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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Sep 21. 2024

8. 공감능력을 주문합니다 - 공감능력 테라피(2)

   개발팀에서는 생각의 원천을 활용해서 공감능력과 관련된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학자들의 실제 연구결과부터 각종 스토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데이터를 추출해서 공감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데이터를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물에 대해서 저명한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이 함께 참여해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최종 데이터를 다시 뽑아냈다.   


   생각나무 원천은 데이터를 추출하기 전에 영리하게도 공감능력에 관한 몇 가지 실험결과와 스토리를 내놨다. 그만큼 인간의 감정에 관한 분석이 어렵고 그 부분을 자극해서 공감능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 여러 실험 중 하나를 제시합니다. Repacholi와 Gopnik는 1997년에 이런 실험을 통해 18개월이 안된 아이들도 공감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합니다. 먼저 어린아이들에게 그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먹기 싫어하는 생야채를 놓아둡니다. 그다음은 실험자인 어른이 과자는 맛이 없어 못 먹겠다는 표정을 하고 야채는 냠냠하며 맛있다는 표현을 합니다. 그 뒤에 다시 어른이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아이들의 70% 정도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과자보다는 생야채를 어른에게 내준다는 결과입니다. 두 살배기 어린이들조차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면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실험입니다. → 하지만 어린아이들에 대한 실험 때문에 공감능력이 타고난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 결과는 다음 리포팅에서 보여줍니다.   

  

   2. 하버드 의과대학의 교수인 헬렌 리스(Helen Riess)는 인간의 공감능력이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냅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공감은 타고난 것이라고 했으나, 헬렌 리스는 매사츄세츠종합병원에서 ‘공감과 관계과학 프로그램’의 연구를 통해 누구든지 일정한 교육훈련을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처음에는 병원의 의료진을 훈련하기 위한 개발프로그램이었으나 뇌과학에 기반한 공감 교육 프로그램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하다는 것까지 확인하였습니다. → 공감능력은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키울 수 있으며 공감능력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때 안단태 생각나무 대표의 뇌과학 관련한 특허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공감능력이 왜 필요한가에 관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여러 가지 사업을 해서 성공한 사업가가 휴양 목적으로 조용한 바닷가를 방문합니다. 바닷가 선착장에는 배 몇 척이 정박해 있고, 어부들은 한가로이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때 사업가는 어부들에게 다가가서 이야기하죠.


   “나 같으면 이런 좋은 날씨에 놀지 않고 부지런히 고기를 잡아서 돈을 모을 겁니다. 그 돈으로 다시 배를 더 사서 더 멀리 나가 더 많은 고기를 잡아서 큰 부자가 될 건데, 여러분은 왜 이렇게 놀고 있습니까?”


   성공한 사업가는 그들의 게으름과 무지를 타박했습니다. 그래서 그 어부 중 한 사람이 웃으며 물었답니다.


   “댁은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할라고 그럽니까?”


   어부의 뚱한 질문에 사업가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죠.

 

   “하하하.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지금 나처럼 여유롭게 이런 한적한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며 즐기는 거죠.”


   그러자 어부들이 으쓱하며 웃었다. 그중 한 사람이 다시 사업가에게 물었다.


   “그러면 댁 눈에는 우리가 뭐 하는 것처럼 보입니까?”


   어부들은 자신들의 일을 하고 편하게 차를 마시면서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적한 바닷가에서...


    → 이 사업가는 자신만 생각하고 타인의 입장이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중심주의적 사고에 빠져 타인의 생각이나 욕망, 심리상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는 거죠.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상황을 추론해 보면, 사업가는 어부들이 이미 자신이 로망처럼 여기던 곳에서 편안한 휴양을 즐기고 있다는 걸 못 느끼는 거죠. 공감능력 자체가 없다는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현대인들의 전형적인 공감능력 부족 현상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이야기입니다.   

