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쓰는 일기 _8

끄적이는 오늘의 생각,

by 흔한여신
나에게 아이돌 덕질에 관한 일화가 생길 줄은 미처 몰랐다.


더욱이 내가 오빠라고 지칭할 수 없는 세대가 모인 그룹이다. 내가 고딩이던 시절엔 SM 출신 그룹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고 그 중에서도 엑소가 대세였다. 바쁘고 치열한 삶에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로 얽혀있지 않은 유대관계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랑비에 젖듯 팬심이 스며들었다. 알지 못하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감사함 그 마음의 결정체는 무엇일까.


잠시 내 삶에 생긴 ‘관계의 공백’을 다른 방식으로 메우고 나니 허무함은 좀 덜한 것 같다. 휘청이는 내 삶의 중심을 다시 단단히 세우기 위해 쉬어갈 곳이 필요했기에 나름대로는 소소한 행복이 있는 삶이다. 사실 어제 새벽 내내 밤잠을 포기하고 썼던 글은 나의 지난 한 해를 반추하는 내용이기도 했다. 1년이 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 내가 기뻤고 또 한편으론 슬펐노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 나의 추억에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덧붙여 더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어서 뿌듯한 글이었다.


사실 글을 쓴 계기는 누군가가 ‘탈덕하겠다’며 남긴 글을 읽은 것이었다.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열렬한 덕후로 살아온 그에게 한 때 넘쳤던 애정의 불씨가 꺼진 탓일까, 작별을 고하곤 사라졌다. 한 사람의 ‘변화’가 남긴 씁쓸함을 조용히 삼키며 나의 지난 시간들과 지금의 순간들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든 후회 없는 현재라면 족하다는 결론을 내린 뒤 순식간에 글을 써내려 갔다.


시간을 잇는 길(경복궁), photo by. Rojoy


변해버린 세상에 발 맞춰 간 내 모습


올해 초만 해도 유튜브는 거의 보지 않고 카톡에 칼답하기 바빴다. 처음엔 유튜브에 업로드된 콘텐츠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유언비어와 거짓정보가 만연할 뿐만 아니라 자정능력이 떨어지는 공간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멀리했다. 하지만 요즘엔 유튜브의 헤비유저가 되었고 카톡 알림은 거의 꺼놓고 보지 않고 있다. 자연히 답장 속도도 아주 느려졌다. 특히 덕질을 위해 프리미엄까지 결제한 유튜브는 무료함을 달랠 최고의 여흥이 되었다. 노는 것도 랜선으로 할 수밖에 없는 시국엔 이만한 놀거리가 없지 싶다. 달라진 거리의 풍경만큼 내 모습도 변했다.


예전엔 독서모임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관심이 뚝 떨어졌다. 일단 사람들이랑 뭘 하는 것에 지금은 거부감이 든다. 남들의 의견에 내 의견을 얹으며 나름대로의 하모니를 쌓아가는 게 재밌다 여겼는데, 좋든 싫든 남들의 말과 행동에 반응해야 하는 일이 사실 불편하다. 무관심한 태도가 대화에선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이기에 끊임없이 남의 시선을 좇게 되는 내 움직임이 꼴보기 싫다. 다른 한편으론 좋은 시너지를 얻고자 하는 기대감이 충족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다. ‘타인의 낯선 생각을 여행한다’고 해서 반드시 위로와 공감을 얻는건 아니었다. 이질적인 생각에 날카롭게 찔린 적도 많았다.


I do my thing


이런 공개된 공간에 글을 남기는 데에 때론 많은 걱정과 고민이 뒤따른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은 영원히 신경쓰이는 문제라 그에 얽매이는 일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내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억지로 하고 싶진 않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나는 적어도 그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 한다. 물론 내 이야기에 함께 울고 웃어줄 사람들이 있다면 더 기쁘겠지만, 그런 욕심 없이 내가 만족할 만한 이야기였는가에 더 관심을 기울이려 한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