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디와 예비 영포티 그 어딘가에 서있는 사람
수업 시간에 종종 학생들에게 묻는다.
“요즘 뭐 들어?”
예전에는 이 질문이 단순한 아이스브레이킹이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그 안에서 사운드나 구조를 함께 분석하며 자연스럽게 수업으로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질문은 나에게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학생들이 말하는 음악들이 점점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들려주는 음악을 들을 때면 종종 생각한다.
아, 이제 나도 음악 공부를 다시 해야하겠구나. 트렌드에 조금씩 뒤쳐지고 있구나.
나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프로듀서로서 음악을 만들고, 동시에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 그래서 트렌드를 모른 채 살아갈 수는 없다. 트렌드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음악 산업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렌드를 따라가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는 더 그렇다.
내가 음악을 배우고 만들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하나의 사운드나 스타일은 꽤 오랫동안 유지되곤 했다. 특정 장르의 감정선이나 사운드 디자인이 몇 년 동안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그 음악을 충분히 듣고, 분석하고, 또 우리의 방식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음악의 생산 속도도, 소비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새로운 사운드는 너무 빠르게 등장하고, 어떤 스타일은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이미 다른 트렌드로 넘어가 있다.
학생들이 듣는 음악을 가만히 들어보면 분명 이전 세대의 음악과는 다른 감각이 존재한다. 곡의 구조는 더 간결해졌고, 감정은 길게 설명되기보다는 분위기로 전달된다. 때로는 서사보다 사운드의 질감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 방식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익숙하게 배워온 음악의 문법과는 조금 다른 언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것은 음악이 단순히 얕아진 것이 아니라, 표현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음악은 언제나 시대의 감각을 반영해왔다. 그리고 지금 시대의 감각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이 낯섦은 단순히 음악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속도에 대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30대 중반이다. 완전히 젊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지나왔고, 그렇다고 어떤 흐름을 멀리서 바라볼 나이도 아니다. 어쩌면 가장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나이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음악적 정서를 충분히 경험했지만, 동시에 지금의 변화 속도도 바로 옆에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경계하지만 나만의 색을 찾는것. 이게 나에게 주어진 다음 미션일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