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섯 시.
눈을 떴다. 한 시간 반 뒤 다시 일어나야 하기에,
이불속으로 다시 잠을 청하는 건 미뤘다.
대신 창가에 걸린 커튼을 걷었다.
하늘은 아직 새벽빛과 태양빛 사이를 헤매고 있었고,
짙은 하늘 위로 새소리가 가볍게 흩날렸다.
이렇게 맑은 소리를 들은 게 얼마 만이던가.
책상 위에 열려 있는 노트북 화면엔
어제 쓰다 만 문장이 깜빡이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새로 시작한 하루엔
새로운 문장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부엌에서 인스턴트커피 스틱을 뜯어 머그컵에 털어 넣고
수증기 오르는 물을 천천히 부었다.
커피의 단내가 거실 가득 번졌다.
달콤하면서도 묘하게 든든한 향.
창밖 동쪽 하늘이 붉게 번지기 시작한다.
일출 직전, 커피 한 잔.
비록 고급 원두커피도, 정성 들인 드립커피도 아니지만,
오늘 아침의 이 스틱 밀크커피야말로
그 어떤 커피보다 향이 짙고 맛이 깊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아주 큰 부자가 된 것 같다.
하루를 처음부터 다시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부자.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방학이 시작되면 공책 첫 장에 적곤 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그 계획은 늘 제일 위에 있었고,
늘 지켜지지 않았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 다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시작과 실패를 반복하겠지.
그래도 이렇게 간혹,
해보다 먼저 깨어 마주하는 아침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하루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