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누각 위에 위태롭게 올라서 있던 자들의 뻔한 결말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진다.
하지만 사람은 거짓말을 하더라도 코가 길어지지 않는다. 그럴듯한 거짓말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계속 거짓말을 모면하려다 보면 결국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스노우볼’ 효과다. 물론 한 동안은 자신의 치부를 가릴 방법을 손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변의 삼엄한 경계와 엄정한 눈초리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하지만 옛말에 ‘꼬리가 길면 밟힌다’다 했듯이 사기행각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는 법이다. 영원히 감출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진실이 ‘부끄러운 실체’가 되어 드러났을 땐 되돌리기에 너무 늦다. 스스로 잘못을 깨치는 것이야말로 범죄자로 전락하는 불명예를 피하는 길이다. 하지만 그 마지노선이 오기 전에 잘못을 깨닫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일은 무척 괴롭다. 그래서 결국 대다수는 코가 긴 나무 목각인형인 채로 사는 운명이 되어 버리고 만다.
최근에 거짓말로 이슈가 된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남의 작품을 송두리째 빼앗아 제 것으로 둔갑시켰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욕심이 지나쳐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아 철창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하루 아침에 제 손으로 몰락시킨 환상 속에 세워진 그들의 왕국. 결국 진실이 대중 앞에 드러나고서야 그들은 비로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는 이야기를 어렵사리 꺼내 놓았다. 하지만 이미 법의 심판대 앞에 선 이상 동정에 호소해 본들 의미없는 아우성에 불과하다. 과오를 뉘우치기엔 너무 먼 길을 돌아온 그들은 아직 잘못을 전부 속죄하기엔 이르다.
<1> 남의 인생을 그대로 복제해 살아온 자의 씁쓸한 결말
최근 SNS에 올라온 소설 무단도용에 대한 글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글쓴이는 자신의 단편소설 ‘뿌리’로 문학상을 수상한 어느 젊은 작가였다. 그는 도용된 자신의 소설이 2020년 다섯 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사실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되었고 SNS를 통해 대중에 그 내용을 고발하여 참담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했다. 상금을 노리고 타인의 창작물을 훔쳐 간 도둑은 대담하게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전문을 그대로 베껴 제출했다.
일반적으로 문학작품의 도용과 관련해 일부 문장이나 문단의 유사성을 가지고도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논쟁이 불거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도용 사건은 타인의 창작물 그 자체를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킨 사례라는 점에서 유례가 없을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글을 훔쳐간 이는 가수 유영석씨가 쓴 노래 가사마저 자작시인 양 제출해 수상을 한 적도 있었다. 유사성을 넘어선 완벽한 도용. 이러한 파장은 문학계를 넘어 사회 전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리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소설 무단도용에 대한 고발을 기점으로 네티즌 수사대는 그가 걸어온 행적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통째로 베끼는’ 정도로 대담한 사람이라면 분명 이전에도 비슷한 전과가 있으리라는 게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그의 과거에 대해 파헤쳐 본 결과 그는 사진 공모전, 표어 공모전, 문학상 공모전, 아이디어 공모전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공모전에 참여해 수상한 이력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디어 및 작품의 표절 여부에 대해 재차 확인한 결과 모두 남의 것을 도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타인의 게시물과 창작물을 제 것인냥 갈취해 금전적인 편익까지 취한 것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표절 시비 없이 손쉽게 수상을 해 왔으며 그걸 자랑으로 삼아 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손이 안 뻗친 데가 없을 만큼 수상 및 활동 이력이 화려했다. 그의 실제 모습과 부합하는 진실은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물며 프로필 사진 역시 타인의 사진을 도용한 것이었다. 사진을 도용당한 만화가는 이를 두고 정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황당한 심정으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자신이 살면서 이런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하며 그 사람의 거짓된 삶에 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궁금하다고 이야기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자신에 대해 떠도는 이야기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사칭했다는 것이다. 남의 것들을 ‘복붙’하여 자신의 것인 척 행세했다는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고 과거의 행적들에 대해서도 까발려지자 잠잠히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실제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대신 또 한 번 남들 앞에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 변호사라는 가면을 쓰고 변호인인 냥 행세하며 그가 남긴 글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악성 루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그조차 허위로 꾸며낸 그의 또다른 자아였다는 사실이 방송을 통해 확인됐다. 또 그에 대해 조명한 방송 말미에는 이전에 의인상을 받았던 것 역시 거짓된 이야기를 꾸며낸 결과라는 게 밝혀졌다. 결국 확인한 결과 그의 모든 행적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크게 일자 일부 문학상과 공모전의 주최 측에선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 환수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두고 뒤늦은 수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사 당시에 철저히 표절 여부를 검증했어야 했지만 도용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으며, 뒤늦게 여론에 떠밀려 수상을 취소하는 안일한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가 된 이후에 사후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차단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건만 이 점이 간과되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수상작을 결정하는 일이 단순히 순위를 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인의 성과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소중한 기회라는 점에서 볼 때, 표절작 때문에 탈락한 이에게 이 같은 진실이 얼마나 모욕적인 일인가. 그런데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에 대한 뚜렷한 소명 없이 각 기관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는 답변으로 제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회의 공정성과 대회 자체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같은 시비가 불거져서는 안 된다. 특히 또 다른 손 모 씨가 탄생하지 않도록 각 주최 기관에서는 금번의 사태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보다 엄정한 심사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편 그의 사기 행각의 이유가 바로 자존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밝혀졌다. 한 때 전도유망한 군인이었던 그는 불명예스럽게 전역한 이후 잘 나가는 남들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 지냈노라고 고백했다. 생계 문제에 대한 압박감과 어둡기만 한 자신의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그는 결국 가면 뒤의 세상 속에 숨어 버렸다. 굴곡진 개인사로 인해 남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범죄자가 된 것이다.