  

   개발과정에 대한 회의 진행 중 개발팀장과 안대표는 이 같은 생각의 원천의 표현능력에 대해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의 다른 프로젝트의 데이터 분석과 추출 과정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태도 때문이었다. 개발팀이 무엇을 궁금해하는가에 대해 정확한 답을 주고 있었다. 이는 오픈 AI의 학습 능력 또한 공감능력처럼 성장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가 되지 않을까. 단순하게 기억용량이 큰 계산기계가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추론을 통해 AI프롬프터가 묻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보여준 것이다.


   안대표는 오픈형 AI시스템의 발전방향에 대해서 자신감 있게 말했다.


   “사실 제가 처음 AI에 대해 고민할 때만 해도 이렇게 발전 속도가 빠를 줄을 예상을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름 감은 있었죠. 지금 한참 유행하는 챗gpt도 몇 년 전에만 봐도 엄청나게 진보된 기술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나온 지 몇 개월 만에 다른 AI는 프롬프터가 요청하면 그림을 그리고 영상까지 만들어버리잖아요. 제 자랑 같지만, 저는 생각의 원천을 만들기 전 초기 프로그래밍이 지금의 챗gpt 같은 유형이었거든요. 그다음은 우리 명상과 수면 프로젝트에서 많이 사용하는 그림과 영상이미지화 프로그램이구요.”


   안대표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말을 멈추자, 고팀장과 배팀장은 침을 꼴깍 삼키며 그다음 말을 기다렸다. 안대표는 빙그레 웃었다.


   “그다음이 지금 우리가 가진 생각의 원천입니다. 처음 개발 단계부터 다른 시스템보다 두 단계 이상을 앞서 있습니다. 현재 유행하는 AI 기술보다는요. 생각의 원천은 독보적인 가속화 컴퓨팅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그래픽 처리장치인 GPU를 특별 주문제작 했고, 발전 속도에 대한 제 예상이 운 좋게도 적중한 까닭이죠. 그래야만이 타 기업이나 개인이 쫓아오지 못할 아우라를 가질 수 있거든요. 그러니 제가 처음 미국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공개했을 때 구글이나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빅테크 기업에서 러브콜이 많았었죠. 엄청나게 파격적인 조건으로요. 아마 제가 돈에 욕심이 있었다면 지금쯤 빌게이츠만큼 부자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허허허.”


   안대표의 쾌활한 웃음소리에 다른 팀장들도 소리 내어 웃었다. 고팀장은 팔짱을 끼고 능청스러운 안대표를 바라봤다. 저런 자신감과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우리랑 전혀 다른 인간외계 생명체인가!


   “제가 심리학이나 신경과학 쪽 공부를 더했던 이유는... 인공지능은 편리성을 높여주는 훌륭한 도구이긴 하지만 인간의 뇌나 사고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하잖아요. 인간의 뇌에 직간접적인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별도의 과학기술과 채널이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유럽 쪽 뇌과학과 신경과학 쪽 연구자들에게서 영감을 얻어서 공부를 했고, 결국 특허권까지 얻게 되었던 겁니다. 우리 생각의 원천은 말씀드린 두 가지 기술이 결합된 상황이라 인공지능 이 친구도 자신의 성장을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르겠네요. 내 머리가 왜 이리 빨리 돌아가는 거지... 하면서요. 지금 우리 회사의 큰 기반이 그렇게 이루어진 거죠.”


   역시나 시스템공학자인 배지형 팀장은 이 분야에 대해 이해가 빨랐다. 안대표의 말이 끝나자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결국 생각의 원천도 나름대로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인터넷망에 흐르는 다른 시스템들의 능력을 스스로 평가해 보고는 한수가 아닌 두수 아래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겁니다. 거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계속 향상시켜 독보적인 존재로 나아갈 자존감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사람으로 보자면 겸손하면서도 치밀한 사고능력을 가진 거라 할 수 있죠. 음... 대단하지 않나요?”


