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이 낯선 당신과 나누는 이야기
‘어미 오리’가 된 요즘
요즘 입사한 지 보름 정도 된 신입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기존에 함께 일하던 팀원 여럿이 우르르 나가고 빈 자리를 신규 직원 3명으로 채우게 됐다. 처음으로 후배를 가르치는 선배 입장이 됐다. 전에 없던 새로운 부담이 생겼다. 신규 직원들은 머릿 속이 새하얀 도화지와 같은 상태라 가르치는 데 배 이상으로 힘이 든다. 업무를 하다가도 마치 선생님이 된 냥 부분부분 쪽집개 과외를 하고 있고, 설명을 하다보면 어느 새 우르르 몰려온 그들에 둘러싸여 있다. 역시, 신규자답게 배울 의지가 넘치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내 하는 일엔 별 진전이 없다.
전에는 제법 여유있게 시작하고 끝맺던 하루였는데 요새는 무슨 정신으로 버티는지 알 수 없다. 온 종일 일하면서 신규 직원에게 업무 가르쳐주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새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지금 잘 설명해 놔야 앞으로 업무 처리가 잘 숙달되리라 하는 생각에 전달하는 내용에 더욱 꼼꼼히 신경쓰고 있다. 그리고 내가 신규이던 시절 느꼈던 감정을 되새김질하며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지 생각을 곱씹어 본다. 그들이 보고 배우는 대상인 내가 좋은 길잡이가 되고픈 마음이다.
또 최근에 어느 신규 직원 하나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내부적으로 신규 직원들의 처우 문제가 불거진 터라 더욱 그들의 상태를 주시하고 있다. 혹시 남몰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아닌지 늘 그들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적어도 첫 시작에 서러움으로 가득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처음엔 마음이 급해 행동이 앞서고 실수할 확률이 높다보니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그래서 적어도 나는 그들의 실수를 빨리 알아채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처음이라 서툴고 부족한 것들 투성이인 그들이 나도 어색하고 그들 역시 조바심이 나는 듯 하다.
그런 후배들이 오늘은 잔뜩 울상인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보다 더 위의 선배에게 업무처리가 느리다며 조금 지적을 받은 뒤부터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지적 받는 게 달갑지 않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건만 꽤 크게 충격을 받은듯 했다. 하지만 나무람을 감당하는 건 내 몫이 아니기에 그저 그들이 움츠러드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런 한편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기도 되지 않기도 했다.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들이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뭐 때문에 서럽다 느낀걸까. 부족한 게 있었던걸까. 그렇게 고민이 깊어지던 중에 한 선배가 이런 말을 내게 던졌다.
이제 네가 선배가 되는 법을 배울 때야.
지금 겪는 건 앞으로 숱하게 만날 후배들 앞에 설 선배가 되는 과정인 거야.
내게 여운을 남긴 그 한 마디에 나는 집에 오자마자 다시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신규들에게 편지를 남겼다. 물론 별 의미 없이 전달될지 그들에게 어떤 울림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내 할 몫으론 충분하다 여기며.
안녕하세요. 부족하나마 선배라는 이름으로 여러분과 함께 일하고 있는 OOO입니다. 늦은 밤에 오늘따라 짙게 그늘져 있던 얼굴들이 생각 나 몇 자 적습니다.
사회생활이든, 일상의 삶이든 잘 해보려고 애쓰는 과정을 수 없이 겪지만 때론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고 깨지기도 하면서 교훈을 얻는것 같아요. 후배님들에 비해 제가 더 인생에 대해 무지할지도 몰라 감히 조언을 드리기 민망하지만, 편히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첫 시작, 얼마나 설레고 긴장되는지 잘 압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팀에서 1등으로 사무실에 도착하는 건 항상 저였는데 이제 그 자리를 여러분께 내어드리게 됐어요. 항상 아침 일찍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의욕적으로 열심히 하다보면 인정받을 것이다 하는 기대감과 지금 내가 부족하다는 긴장감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계시겠지요. 잘하려는 마음 그리고 잘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모두 다 이해합니다. 지금은 그럴 때니까요.
하지만 너무 잘 하려고, 잘 보이려고 애쓰지 마세요. 지금 며칠 간의 노력으로만 평가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급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규자라는 핸디캡은 모두가 이해하는 부분입니다. 부족하더라도 열심히 하시면 그 모습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내 능력을 온전히 펼쳐보일 수 있는 때가 올 때까지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업무에 임하시는 게 낫습니다. 너무 욕심을 부리다간 몸도 마음도 지칠 수가 있어요.
