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share: 포기하지 않았던 삶의 기록

by 흔한여신
곧 아름답게 피어날 그대에게


안녕하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역경을 헤쳐나가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든 예비합격생 여러분.


그리고 취업이라는 벽 앞에서 스스로를 질타하며 혹은 위로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취준생 여러분.

저 역시 한 때는 취준생으로 그리고 공시생으로 치열하게 살았던 입사 3년차 국가직 공무원입니다.


저의 이십대를 돌아보면 알 수 없는 답을 찾아 헤맸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이래저래 하고 싶은 게 많았고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와 무관하게 막연히 잘 될 거라는 생각을 가졌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어떤 스펙으로 날 내세워야 할지 나라는 상품이 취업시장에서 매력적인지 고민이 많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고, 먹고 사는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거니까요.


의지할 곳이 없이 그저 취업해보겠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전전긍긍하던 시기에 진로에 대해 의논할 사람도 없고 뭘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그리고 내가 하는 게 맞는건지 확인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훌륭한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가기엔 그 선배를 잘 알지도 못하고 또 그 길이 맞는지 확신도 없었어요. 지금도 대부분의 준비생들이 그런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기소개서엔 내 지난 삶을 기록해야 하는데 아무리 뽐내보겠다고 꾸며도 내가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쓸 때마다 무척 괴로웠습니다.


그런 고민에 밤잠을 설치다가 공시생 길에 들어섰고, 타이머를 켜 매일같이 공부시간을 체크하며 숨 막힌다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릅니다. 다 지난 일이라 지금은 희미한 기억으로 남은 고통의 시간이지만, 그 때는 내 생존의 이유가 시험공부였나 싶은 서글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들은 다 내가 낸 결과물에 관심이 조금 있을 뿐 그 지난한 준비과정은 나만 아는 거잖아요.

아무도 몰라주는 나만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준비과정을 겪고 있을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다들 겪는 인내의 시간이라지만 때론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길은 어디까지 이어진걸까, photo by. Jundori


언젠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인간관계가 단절이 되는 만큼 수명이 준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 있는데 그렇게 건강을 해쳐가면서도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게 정말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꾸역꾸역 살아왔습니다.

물론 지금도 오답인지 정답인지 알 수 없이 되는대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때는 제가 만든 오답이 주는 절망감이 무척 컸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알겠더라구요. 오답을 정비하고 난 뒤에 정답을 찾았다는 것을.


공시생 생활을 하면서 살이 10키로 넘게 쪘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한 동안 걱정없이 행복하게 잘 지내서인지 살은 빠지지 않았어요. 그냥 몸무게 앞자리만 바뀌었습니다. 한창 어여쁘고 잘생긴 나이에 고독한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 건 참 고된 일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사들도 주변 어른들도 고생한 보람을 위로하기보단 채찍질 하기에 바쁘죠. 물론 준비과정에서 금세 나태해져서 아깝게 시간을 흘려보는 경우도 정말 많이 봤기 때문에 쓴소리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런 말에 자신감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의 생활패턴이나 공부습관과 비교하며 자신을 깎아내리고 억지로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은 멋을 흉내낸들 오래도록 내 것이 되진 않더라구요.


언젠간 당신만의 꽃을 피워낼 거에요, photo by. Rojoy


특히 지금과 같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 게 더 심적으로 부담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준비한 자에겐 기회가 온다는 말이 맞으니 열심히 한 분들께는 어떤 방향으로든 해답이 주어질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칼을 뽑았으니 자랑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 봐야죠.

저 또한 뭐라도 해보겠다는 일념 하에 나아갔을 뿐인데 결승선에 도달했습니다. 끝까지 잘 되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게 아니라 아무런 성과도 없을까봐 불안하고 또 불안했는데도 말이죠.


저의 고단했던 한편으론 찬란했던 '준비생'시절을 돌아보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완생'으로 나아가는 길이 비록 험난할지라도
여러분의 삶의 여정이 멈추지 않기를,
저의 기록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A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