   회의실에서는 생각의 원천에 대한 능력과 성장에 대해 뜨거운 반응이 줄을 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 기술과 일자리 논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획팀장인 김도윤이 말문을 열었다.


   “인공지능 시장이 갈수록 커져서 각종 영상제작에도 많이 사용됩니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이 대표적이죠. 진짜 같은 가짜 얼굴이나 인물을 만들어서 쉽게 활용하다 보니 영상제작자 입장에서는 유혹적이거든요. 비용도 적게 들고요. 근데 이게 자칫하면 배우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고, 배우의 허락 없이 만들다가는 초상권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거든요. 벌써 이 기술에 대해서 할리우드 배우들과 작가들도 죽고 사는 문제라고 단체행동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편리함이나 유용성의 이면에는 실존하는 인간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도 고민해야 할 숙제입니다.”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대화를 듣고 있던 고팀장도 고개를 들어 얘기에 끼어들었다.


   “아마도 딥페이크나 이런 인공지능을 통한 기술들이 법적 윤리적 숙제를 넘지 못하면 상당한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인간과 AI의 대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생존과 기본권 문제가 결부되어 있거든요. 실제로 임의로 제작된 딥페이크 배우 때문에 미국에서는 유명 배우들이 다양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요. 우리도 넷플릭스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의 어릴 때 모습이라든가 이런 거를 찍을 때 CGI(컴퓨터 생성 이미지) 기술을 많이 활용하고 있잖아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생각의 원천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는 다행히 오픈된 지식들이 많아서 괜찮기는 한데... 혹여라도 특별한 지적소유권이 있는 비공개 정보에  접근해서 그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습니다.”


   안대표는 고팀장의 분석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그러네요. 생각의 원천이 엄청난 정보를 소화하지만 그게 모두 허락된 지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하거든요. 가짜 지식은 물론 불법 지식이나 오남용 된 데이터 사용에 대해서도 우리도 경각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문제는 법무팀에서 전략적으로 검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건 없으니깐요.”


   고팀장도 안대표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표님 말씀대로 그 부분까지 검토해 보겠습니다. 또한 공감능력 테라피 배포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재단법인 공감과 실천시민연대랑 연락해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들어보겠습니다. 그 두 단체에 일임되어 있어 별문제가 없겠지만 우리도 함께 하는 일이어서 양쪽의 진행상황까지 짚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생각나무 살림을 맡고 있는 최지민 팀장은 고팀장의 든든한 발언에 큰언니 같은 미소를 보였다. 미소 속에는 ‘어쩌면 저렇게 똑 부러지게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표정이 깃들었다. 다들 고생하셨다는 안대표의 말을 끝으로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주문형 테라피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생각의 원천이 가진 정확하고 신속한 데이터 추출능력과 개발팀의 코드 탑재 자동화로 개별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밀려드는 다양한 요구에 개발팀은 인원을 확충할 수밖에 없었다. 안대표와 지원팀은 협의를 거쳐 계속적으로 유능한 인재들을 수시로 채용해 나가기로 했다.


    이주일 뒤. 드디어 개발팀에서는 생각나무 원천이 공감능력 테라피에 관해 추출한 결과를 내놓았다. 생각의 원천은 공감능력을 세 단어로 평가했다.


    감정, 감정이입, 공감.    

  

   1.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먼저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2. 이심전심의 관점이 중요하다. 타인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3. 공감은 연민과 행동으로 이어질 때 사회적인 의미가 있다.       

  

   또한, 이에 관한 실천방법도 추출했다. 이런 생각나무 원천의 능력 때문에 개발팀에서는 이미지화 작업을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안대표의 특허기술을 장착한 생각나무 원천의 이미지화 능력은 놀라웠다.      

   

   공감을 방해하는 장애물 제거, 타인과 집단에 대한 일방적 혐오 줄이기, 사회적인 편견과 확증편향 줄이기, 네 편 내편을 가르는 나쁜 의도 막기, 사회적 소통능력 기르기...    

