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혹은 남편
필자가 여자이므로, 그래서인지 남편의 뒤담화를 주로 들으며-물론 주변의 남성에게 아내의 뒷담화를 듣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성인 남성이 가진 본질적인 순수한 결함(?)을 풍부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녀가 결혼에 대해 현실적인 감각을 지니게 되려면 남편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 끝에 약간의 실망감을 필수적으로 떠안는 묘한 형국이다. 아래는 이번 주제의 뒷담화이다.
그는 연애시절 정리되지 않은 여자와의 관계가 있었다. 내가 직접 찾아가 그녀와 그의 관계를 정리하고 웨딩홀을 예약할 만큼 나는 자신 있었고, 그를 사랑했다. 결혼 전 그는 사랑꾼이었다. 섬세하고 다정했으며 배려했고, 나를 아껴주었다. 결혼 후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생활 전반에 걸쳐 자기중심적이었고 배려란 없었으며 무심했다. 결혼생활에 필요한 인내와 성실함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나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다. 어린아이 앞에서 싸웠고 나도 그를 무시했고 지금은 그에게 그다지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실은 사실로서 존재하고 뒷담화는 뒷담화로써 존재한다.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뒷담화 후 항상 돌아서서 너무 마음이 뜨겁다. 성인이라 하지만 너무나 무책임하며 이기적인 모습은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마음을 다해 엉망으로 만든다. 해결점을 찾지 못하며 미로에 갇혀 묵묵히 현재를 맴돈다.
나는 부부관계에서의 뒷담화를 들을 때 반드시 결혼 전 관계에 대해 묻고 듣는다. 그 이유는 혹시 그때를 떠올리면 현재의 헝클어진 마음이 조금 진정될까 하여 그렇게 한다. 그들은 그때를 기억하고 애틋한 눈동자를 반짝이며 내게 들려준다. 모두 뜨거운 추억을 가지고 있고, 화려한 사랑의 서사를 지녔으며, 풍부한 감정의 사전을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혼 후 왜 실망했으며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걸까? 나는 그것에 주목해본다.
의외로 그들은 자신이 들인 품에 관심이 많은 듯 보인다. '나는 희생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상대의 배려나 사랑은 미미하게 느낀다. 마음에 여유가 없다 보니 눈에 들지도 않을뿐더러 점점 불만이 늘어난다. 이것은 임신, 출산, 육아와 엉키면 더욱 복잡해진다. 상대를 인정하고 고마운 마음을 느낄 사이도 없이 현실에 허덕인다. 그것은 남자와 여자, 성과 상관없는 맡은 역할에 따른 허덕임이다. 자신이 들인 품에 마음을 빼앗기면 상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실망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저울이 있다. 각자 결과치로서의 무게는 다르며 그것은 주관적이고 감정적이다. 어렸을 적, 우리는 그 주관적인 마음의 저울질로 많이도 다투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어른이다. 직접적으로 그 그램수로 다투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존재하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상대가 알아주길, 적어도 그 그램, 무게만큼은 알아주길 바란다. 방식은 어른의 것이지만 마음만은 아직 어리다.
얼마 전 필자는 대화중 어느 부부의 카톡 대화창을 보게 되었는데 많이 놀랐다. 남편의 언어가 너무 냉소적이고 존중감이 없었다. 부부간에 그런 언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간혹 다정한 언어는 소름이 돋고 민망하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는데 사실 내가 그들에게 나의 언어로 다정하게 감쌀 때 그들이 안온해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맙소사, 말이 가진 힘을 기억해주세요, 여러분!)
그들이 배우자에게 매일 200그램씩 마음을 쓰고, 배려하고, 사랑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들의 배우자가 그 마음의 무게를 적정히 느껴주길 바랍니다.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배우자에게 200그램을 얹었다고 착각하지 않길 바랍니다. 오히려 배우자를 향해 콩깍지가 눈에 덮여있던 그때, 연인은 아무것도 품을 들이지 않았는데 홀로 5톤의 감동받고 50톤의 사랑을 쏟은 적도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