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쓰는 일기 _9

끄적이는 오늘의 생각,

by 흔한여신
스무 살에 블로그를 개설한 뒤로 공시생이 되기 전까지 가끔 들락거리며 블로그에 글을 남겼었다.


그 블로그에서 쓴 명칭(필명)도 '흔한여신'이었는데 이 명칭은 고등학생 때 지었다. 역설적인 표현에 푹빠져 있었던 나는 '여신같다'라는 표현을 타깃으로 삼아 원래의 의미에 반전을 더했다. 사실 지을 당시에는 꽤 심오한 의미가 있었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던 어린 아이가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있다가 드넓은 세상으로 나오게 되면서 자신이 흔하디 흔한 평범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의 씁쓸함을 담은 표현이다.


많은 블로거들이 음식, 맛집, 명소 및 신제품을 소개하는 휘황찬란한 글을 남길 때 나는 간간이 학교에 과제로 제출한 리포트를 편집해 올리거나 내 하루에 대해 조금 끄적이거나 하는 정도였다. 특별한 관심사가 없어 영화에 대한 리뷰나 놀러 갔던 이야기 등 일상생활이 소재로 쓰였다. 글로 이목을 끌고자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내가 보고 싶어 기록으로 남겼던 내용들이다.


사실 주된 목적은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비공개 폴더에는 많은 일기들이 남아 있는데 비밀 글이라 당시의 솔직한 심경이 상세히 드러나 있다. 알바하다가 짜증났던 일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같은 학과에 미워했던 친구에 대한 욕 그리고 존경했던 선배와의 일화 등이 적혀 있다. 개중 일부는 기억 속에 지워져 있었는데 다시 보니 이런 일이 있었는가 싶어 새삼스럽다. 일부를 공개하자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나는 한 없이 부족한 사람이다.

매 도전에는 기쁨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는 기쁨보다도 더한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자꾸만 나는 장벽에 부딪혔다. 그건 내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이자 이 세상이 쳐 놓은 바리케이트이기도 하다.

때론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이왕 빼든 칼자루 다시 칼집에 집어 넣는 것보다 초라한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희망을 가졌다. 말도 안 되는 도전일 수도 있지만 욕심을 부렸다. 그 과정에서 수 없이 상처를 받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상처 받고 힘들어하더라도 후회하긴 싫었으니까.

나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빛날것 같은 사람이고 싶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이 성장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빛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게 목표이지만, 아직 내게는 먼 이야기다.





지금이나 그 때나 생각의 결은 변함없는 것 같다. 그래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아쉬웠을 그런 이야기들이다. 물론 치기어린 마음이 녹아 있는 글이 많아 지금의 내가 읽기에도 벅차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남겨진 내 과거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며 브런치에 옮길 만한 글을 물색했다. 하지만 싹 다 뜯어고쳐야 할 게 많아 옮기는 작업은 이쯤에서 포기하기로 했다. 다만 그 오래 전부터 내가 바라왔던 소망은 여전히 품고 있다. 블로그 소개글에서도 밝혔듯 "언젠간 좋은 글로 세상을 바꾸길 꿈 꾸는 여자"로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photo by. Jundori




사진 출처: https://www.mindful.org/turn-negative-emotions-into-your-greatest-source-of-strength-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