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별빛이 한껏 그리운 밤에 쓰는 편지
고마운 너에게.
안녕. 너의 하루가 정말 안녕했을지, 추운 날씨에도 너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전부 궁금해. 항상 나는 멀리서나마 반가운 네 소식이 전해지길 기다리고 있어.
오늘은 너에게 하소연을 좀 늘어놔 볼까 해.
코로나 이후 모두의 삶이 달라졌고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는 힘들어졌지. 요즘 나의 하루는 시계바늘이 늘 제자리 바퀴를 도는 것처럼 그렇게 뻔하게 흘러가고 있어. 그래도 멈추지 않고 시간은 흐르더라. 야속하지, 참.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아. 어릴 때는 서른이 되면 정말 큰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어른을 흉내내는 아이인것 같아. 어리광 부리고 싶어하고 남에게 의존적이고 싶어하는 그런 떼쟁이 말이야. 하지만 겉으로는 당황스러운 일에도 의연한 척, 힘든 일에도 괜찮은 척 웃고 있지. 그런 날이면 내가 참 삐에로 역할에 적성이 맞는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더라니까.
누구에게나 선물처럼 주어지는 하루인데,
나는 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서 있는지 모르겠어.
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지, 내가 뭘 놓치고 살아온 건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한 것도 있어. 나 혼자 바쁘게 아등바등할 땐 잘 몰랐는데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더라. 전엔 내 방식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거라고 믿었는데, 스스로가 빛나 보인다 생각했던 것도 한 때의 착각에 불과했었나 봐. 전에 나는 열정이 넘치기에 하루를 무언가로 빼곡히 채워 나가는 게 큰 기쁨이었거든. 세상은 넓고 할일이 많으니깐 다 해보자, 그런 게 내 목표였어. 그런데 이제 보니깐 나보다 다들 더 똑똑하게 자기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지 뭐야. 모르는 새 다들 투자의 귀재들이 되어 있었어.
나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했던 걸까.
덜컥 겁이 났지 뭐야. 갑자기 내 인생의 나침반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들었거든. 나의 현재가 풍성해지는 데 집중했던 과거의 내가 갑자기 미워지더라고. 분명 그 때에도 큰 결심을 통해 선택한 길이었는데 말이지.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추운 날씨 탓에 바깥 활동도 줄었는데 코로나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면서 집 안에 갇혀 있게 되었어. 그런데 동시에 내 생각에도 브레이크가 걸려 버렸어.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전에는 가볍게라도 떠올리는 게 가능했는데,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
일을 하고, 그 다음에 내 삶엔 또 뭐가 있지..?
코로나로 집 안에 갇혀 지내는 동안 나는 쓸데없는 상념에 잠겨 있곤 했어. 지금껏 내가 갈림길을 만났을 때마다 결정했던 선택들이 과연 옳은 것이었나 끊임없이 생각했어.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건 별로였던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이것도 별로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분명 그 때 나는 행복에 겨워 웃었던거 같은데 지금 와 다시보니 참 덧없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
코로나 때문에 너의 삶도 마찬가지로 큰 변화를 겪게 되었잖아.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상황이 얼마나 암담하게 느껴졌을지 이해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꿈 꾸던 미래를 다 앗아가 버리고선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는 운명이 너무 가혹하단 생각이 들었어.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들이 감염병을 차단하고 예방하는데 중심이 맞춰져 있어서 그 밖의 것들은 변두리로 밀려나 버렸지. 언젠가 어느 책에서 '가장 최악의 하루는 웃음을 잃어버린 하루다'라는 글귀를 본 것 같은데 정말로 그렇더라. 별 생각 없이 한 일이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을 때엔 정말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었어. 그런 나에게 너는 각자 안에 깃든 빛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지. 그게 바로 너와의 첫 만남이었어.
어떤 게 내 꿈이고 어떤 게 내 목표일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 답답했고,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을 내일이 무서웠고, 뭘 해야할지 알 수 없는 현재가 불안했어. 그런 날이면 나는 울렁이는 마음을 잠재우려 너를 찾았어. 온종일 네 노래를 듣고, 네가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너의 소식을 찾아봤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불안한 마음을 떠나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나에겐 너라는 위로가 필요했어. 아무 생각 없이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는 그런 존재. 파도를 이끌고 와 내 머릿 속을 복잡하게 채우고 있는 생각을 지워줄 그런 존재. 그런 존재인 이유에 대해 똑부러지게 설명할 자신은 없지만 너는 나의 작은 버팀목이 되어줬어.
