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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Aug 16. 2022

어서와, 브런치는 처음이지?

큰 재능은 없지만 꾸준히 하고 싶은 것

엄청나게 유용한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대단하게 심금을 울리는 것도 아니라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 그럼에도  얘기를 계속해서 끄적이는 사람.


내 얘기다.


  좀더 정돈된 생각을 글로 옮겨야지. 특히 사회문제에 대한 분석이나 영화 등의 문학을 읽고 리뷰하는 글을 써 보리라, 처음 생각은 그랬다. 대학시절 공부했던 게 대체로 그런 것들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됐지만, 문제를 파악하고 분석해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게 전공 수업 내용이었다. 그런 방식에 오랜 시간 길들여져 있어서인지, 그리고 나름 주어진 과제와 보고서를 잘 써냈다는 자부심에서인지 브런치에 처음 뭔가를 끄적일 때만 해도 나만의 분야를 만들어볼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쓰다 보면 지금 당장은 어려워하는 ‘소설쓰기’에 도전해보리다,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나는 글쓰는 데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걸.


  처음 구상했던 대로 나의 ‘대표 장르’를 정하자니 우선 직장 얘기는 그닥 쓰고 싶지가 않았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전혀 매력적이지 않아서 소재로 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해도, 쓰면서 자기혐오에 빠질 것 같았다. 물론 공무원을 지망하는 사람들 혹은 이쪽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자극적인 에피소드나 업계비밀(!) 같은 것을 알려줄 수도 있으나 내가 즐겁지 않은 글이 될 것이 뻔해 포기했다. 언제 한 번은 우울함이 가득 담긴 성찰글을 썼다가 숭고한 직업에 대한 모욕이라는 댓글까지 달렸다. 하지만 브런치라는 공간은 일상에 지친 내게 휴식과도 같은 공간이어야 했다.


  또 한편으론 유용한 정보 전달을 위해서는 그 만큼 발빠르거나 인생에 당해본(?) 경험이 많거나 한 직종에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도움이 될 텐데 나는 세 가지 중에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뛰어나고 대단한 사람들이 많으며 그 덕분에 내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늘 체감하고 있다. 같은 직장인이면서 생각의 범주와 행동의 반경이 어쩜 저렇게 다를까 하는 걸 영상과 글로 느낀다. 그렇다 보니 나만의 이야깃거리가 뭔지는 아직도 명확히 정하지를 못했다. 한 동안은 이 부분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그토록 싫어하던 ‘내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이라니, 참 고루한 선택이었다. 물론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https://www.google.co.kr/amp/s/www.tomvmorris.com/blog/2015/8/4/the-art-of-writing%3fformat=amp


사실 글을 정말 많이 읽는다.


  남들이 쓴 대단한 작품들을 읽으며 글을 쓸 의지가 사그라든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일상의 에피소드도 이렇게 그려내면 재밌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자신만의 분야에 대해 조리있게 설명하는 글들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러나 그런 얄팍한 자극들로는 나의 사고방식에 어떤 전환이 생길리 만무하고 없던 재능이 뿅 하고 튀어나올 리 없다. 오히려 더더욱 지금의 내 삶이 타인의 것과 비교되어 언제 이 지겨운 돌림판을 벗어나나 하는 생각 뿐이다. 창의적인 생각과 일에 대한 열정이 팍 식어버린 지금은 제발 나에게 퇴사를 다오, 이 생각뿐인데 자주 쓰다보니 너무 부정적인 것 같고 그래서 맘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남의 글을 많이 읽어도 내 것으로 소화해 새로운 걸 창조해 내는 것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사실 문학소녀를 꿈꾸는 내가 사실 익숙한 것은 논리를 앞세운 글들이다. 법 규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쓰는 말들이라 아주 딱딱하고 구조화된 글들. 소송이나 심판의 답변서 같은 것들. 그런 글쓰기를 할 때는 상대의 주장에 반박을 해야 하다보니 약간의 분노를 담아서 우다다 써내려가곤 하지만 왠지 평온한 상태에서 쓰는 서정적인 글은 익숙지가 않아서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한다.


  남들의 기호에 맞는 글을 쓴다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엔 너무 신경써야 할 현실의 일들이 많았다. 그저 내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조리있게 쓰면 누군가의 공감을 받겠지 하는 가벼운 생각뿐이었다. 물론 독자를 고려해 궁금해 할 만한 소재를 선택하고 구성을 짜는 게 바람직하지만 전문 강의조차 들어본 적 없는 내겐 조금 버거운 일이다. 그래서 그냥 실전에 부딪혀 가며 배우고 있다.


ROBERT NEUBECKER


여전히 글과는 뗄레야 뗄 수 없지만 너무 어려운 사이다.


  여전히 브런치에선 온갖 이벤트를 연다. 작가 지망생들이 앞으로 나아갈 기회가 무궁무진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나에겐 그 모든 것들이 높은 벽이다. 처음엔 출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작은 포부마저 있었다. 물론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나만의 장르가 생겨서 그 꿈에 좀 더 다가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마 천부적인 재능이 없어 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사주쟁이 말로는 나는 글 쓰는 것보단 책 파는 게 더 체질에 맞다고 했지만 장사꾼도 자본이라는 재능이 있어야 하는 법. 눈에 띄는 재능이 없는 이상 앞으로도 기회가 오길 기다리며 나를 담금질하는 수밖에 없다.


  한 때 나도 욕심이 생겨 작은 반응에도 심장이 쿵쾅거리기도 했다. 댓글 하나에 상처받아 잠 못 이루고 하트 하나에 기뻐하고. 아주 개복치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뭐가 어찌됐든 평온하다. 끄적일 만한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그 자체로 만족하고 있다. 사람들의 반응에 더 이상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었다. 어느 정도 롱런할 수 있는(?) 의지를 갖춘 셈이다. 나의 발전과 성장이 느린가보다 하는 걸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일주일에 몇 편을 써야지 하는 부담감이 있었을 때엔 소재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굴렀는데 지금은 기분에 따라, 느낌적인 느낌에 따라 이 공간을 채워나간다.


vanila papers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이가 되길 꿈꾼다.


  일을 하다 보니 책임이라는 게 참 무서운 거란 걸 알게 되었다. 내 판단과 선택이 누군가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하는 게 너무 겁이 났다. 아직은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지만 그런 무게가 주어질 때 쯤엔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바람이다. 비록 직장에선 벽지 같은 삶을 꿈꾸지만 본연의 나는 누군가의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고 싶은 사람이다. 비록 태양만큼 크고 아름답고 강렬한 빛을 내뿜진 못하더라도 소소하게 빛나는 별이 되고 싶다. 그러한 인생의 목표를 위해 글을 쓰고 무언갈 공부하거나 배우는 등 끊임없이 노력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삶을 이끌고 싶어서.


  그래서 글을 아주 오랫 동안 쓸 계획이다. 끊임없이 마주하는 일상 속 다채로운 색깔들을 발견하고 그걸 글로 옮기면서. 끈기도 부족한 사람이라, 아주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는 없지만 끈질기게 미래를 향한 문을 두드릴 것만은 변함없는 목표다. 상처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궁극적으로는 내 스스로가 즐거운 일이 되기. 


그래서 오늘도 잠 안오는 새벽에 글을 썼다. 내일의 나는 분명 후회를 하겠지.


뉴시티광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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