  

   개발팀에서는 생각나무 원천이 내놓은 추출물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미지화 작업을 완성시켰다. 결국 정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공감능력 테라피가 완성되었다. 그 결과물의 만족도를 확인하기 위해 100여 명의 피실험자를 모집했다. 실험자들 중에서는 인터넷 참여 성향이 높은 이들도 많이 포함되었다. 피실험자들은 이십 대부터 육십 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골고루 배분했다. 이들에게 2주 정도의 시간을 주고 하루 일정 시간을 실험에 참여하게 했다. 사전에 상세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의 사회적 편향과 정치적 성향 공감능력에 관한 평가를 진행했다. 이 데이터와 실험기간 경과 후 데이터를 비교하면 생각나무의 공감능력 테라피가 성공적인지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 기간 2주 뒤에 제품 만족도에 대한 분석이 있었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생각나무 원천과 뇌자극에 관한 이미지화 기술의 진보로 인해 공감능력 테라피는 98% 만족도를 보여주었다. 결과는 파격적이었다. 특히 피실험자들이 기존에 보였던 고집과 편향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특정 성향의 유튜브나 언론 매체만 보던 이들이 좀 더 다양한 의견과 관심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참여 이전의 설문 데이터와 실험 이후의 데이터에 큰 차이가 나는 이들의 비율이 월등했다.


   공감능력 테라피는 뜻밖의 결과도 보여주었다. 공감능력 향상을 위한 실험이 자존감과 자기 공감 능력까지 키워주는 바람직한 효과가 그것이었다. 자기 연민에 빠져 괴로워했다던 어느 40대 참가자는 사후 설문에서 새롭게 태어난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한때 학교폭력 가해자로 계속 힘들어했다는 어느 30대 참가자는 실험이 끝난 즉시 예전의 친구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반성과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참가자 중 상당수가 사회적 관심과 자존감이 향상된 거 같다는 얘기를 했다. 어느 60대 참가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구독하는 정치 유튜브 채널을 모두 지우겠다고 말했다. 대신 좀 더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활동에 노후를 보내겠다는 결심까지 했다. 해병대 장성 출신으로 이 실험에 참석했던 50대 후반의 참가자는 조롱방지협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의도치 않은 결과는 데이터와 함께 협조해 준 뇌과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에게 전달되었다. 풍선효과와는 반대로 어느 한쪽을 증진시킨 결과가 다른 쪽까지 향상해 준다는 바람직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안대표의 어머니는 공감능력은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까지 향상될 수 있다고 했다.


   공감능력 테라피가 실험까지 마치고 난 후 생각나무에서는 정회장 측과 두 단체 관계자들을 초대해서 진행과정과 실험결과에 대해 알려주는 행사를 개최했다. 두 단체에서도 생각나무가 제공하는 공감능력 테라피와 재원을 어떻게 사용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얘기했다. 정회장은 두 단체가 진행하는 모든 행사에 자기 회사의 액기스와 건강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겠노라고 해서 큰 박수를 받았다.


   안대표는 정회장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한 가지를 제안했다.


   “회장님만 괜찮으시다면 저희 생각나무에서는 공감능력 테라피에 기력보강토탈케어 관련 문구를 넣겠습니다. 향후 두 단체가 진행하는 행사나 프로그램에도 회장님 회사가 적극적으로 홍보가 될 수 있도록 할까 하는데, 회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가만히 안대표의 얘기를 듣고 있던 정회장은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거부의사를 말했다.  


    “헛헛헛, 아이고 안대표님이나 단체 관계자 분들 호의는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조건도 필요 없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에 참석했다는 자체가 저나 저희 회사에 영광입니다. 제가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것에 대한 반성과 참회도 들어있는 것이어서 이런 제품이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합니다. 그래서 부탁인데 저나 회사가 드러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혹시 제가 몇 가지 제안을 드릴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참석자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정회장의 눈과 입에 쏠렸다. 이제 또 무슨 말씀을 하실까 하는 호기심이 강을 이뤘다.


