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없는 삶

by 류서윤

거대한 변곡점을 지난 뒤, 삶은 의외로 고요했다.
신장이식 수술이라는 파도가 나를 삼키고,
다시 밀어낸 후 남겨진 것은
마치 폭풍이 지난 바다처럼 숨죽인 수면이었다.


그 이후, 일상의 작은 파동들조차
어쩐지 나를 흔드는 것이 두려워졌다.


사소한 약속 하나, 축하의 잔,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조차
내 마음엔 낯선 파문을 만들었다.


그 수술은 내게 있어 삶의 무대 위에 세운 거대한 장벽이었다.
그 벽을 넘은 뒤 나는,
소란이 아닌 적막 속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래서인지, 작은 요동에도 마음은 쉽게 지치고
때로는 닫힌 문처럼 스스로를 가두었다.


축제 같은 순간에도 예전처럼 들뜨지 않았다.
속 깊은 곳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속삭였다.
“이제 좀 쉬자. 더는 소란스럽지 말자.”
그 말에 이끌려, 나는 사소한 일들을 멀리 두기로 했다.
큰 물결을 건넌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고독과 휴식의 권리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며.


이제 나는 고요의 섬에서
다음 장을 써 내려간다.
파도 너머의 바다는 한없이 잔잔하고,
그 잔잔함 속에서 비로소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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