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수면 내시경
낡고 빛바랜 의료 광고들이
병원 벽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허름해 보이지만,
의료의 질이 꼭 새로움에 비례하진 않는다는 걸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세월이 쌓은 경험과 연륜이 때로는 더 깊은 신뢰를 만든다.
나는 조용히 마음을 다독이며
남편을 기다렸다.
비틀거리며 수면내시경실에서 나온 남편은
느릿한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좀비처럼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편이
내 팔을 꼭 붙든다.
나는 그를 현실로 천천히 이끌었다.
조용히 말을 걸고,
손을 잡고,
허벅지를 툭툭 두드려 정신을 깨운다.
조금 전의 기억이 없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는 순간순간,
그의 곁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윽고 진료실에서 들려온 결과.
스트레스로 인한 약한 위염.
그리고 대장은, 너무도 깨끗하단다.
그 말 한마디에 가슴 깊은 곳까지 안심이 스며들었다.
병원이란 곳은
항상 그가 내 옆에서 나란히 걸어주었고,
긴 대기 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내 옆을 지켜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그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어쩌면 아주 평범한 하루였을지 몰라도,
내겐 낯설 만큼 깊은 감사가 차올랐다.
내 병에 함께해 준 사람.
이제 내가 그의 작은 고단함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러웠다.
별일 아닐 수 있는 내시경이었지만,
이렇게 긴 시간을 병원에서 남편을 기다린 건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마취가 덜 깬 채 내 팔을 놓지 않으려는 듯
꽉 쥔 손도 처음이었다.
“큰 숙제를 끝낸 것 같아.”
남편이 말했다.
검진은 그의 몸을 위한 일이었지만,
그 손끝에서 나는 어떤 다짐 같은 걸 느꼈다.
‘내가 건강해야,
우리 가족이 건강하다’는 말처럼.
정말 별일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우리만 아는 무언가를
조용히, 깊게 건너왔다.
평온을 되찾은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울컥했다.
감사함이 조용히 밀려들었다.
우리는 오늘,
대단한 무언가를 함께 넘어선 부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