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싱크대 앞 창문을 열었다.
저녁 햇살이 스르륵 가라앉고, 아파트 단지 곳곳에 작은 불빛이 하나둘 켜진다.
바람결에 밥 짓는 냄새가 은근히 스며든다.
“아빠!”
단지 안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합창처럼 울린다.
퇴근하는 아빠를 맞이하는 그 순간은
마치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소리 같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슬며시 우리 집 시계를 바라본다.
잠시 후면, 우리 집에서도 매일 저녁의 작은 의식이 시작된다.
“차량이 도착하였습니다.”
문자 알림이 울리자마자
거실 여기저기서 분주한 발소리가 퍼진다.
딸아이는 가장 완벽한 은신처를 찾아
살금살금, 그러나 번개처럼 움직인다.
곧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못 찾겠다, 꾀꼬리~ 춤을 추며 나와라~”
이 항복 선언을 듣기 전까지는
숨소리마저 삼키며 꾹 숨어 있는 게 딸아이의 승리 규칙이다.
이 ‘퇴근 숨바꼭질’은
네 살 때부터 시작해,
지금 열두 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남편은 이제 숨바꼭질의 달인이다.
때로는 일부러 못 찾는 척하다가
껑충 뛰어나오는 아이를 보고
진심을 담은 놀란 표정과 환호를 선물한다.
그 순간, 하루의 두 번째 막이 활짝 열린다.
아파트 단지 안,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아빠를 맞이하는 목소리가 저녁 하늘에 파도처럼 번져간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내 손안에 조용히 쥐어져 있고,
내 눈앞에 사랑으로 반짝이고,
아이의 웃음 안에 환하게 피어난다.
요즘은 딸이 너무 잘 숨어서
남편이 나를 향해 슬쩍 눈짓을 보낸다.
“어디 숨었는지 알려줘.”
하지만 나는 웃기만 하고, 끝내 말해주지 않는다.
꽁꽁 잘 숨은 행복.
그걸 찾는 재미를
우리 가족이 오래도록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