난 연휴를 보냈다.
프리랜서, 개인사업자인 우리에겐 그다지 주말, 평일이 따로 없어 남들 일할 때 놀고 놀 때 일하는 것이 아주 일상적이었지만 시골에 내려가지 못한 이번 연휴는 살짝 슬펐다.
그러나 어제까지도 전혀 일이 끝나지 않고 우리와 함께 일하는 서울 실장님도 댁에서 차례를 지내는 거 외에는 새벽 5시에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걸보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오늘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본격(?) 일이 시작한다. 컴퓨터를 집에서 옮겨 외부에서 일해야 할 만큼 약 한 달 동안 정신없을 예정이다. 어제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웃음이 났는데, 이 일을 한 번 한적 있는 토리(남편)는 거짓 웃음만 지었다. 아마 무척 고대 다는 것을 뜻하겠지.
남편이 부지런히 일하는 동안 나도 그 일을 도우며, 나의 일을 한다. 연휴가 길었던 지라 인쇄 일정이 빡빡해서 책을 하나 편집 완료해야 했고, 서울서 퀵과 고속버스로 인쇄물을 받아야 했다. 최대한 이 머리 저 머리 써가면서 여러 방도를 생각 중이다.
이번 가을은 바쁘게 될 줄 알았지만 이토록 정신이 없을 줄이야. 조금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혹시 내가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지 못하는 건가 하여 적기 시작한 다이어리엔 수많은 체크가 되어있지만 전혀 일이 나아가는 느낌이 들지 못한다. 11월엔 여유로울 거야.... 이건 3월부터 내가 한 말인 거 같다. 친구가 나에게 4월엔, 5월엔 6월엔.... 라 했는데?라는 말을 한 게 기억난다. 아.. 그랬던 거 같다. 진짜 11월엔 괜찮을 거야.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라 하루가 흐물흐물 젤리처럼 나의 하루를 흘러가는 거 같아 여러 생각을 하다가 아침 일기처럼 브런치를 적기로 했다.
브런치를 적으면 좋은 점은 적은 후에도 브런치에 쓸 말을 혼잣말처럼 속으로 중얼중얼거리며, 생각이 조금 정리되는 것이다. 나만 그럴지 모르겠지만 이 장점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하루 종일 남편과 붙어 일을 하고 있으면 나의 수많은 말을 받아주기엔 요즘같이 바쁜 날 속엔 I(대문자)인 남편은 같이 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와 반대로 E(대문자)인 나는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기에 쏟아내고 싶음이 많은 데, 서로에게 요구하기엔 하나는 버겁고 하나는 부족하다. 부족한 스케치북을 브런치가 열어준다.
어제 하루 글썼다고 어제 내내 브런치에 적을 글들을 생각하는 내가 웃겼다. (그렇다고 이 글이 어제 궁리한 글은 아니다) 이렇게 조금 쏟아내고 나면 여유가 생겨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다.
조용한 아침에 쏟아내는 글을 쓰며, 가득 과일을 쌓아놓고 먹으니 오늘은 정말 오늘의 양을 다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렇게 주문을 건다.
지난주부터 태동을 느끼기 시작해 엄청 신기하다. 보통 자기 전에 느꼈던 태동이 이제 책상에 앉은 시간에도 느껴진다. 처음엔 낮에도 느낀 게 신기했지만 며칠 되었다고 지금은 쿨하게
"토롱아(태명), 엄마 일한다. 잠만"
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태교를 하겠다' 외치던 나는 커리어우먼이 되겠다? 다짐한다. 생각해 보니 나도 엄마가 바빠서 좋았다. 바쁘지만 틈틈이 우리를 챙겨주고 믿어주는 마음속에 자라 든든했고 그 믿음에 어긋나지 않도록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아름다운 태교의 방향을 살짝 바꾸는 것으로 하고 일해야겠다. 멋지게 일하는 오늘 아자! 진짜 다 끝내자 오늘 분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