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병들어 가는 사회
대통령님, 저는 죽은 것 같아요.
"대통령님, 저는 19살입니다. 저는 제가 죽은 것 같다고 느낍니다. (중략) 모든 것이 제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엉킵니다. 수업은 제 방에서 이뤄지고, 제 방이 바로 제 교실입니다. 문제는, 저에게 더 이상 꿈이 없다는 겁니다. 모든 저의 프로젝트들은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2일. 정체성에 큰 혼란을 느끼고 실존적 위기에 처한 자신의 상황에 대해 절절히 토로한 한 대학생의 글. 그는 페이스북과 학교신문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위와 같은 공개 서한을 보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대해 "청년의 분노를 이해한다. 정부가 애쓰고 있으니, 조금만 더 노력하자" 라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고 한다.
학생들은 아직 살아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가 살아있을까?
그리고 지난 1월 20일 프랑스에서는 대학생들의 집회가 열렸다고 한다. 그들은 두 가지 요구사항을 댔다. 첫째는 대학 문을 열고 대면수업으로 전환할 것, 둘째는 우울증과 열악한 생존 조건으로부터 청년들을 구하라는 것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스트라스부르 대학 2학년생 알리스는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는 비대면 수업에 공허함을 토로했다. 또한 자신이 미래에 일하고자 꿈꿨던 항공분야가 전염병 사태로 업계 자체가 위기에 놓인 현실을 목격하고 자신은 '길을 잃었다'면서 대학생들은 정부에 의해 방치되고 잊혀진 존재로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냈다.
'코로나 블루', 심리에도 방역이 필요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라 사회적 활동이 위축되고 감염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에서 오는 우울증. 감염병 스트레스나 의심과 공포, 무기력감을 의미한다.
코로나 레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우울감을 느끼는 것을 말하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선 상태를 의미한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암담하게 느껴지며 자포자기로 빠져드는 상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러 설문조사 결과와 신문 기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2020년도에 우울증과 외로움 등으로 심리상담을 신청한 건수가 2019년도 전체 상담 건수를 넘어섰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인원과 증세가 더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인원도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는 사례다. 사망자 및 확진자 숫자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데다가, 감염병을 예방을 위한 국가 정책 상 자유로운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고립된 생활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한 뉴스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실직한 뒤 1년 간 홀로 지내온 영국 남성이 우울증을 고백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사람의 포옹'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사태 발발 전 여행사 대표로 일해왔던 그는 작년 3월부터 자택에서 홀로 지내고 있었다. 연락하는 가족도 없는데다가 수입이 전혀 없어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먹고 입지 못하는 고통보다 사람을 만날 수도 없이 고립된 처지를 더 고통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이 사례를 통해 사람들이 경제적 곤궁을 겪는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립 상태에 놓여 아픔을 호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한편 정부의 지원제도가 경제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켜진 적신호에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사람들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책으로 기존에 운영하던 사업 자체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및 사업가들도 있고, 인력채용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로 인해 구직활동이 더욱 힘들어진 젊은 청년들도 있다. 코로나 이전에 생업 현장에서 활발히 일하던 사람들은 업계의 불황으로 휴업·휴직 상태 혹은 실직 상태에 놓여 생활고를 겪는 뿐만 아니라 심리적 박탈감마저 생겼다. 또 집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장애인 가구들과 노년층들 역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업체별 사정을 파악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비대면으로 온라인 교육(인강)이 가능한 국영수 등 일반 교과를 가르치는 보습학원의 경우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대면 수업이 필수인 예체능 교과를 가치는 학원들의 경우 2020.12.8.부로 시행된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따라 대부분 문을 닫아야 했다. 수업 특성상 짧은 시간 내 소수정예로만 수업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헬스장과 필라테스 학원 등 체육시설의 경우 코로나 이전 '웰니스' 트렌드의 확산과 함께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사업이었지만, 거리두기 정책으로 아예 문을 닫게 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대출금 상환 및 생계유지 등에 어려움을 겪다가 폐업하는 사업장들이 크게 늘었고 일부 업주들은 분노를 참다못해 적극적으로 시위에 나서는 등 정부정책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웰니스: 웰빙, 행복, 건강의 합성어. 신체와 정신은 물론 사회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건강한 상태.)
요식업종들 또한 영업시간의 제한 및 5인 이상 집합금지명령 등의 정책 때문에 영업손실이 상당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학교와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이 생각보다 다양하게 많다는 것이다. 급식 관련 식자재를 납품하는 회사, 교육 기자재 등을 만드는 회사 및 학교 주변 상점들은 등교수업이 간절했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영업처를 잃게 된 사업장들은 반강제로 휴업·휴직 상태에 돌입했다.
공연·예술 업종의 경우 업계 자체가 고사(枯死) 수준에 이르렀다. 공연과 행사가 전무한 상황이고 있다 하더라도 간소화해 진행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어 사업 영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아예 업계를 떠났거나 떠날 마음을 먹고 있다. 비슷한 사회·경제적 불황이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볼 때 고용과 수입이 불안정하는 등 전망이 밝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때 무대 위를 주름잡는 퍼포먼스를 하던 사람들, 장비나 세트를 만들던 사람들은 근근히 배달알바나 택배기사 등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찾아 나섰다. 물론 정부에서 특별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하는 등 지원을 위한 노력을 쏟고 있지만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여력이 있는 사업장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자들은 제 정신건강과 현재의 행복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못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