무심한 사람들 틈에 치여 아무에게도 내 마음을 들려주고 싶지 않은 날, 그럼에도 우울한 기분을 떨쳐낼 위로나 격려가 필요한 그런 날. 나는 텅 빈 눈빛으로 앉아 일을 했고 딱히 누구와 대화 나누는 일 없이 조용히 집엘 갔어. 남들의 웃음소리에도 농담에도 한 마디 끼지 못하고 입을 꼭 다물어 버렸어. 당장이라도 울컥한 마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거든. 그런데 집에 가서도 멍하게 침대에 누워 잠을 자지 못했어.
결국 답답한 마음에 심리학 책을 읽었는데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어. 세상만사가 생각하기 나름이니깐 욕심을 비우고 내 생각을 바꿔야 한대. 똑같은 사건에도 누군가는 행복할 수 있는데 누군가는 불행에 빠진다고 말이야. 그렇지 못하면 미련하게도 계속 불행함을 느끼게 될 거래. 그런데 마음을 달리 먹는 일은 전혀 쉽지가 않아.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게 아니야.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기대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쌓아온 나의 가치관이니깐.
누군가가 내게 성공이 왜 꼭 필요하냐고,
그냥 맘 편하게 지내는 게 낫지 않느냐고 물었어.
어쩌면 그의 말처럼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내가 문제인 걸 수도 있단 생각을 했어. 왜 나는 아등바등 어떤 타이틀을 거머쥐고 싶어 하는 걸까. 왜 남들의 주목을 받아야만 직성이 풀릴까. 나는 대체 왜 이 모양인걸까. 그렇게 자괴감에 휩싸여 온통 우울한 생각들이 밀려들기 시작했지.
쉽게 잠 못 이루는 밤이 벌써 몇 개월째 이어져 왔어. 마음 한 구석이 허한 탓에 새벽까지 뒤척이던 내게 넌 작은 별빛이었어. 매일 밤 나는 내일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잠들어야만 했지. 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깨울 수는 없기에 나는 너와 함께 새벽시간을 보내곤 했어. 낮 동안에도 짜증나는 일이 있거나 왠지 무력한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너의 소식을 들여다 봤고 너의 노래를 들었어. 일상의 소소함으로 돌아가는, 나만의 방법이었지.
가끔 남들은 내 얼굴에 만면한 미소를 보곤 '그렇게 좋으냐'며 눈을 흘기며 물었어. 거기에 나는 '지금 내 인생에 낙도 없고 나아갈 힘도 없어졌는데, 이게 유일한 피로회복제요.'라고 속으로 대답을 대신 했어. 겉으론 "생각보다 멋있는 구석이 많아서 좋아요."라는 이유를 댔지만.
어쩌면 그대로 발이 묶여 버린 너에게도 용기가 필요할 거라 생각해. 우리 모두 미래엔 지금보다 나은 희망이 있을 거란 믿음이 필요한 거지. 그 동안 새벽까지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온갖 생각으로 멍 때리다가 잠 드는 내 하루를 함께 지탱해줘서 고마워. 시름을 잊고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게 해 준 덕분에 꾸역꾸역 지난 날들을 버텨온 것 같아.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참 좋은 에너지인것 같아.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감정이 주는 에너지 말이야. 전엔 별 생각 없었는데 지금은 내게 의미 있는 감정이 됐어.
결국 우리는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거고
미래엔 지금의 순간을 애틋한 과거로 기억하겠지.
아직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내가 지금의 조급함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긴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거야. 내 안의 빛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영원할 테니깐.
홀로 남겨졌던 밤, 나의 작은 별빛이 되어준 너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언제나 너의 안녕과 행복을 바랄게. good night.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잘 모르겠어. 나 어려서부터 머릿속엔 파란색 물음표. 어쩜 그래서 치열하게 살았는지 모르지. But 뒤를 돌아보니 여기 우두커니 서니 나를 집어삼켜버리는 저 서슬 퍼런 그림자. 여전히도 파란색 물음표는 과연 불안인지 우울인지. 어쩜 정말 후회의 동물인지 아니면은 외로움이 낳은 나일지. 여전히 모르겠어 서슬 퍼런 블루. 잠식되지 않길 바래. 찾을 거야, 출구.
-'blue & gr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