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작가, 홍경입니다.
반갑습니다. 친절하지 않은 글을 쓰고 있는, 친절한 작가 홍경입니다.
'산의 사내'를 쓰면서 연재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의도와는 다르게 뻗어가는 의식이 있어 흐름을 따르다 보니 결국 브런치 북이 되었습니다. 예정되거나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연재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불친절한 나머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다급히 '안내서'를 작성했고 당시 '안내서'가 '산의 사내'보다 더욱 많은 라이킷 수를 기록하는 경이로운 일이 있었습니다. 하하하.
‘안내서’를 손보아 브런치 북, '산의 사내' 프롤로그로 사용해도 좋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원래의 마음을 되새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겠다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1. 등장인물
산의 사내는 40대 초반의 남성으로 이름은 산옥, 산중에 홀로 지내고 있습니다. 특별한 나무, 새, 7살 사내아이가 친구의 전부입니다. 특별한 나무는 자신이 베어질 날을 정한 소나무이고, 새는 40년에서 50년을 수명으로 하는 학이며, 7살 사내아이는 아랫 마을의 장기백입니다.
2. 배경
할머니와 아버지의 기억을 토대로 현재에 이어지는 산옥의 서사입니다. 타인에게 쉽게 공감을 끌어낼 수 없는 독특한 개개인의 경험과 그것으로부터 전적으로 영향을 받은 그들의 삶 중 단편을 적었습니다.
3. 특별히,
‘장기백의 어머니’에서 7살 장기백이 '엄마'를 '어머니'라 칭하는 부분이 어색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장기백과 어머니 사이에 친밀감이나 유대감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녀를 '엄마'라 부르지 못하는(않는) 것이라 알려드립니다. 홍경의 글 중 '아버지', '어머니' 이 두 단어는 '아빠', '엄마'라 부르기엔 심한 관계의 결핍이 있고 그 부재의 상처가 단어로 표현된 것입니다. ‘산의 사내’는 관계의 결핍과 상실,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거나 딛고 일어서는 조용한 자아성찰의 기록입니다.
각 편 마다 화자가 달라지고, 어조가 달라집니다. 이것은 제가 모든 것에 잘 질리는, 단거리 전력 질주형 인간이어서 같은 것을 계속하기 어려워하는 습성에 의해 생겨난 것입니다. 인간으로선 처음으로 오르는 산이 있다고 가정할 때 그 산을 오르는 기분으로 썼습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의 입장에서는 나뭇가지에 얼굴을 맞거나 칛 넝쿨이 발을 걸기도 할 것이고, 어미새가 푸드득 날아올라 놀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꾹 참고 산꼭대기에 오르면 생각보다 상냥한 바람이 여러분의 땀에 젖은 머리칼을 넘겨줄 것입니다.
궁금하신 점이나 작가의 의도에 의문이 생기시면 말씀해주세요. 이해의 영역은 독자의 것이지만 쓴 사람의 마음을 궁금해하실 수도 있을 듯하여 덧붙입니다.
글을 쓸 때 며칠을 두고 쓰지 않으며, 대개 1 꼭지의 글은 2시간 안에 전력 질주하듯 씁니다. 저는 단거리 전력질주 후 머리가 어질하고 숨이 가빠 폐가 부서질 것 같은 통증을 매우 좋아합니다. 부디 여러분도 홍경을 읽으며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폐가 뻐근해지시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