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야 한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면,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들이 발목까지 흘러내려
간지럽게 나를 흔든다.
눈을 감으려 해도
온몸을 배회하는 소란스러운 기척이 가라앉지 않는다.
십 년 넘게 나는 밤마다 수면제를 삼켜왔다.
이식 수술 이후 시작된 습관은 이제 곧잘 의식처럼 굳어져,
하루를 끝낼 때면 무의식적으로 약을 먼저 떠올린다.
어떤 날은 한 알을 전부, 어떤 날은 반쪽,
혹은 기분 따라 조금만 잘라도 된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불면증 환자는 약을 쪼개 먹을 수 없다고.
그 말대로라면, 나의 약은 진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효과가 있다기보다는, 스스로 안심하기 위해 삼키는 작은 부적.
나에게 수면제는 약이 아니라, 그저 ‘괜찮을 것’이라는
심리적 장치였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다짐했다.
약 없이도, 그 부적 없이도 잠들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눈을 감고 누워 있으니,
더 강렬하게 몰려드는 불면의 그림자가 나를 붙잡는다.
플라시보조차 등을 돌린 이 밤,
나는 나 자신과의 오랜 습관 싸움 한가운데 서 있다.
불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것들,
결국 인생의 많은 짐들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오늘 밤 나는 잠을 청하지 못한 채,
그 사실만 곱씹으며 또 한 시간을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