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영혼에 필요한 사회적 공감과 위로
코로나는 약자일수록 그들을 사회의 변방으로 더 몰아냈다.
공통적으로 저학력자, 비정규직, 소규모의 영세 사업장일수록 코로나로 입은 타격이 컸다.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시간 감소, 임금 삭감 등의 문제가 빈번해진 데다가 이에 대해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실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채용 일정이 줄줄이 취소나 연기되면서 소득 기회 자체가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 맞물리며 월세나 관리비, 통신요금, 보험료 중 하나라도 연체했거나 결국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더 열악한 주겨환경으로 내몰린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런 가운데 투자광풍이 불어 주식시장이 열기를 띄었다.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한편 집값은 떨어질 줄을 모르고 오르자, 결국 위기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각자 살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야말로 생존이 절실해진 사회적 분위기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전에 꿈꿨던 진로를 업계의 불황 탓에 바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항공사 근무를 꿈꾸며 관련 학과로 진학한 학생들 중 일부는 업계 선배들의 고용위기 상황을 목도하며 차라리 진로를 바꾸길 선택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학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진로를 정해야할지 몰라 고민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자신의 꿈으로 생각했던 분야가 한순간에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걸 지켜보며 학생들 또한 아비규환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고민을 나눌 기회조차 앗아가버린 초유의 전염병 사태. 그들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서 메신저 등으로 서로의 안부나 간간이 주고받으며 풀리지 않은 고민거리들에 짓눌리고 있을 것이다. 결국 진로 선택에 있어 제 적성을 고민하기보다 고용의 안정성과 업계의 비전에 대해 먼저 살펴야만 하는 '을'의 위치는 더욱 서러워졌다.
코로나 이익공유제가 답일까?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나온 이낙연 대표의 말이 화제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e-commerce 시장이나 배달업계 및 온라인 게임업체 등 일부 사업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맞았던 만큼 이익을 본 사람들이 이를 자발적으로 나누는 방안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물론 이전부터 자발적 임대료 인하 등의 방안들이 제시되긴 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인의 사적 이익을 공유한다는 발상 자체가 거부감이 큰 데다가 이익을 거두었다는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문제다. 거두어서 나눈다는 그 과정 자체에서 형평성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결국 그의 발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경제적 해법도 정신건강을 위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국가가 전면에 나서 모든 경제구조를 손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 등 일상생활이 전과 같은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정부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세금감면 및 지원금 지급을 통해 위기에 놓인 사업장들의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같은 업종 내에서도 편차가 심해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반대로 위기 업종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준하는 정도로 위기를 겪는 사업장들도 많다. 제도가 구체적인 현실 상황을 면밀히 반영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업장 별로 적절한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담당자가 세심하게 기업의 사정을 파악해야 하는데 법령과 지침에 구속되어 자율성이 없다시피한 공무원들 입장에서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관리·감독을 통해 부적절하게 지원금이 지급되는 일을 방지하고, 꼭 필요한 이들에게 더 많은 수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방침을 수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선별적 지급이 더 합당하긴 하나 형평성의 문제를 감안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차라리 보편적 지급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
한편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여건이 어려운 경우라도 비대면 서비스 등을 이용해 치료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가사와 양육 등 돌봄 서비스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이들이 많아지면 구성원들 간 갈등의 빈도나 범죄 발생 빈도 역시 높아지게 될 것이다. 물론 건강관리 및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개인이 실행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제약이 큰 가운데 잃어버린 일상생활의 패턴을 스스로 되찾기 어려운 법이다. 지역 또는 권역별 상담센터를 신설하여 운영하는 등 코로나 사태가 장기전으로 접어든 만큼 단기적이지 않고 실효성있는 지원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나에게도 코로나 블루가 찾아왔다.
나 역시 한 때 공연 관람을 즐기던 사람으로 더 이상 자유롭게 극장을 드나들 수 없게 된 현실이 슬플 때가 많다. 좋아했던 배우들이 설 자리를 잃고 생계가 곤란해졌다는 뉴스를 볼 때면 마음이 아파왔다. 가끔 일과 사람에 치여 힘든 날엔 극장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보던 일이 까마득한 과거가 됐다. 인원수가 제한되고 영업시간이 제한됨에 따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조차도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인생에 몇 번 없는 이벤트인 입학식과 졸업식마저 비대면으로 중계되었다는 소식도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전에도 그닥 재미가 없는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아예 인생의 낙이 사라져버렸다. 우리의 삶이 더 재미없고 씁쓸하게 변화했구나 하는 생각에 암담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 자유롭게 멋진 풍경을 찍고 그 앞에 서서 활짝 웃던 옛 모습이 너무나도 그립다. 비록 마스크 없이는 외출할 수 없는 현실에 순응한지 오래지만, 걱정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거리를 걷던 때가 그립다. 이미 우리의 현실은 달라져 버렸는데, 우리의 미래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알 수 없어 걱정스럽다. 하지만 그 미래엔 지금보단 행복한 순간들이 더 많이 깃들어 있기를 소망한다. 부디 이 어려운 시기를 크게 마음 다치지 않고 버텨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간다. -알베르 카뮈
*대문사진 출처: 라이나전성기재단
*본문에 인용 및 참고한 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71367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120720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