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라는 거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우걱우걱

by rohkong 노콩

상견례라는 것을 해야

정확한 날짜를 잡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상견례를 하기로 했다

오빠 아버지의 직업적 특성상 우리가 다 만나는 일은 어렵고 4인 이상 모임 금지라

4명이서 만나기로 했다


샤부샤부 집이었고

우리 어머니와 나 그리고 오빠가 차 2대로 사천으로 내려갔다 맛있었다

분위기도 좋았지만 어색함이 가득했다

오빠는 실실 웃으며 먹기만 하고

나는 쓸데없는 농담들을 하며 까불었다

어머니는 늦은 아침을 드셔서 배가 불러 많이 안 드셔서 우리에게 계속 음식을 권했고 엄마는 드세요 드세요를 연신 말하며 식사를 하셨다

바닷가 근처라 해산물과 고기는 싱싱하고 깔끔했다 낙지 색도 이뿌고 전복도 인당 하나씩에 부산에서의 샤브샤브는 비교가 안될 만큼 해산물을 팔딱팔딱거렸다 밑반찬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랬다 그러나 소화는 좀 안됐다


원래 음식점에서 다른 이야기도 하려고 했으나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자리를 옮겼다

카페를 가려고 했는데 오빠네 집으로 가게 되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바다에 못 가신 아버님이 집에 계셔서

우린 집에 다 같이 만나 널찍이 떨어져 커피를 마셨다


스몰토크 후

미리 준비한 에이포 용지를 한 분 한 분 한 분 나눠드리고 브리핑을 시작한다

브리핑하기 전에 먼가 느낌이 이상했다

머랄까 나 이만큼 돈 필요해 돈 좀 준비해줘

이런 느낌?

상양아치인 우리 둘은

세 분 앞에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아버님은 처음 스르륵 훑으시더니

바로 콧웃음소리를 내시고

"아이고 이거밖에 안 든다고 그래 그래바라"

라고 말씀하시고

그 아버님을 툭툭 치시던 어머님은

"아니 들어보소"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엄마는 그 옆에서

"이거 밖에 안든다네요 잘됬네요~, 더 달라하지마라~" 라고 말씀하셨다

허허허


예산안

천만 원(야외 웨딩)


식전 준비

공간 대여 - 엄마 친구네 가게 건물

식비 3만 원 ×65명(양가 25명씩 그리고 스텝이라 불리워질 친구들)= 약 200만 원

공간 꾸미기(꽃, 의자, 테이블 등) = 약 200만 원


웨딩촬영

옷 대여비 20만 원

양복 구매 20만 원

촬영비 60만 원

한복 고민


결혼반지 50만 원

결혼 당일 옷 30만 원

사회자 20만 원

노래 20만 원

촬영 1 - 100만 원

촬영 2 - 40만 원

.

.

.

955만 원이 적혀있었다

이왕 돈을 요구하는 거면 1000만 원 아래로 적고 싶었고 나는 자신 있었다

집에서 까지는

종이를 내미는 순간 대놓고 돈을 구걸하는? 갈취하는 허술한 도적이 된 기분이었다

부모님께 내밀었던 종이 두 장


오빠 어머니는 우리에게 물었다

"결혼반지 50?너거 금 한 돈이 얼마인 줄 아나?"

우리는 둘 다 입을 열지 못했다

내 생애 금은 아직 없다

카메라던 컴퓨터던 장비 최신 버전 가격도 대강 줄줄 읋는 오빠도 금이란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어머님은 아이고 하셨고

나는 대차게 실반지 할 겁니다 라고 말했다

왠지 제가 그 소문의 멍텅구리예요 라고 말란 기분이었다


그밖에 이야기를 하며

날짜를 정했다

4월 3일은 당연히 너무나 부담스러워 패스

6월은 비오니 패스

5월이 하자 하다가 5월은 이 일도 있고 저 일도 있어서

4월 24일 날로 결정이 났다


장소와 기타 정보는 그대로이지만

추가적으로 변동사항을 적고

우리 어머니는 오랜 지인인 한복 이모에게 우리 한복들을 하고(4인)

오빠 어머니는 금값도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금을 알려주시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평소에도 금을 좋아하시고 나의 귀걸이가 가끔 아쉬움을 표현하셨다)

그리고 차를 다 마시고

우린 헤어졌다


엄마는 볼일이 끝나면

얼른 일어나 자리를 뜨는 스타일인 지라

끝나고 바로 외갓집을 가셨고

나는 오빠와 오빠 집에 더 있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다

(이 날 엄마를 따라 시골을 갔어야 했다..)



아무튼 그렇게 허겁지겁(?)

그러나 아주 명쾌하게? 상견례가 끝났다

맛은 기억나지 않고

이야기만 가득 담아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우걱우걱 정보가 가득한 그런 날이었다



상견례라는 거 내게는 당당하게 갔지만 내가 가진 거 다 들키고 오는 그런 자리였다


그러고 4일 뒤 우리 집의 사정으로

전쟁 같은 시간이 흐른 뒤

우리의 결혼 날짜는 6월 12일로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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