그는 방송을 통해 모든 도의적,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그가 진심으로 속죄하는 마음일지, 더 이상 거짓 뒤에 숨지 않고 자신의 민낯과 허황된 꿈의 실체를 마주할 용기를 내게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더 이상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2> 열정 가득한 1타 강사에게 없었던 그것, 양심
대치동을 넘어 전국을 주름 잡는 스타 강사, 연봉만 100억대에 이르는 수능 1타 강사.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그 강사의 이면에는 추악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이미 지난 2019년 댓글 조작 논란이 불거져 한 차례 사과를 했으나, 당초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말과 달리 그는 강의를 얼마 전까지도 이어오고 있었다.
이전부터 인터넷 강의 업계에서 댓글 알바가 존재하느냐에 대해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지만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담했고 또 1위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욕심이 강했던 그는 2017년부터 약 2년 간 아이디 수백 개를 동원해 경쟁업체 및 다른 강사들을 비방하는 댓글을 달아왔다.
초기에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은 강사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고 재수사가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검찰은 그의 혐의를 확인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처음 사실이 폭로되어 피의자로 입건되었을 때만 해도 수강생들 앞에 저자세로 고개를 숙였던 그는 경찰의 무혐의 처분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회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본인이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결국 강의 중인 강사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뒤따른
넘치는 돈과 명예
그걸 모두 손에 쥐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겸손할 줄 아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그의 노력이 좋은 운을 만나 빛을 발하게 되자 그는 급속도로 자만심에 빠져든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부와 명예는 오로지 자신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허황된 믿음은 그를 옥죄는 주술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 욕심 때문에 그는 동료와의 선의의 경쟁을 택하는 대신 비난과 비방으로 얼룩진 싸움을 택했다. 자신의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이가 없도록 실력을 쌓는데 매진하기 보다 ‘댓글 조작’이라는 불법을 동원했다. 옳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가 언제까지나 1타 강사여야 한다는 신념만은 확고했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결국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의 시대는 저물었다. 퍽이나 씁쓸한 퇴장이다.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결제한 수강생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고 그가 소속되어 있던 회사(대성마이맥)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강업계는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느 새 관행처럼 되어 버렸지만 그 실체는 명확하지 않은 ‘댓글 알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쟁자 또는 경쟁사를 대상으로 한 댓글조작이 줄어들 게 될까? 확실한 건 그를 일벌백계해야지만 기존의 무질서한 관행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법의 심판이 엄정해야만 그와 또 다른 그들이 가면 뒤에 숨어 수강생들을 선동하는 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
결국 공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문제다.
이 두가지 사건의 첫 번째 공통점은 서두에서도 밝혔듯 개인의 양심이 문제다. 허세와 위선으로 가득해서, 욕심에 눈이 먼 나머지 잘못된 선택을 한 그들은 결국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았다. 그들의 추한 결말을 바라보며 우리는 결국 그 모든 게 언젠가 허물어질 모래성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면 속 삶을 살면서 잠시 동안 행복했을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바람과 달리 영원히 행복하진 않게 되었다.
그런 한편 그들은 모두 ‘공정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모든 사회 공동체에서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가 바로 ‘공정성’이다. 모두를 구속하는 규칙이 없는 상태라면 각자가 추구하는 이상 그리고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각 개인들은 필히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공동체가 지키기로 합의하여 만들어진 규칙이 존재한다면 그를 깨뜨리는 자는 사회질서에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다시 무질서한 상태로 회귀할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가 저지른 부정행위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일부 교과를 전문으로 가르치긴 했으나, 교사의 한 마디가 가지는 영향력이 학생들에겐 절대적일 수 있는 만큼 더욱더 언행에 신중했어야 했다는 점이 아쉽다.
이처럼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제 이익을 좇는데 골몰했던 자들의 씁쓸한 최후를 기억하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피노키오가 더욱 살아남기 힘든 ‘공정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