신규시절에 제가 딱 그랬거든요. 평판이란 게 쉽게 퍼지고 오래간다 하는 소문에 겁을 먹기도 했고, 남들보다 빨리 훌륭한 명성을 쌓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그래서 의욕은 넘치고 경험과 실력은 부족한 채로 함부로 나섰다가, 나설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혀 눈물 콧물 쏙 빼기도 했지요. 당시 제 주위의 선배님들 그리고 윗분들은 그런 저의 전투적인 모습을 걱정하면서 한사코 말렸지만 저도 쉬이 물러나지 않았어요. 이게 지금으로부터 오래지 않은 때입니다. 성공에 대한 집착, 인정에 대한 집착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된 건 뼈 아픈 가르침이 된 여러 사건들을 겪고 난 뒤였어요.
지금의 시기는 시간이 흘러 미래에 돌아볼 과거로 남을 겁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긴장도 되는 게 당연하니깐, 괜찮습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저 역시 처음에 이 업무 시작할 무렵 다른 팀에 있다가 업무를 새로 맡게 됐는데 너무 긴장이 되더라구요. ‘일이 엄청 쌓여있다는데 어떡하지, 내가 제일 못하면 어떡하지’ 하며 막 불안감이 심해져서 당시 많이 의지하고 있었던 팀장님께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잘 할 자신이 없다. 실수할까봐 너무 무섭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팀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실수하면 만회할 방법을 찾으면 되지.
실수하는 걸 너무 두려워하지마.
그거 별 거 아니야.
당시 이 진심어린 조언 한 마디에 불안함이 많이 씻겨져 내려갔습니다. 저도 처음 지원금 업무 시작했을 때 제가 제일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 깊었습니다. 이거 하나도 못하다니 하는 자괴감도 들었어요. 그렇게 처음엔 처리속도가 지지부진했지만 지침과 규정을 자꾸 읽고 좀 느리더라도 저만의 방법으로 확실하게 확인하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자 속도가 빠르게 향상되더라구요. 결국 업무효율이나 숙련도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입니다. 지금 너무 안달나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니 마음을 굳게 먹으세요. 자신을 믿으시구요.
사실 처음이니깐 잘 모를 수도 있고 헷갈릴 수도 있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그럴 수록 남의 말에 더더욱 귀 기울여보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묻고 다가가서 먼저 인사하고 그런 것들이 중요하더라구요. 저는 처음 일 배울 때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어떻게 행동하는 게 더 도움이 될지’ 남들의 행동을 모방하기도 하고, 전화하시는 것도 많이 듣는 등 여러방면으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보통 일 배울 때 처음부터 다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열심히 선배들을 좇아 귀동냥을 많이 했습니다. 먼저 나서서 구해야 얻는 게 더 많은 법이니까요.
저도 처음에 멋모르고 인사를 잘 안했다가 팀장님한테 혼났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그 팀장님 덕분에 배운 게 참 많았는데, 처음엔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게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곧 익숙해졌습니다. 또 조금씩 친해지고 나니 가끔 과자도 건네 주시고 화장실에서라도 마주치면 예뻐라 해주셨어요. 가끔 울적한 날엔 저를 보며 웃어주는 분들이 계셔서 안 좋은 기분도 털어낼 수 있었지요. 제가 먼저 다가가고 노력하면 언젠가 함께 다가와주시고 제가 이 작은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주더라구요. 중요한 부분이니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는 이제 막 공직생활을 시작한 주무관님들을 많이 응원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노력 끝에 합격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신 거잖아요. 물론 이후에 또 다른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서로 함께 의지하고 기운 북돋아주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싶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저희 선배들이 버텨온 힘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명확하게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도움을 정확히 드릴 수가 있고 문제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요.
특히 우리가 한 팀이라는 것,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동료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저 역시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꽤 열심히 레이더망을 펼쳐서 여러분들께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얼마나 와닿으실진 모르겠어요. 실은 제가 여기서 일한 뒤로 후배 없이 늘 막내로만 거의 지내와서 관리자는 모셔봤어도 제 아래에 후배와의 관계는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더욱 제 능력 이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혹시 불편한 점이나 또 원하는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함께 하는 팀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의견 수렴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용 후 처음 1년 동안은 많이 헤매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저 역시 혼돈의 시기, 가치관이 정립되고 사회생활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는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미 저보다도 더 많은 사회 경험이 있을 순 있지만 공직생활은 제가 조금 더 먼저했으니, 주제 넘지만 이런 저런 말씀들을 드려요. 무엇보다도 힘들고 어려운 점은 언제든 털어놔주세요. 제가 미약하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많이 챙기고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지내며 지금보다 웃을 일이 더 많아지길 바라겠습니다. 우리 많이 웃고 떠들며 즐겁게 지내요 :)
오늘도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오늘도 힘내세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