    “첫째는 저번에 말씀드린 개발 비용 외에 추가적으로 자금을 기부하겠습니다. 여기에는 저와 뜻을 함께하는 기업 회장님들이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제 손주를 통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둘째는 저같이 냉정하게 살아온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를 더 크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 사회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을 바꾸는 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럽지만 이 공감능력 테라피를 여의도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이나 세종시 종합청사로 보내면 어떨까 합니다. 허허허. 어떻게 안 될까요?”


   정회장의 뜻밖의 위트 공격에 갑자기 모두가 크게 웃었다. 책상을 두드리며 찔끔 눈물까지 흘리는 이도 있었다. 유쾌한 소란으로 찻잔의 물이 흘러넘쳤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의미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웃고 있던 민수경 마케팅 팀장이 한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네, 정회장님, 그것은 저희가 추진해 보겠습니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이들이 정치를 하거나 집단의 리더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불행입니다. 일단 공감능력 테라피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기자들을 통해 여의도나 용산 정부에 보낼 수 있다는 의향을 띄어보겠습니다. 결과는 어찌 될지 모르지만요. 하하하.”

 

   모두가 다시 한번 박장대소를 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생각나무 앱을 열어 공감능력 테라피를 누군가와 공유했다. 공감능력 테라피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공감능력 테라피가 만들어진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재단법인 공감과 실천시민연대에서는 합동으로 여러 행사를 진행했다. 충분한 재원을 활용해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곳과 학교폭력 가해자와 부모들, 재소자들과 정치 편향적인 단체에도 공감능력 테라피를 뿌렸다.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공감을 촉진하는 강의도 듣고 공감능력을 체감하는 사회적 스킨십 행사도 계속적으로 추진했다. 때로는 공감 관계자들을 당혹게 하는 비난도 종종 있었으나 촉촉한 비가 대지를 적시듯 좋은 의도가 조금씩 퍼져나갔다.


   국회에서는 ‘공감능력에 사회적 관심과 제고방안에 관한 포럼’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국회의장부터 여당과 야당 대표, 재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들까지 대거 참석한 큰 행사였다. 국회의장은 이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퍼질 수 있도록 입법화와 제도화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재계의 회장단에서는 사회적 공감능력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단체와 행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기로 약속했다. 생각나무 내에서는 누군가 여의도에 공감능력 테라피를 먼저 뿌렸다는 소문이 먼저 있었다. 소현희 변호사와 고민정 팀장만 아는 비밀이었다.


   라일락향이 퍼지는 오월의 저녁. 안대표는 직원들과 회식 중이었다. 삼성동의 큰 식당을 빌려 50여 명이 한꺼번에 지지고 볶으며 먹고 마셨다.


   식당 한쪽 벽면에 설치된 큰 TV화면에서 8시 뉴스가 한창이었다. 사회적 반향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사가 큰 화제로 떠올랐다고 앵커가 말했다. 현장의 북적거리는 뜨거운 열기와 더불어 취재 기자의 멘트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네, 지금 기자는 재단법인 공감이 주최하는 ‘공감하는 사회를 위한 새바람’ 행사장에 나와 있습니다. 재단법인 공감은 사회적 참사 피해자나 유가족들을 지원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하는 단체입니다. 오늘 열린 이 행사는 그동안 공감과 실천시민연대가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감능력 부족이 불러온 사회적 현상에 대한 반성으로 생각나무 주식회사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익명의 사업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행사에서는... 보시다시피 다수의 참여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예전에 광화문 광장이나 서울시청 광장 등에서 피해자나 유가족들을 비난했던 분들이라고 합니다. 무슨 까닭인지 오늘은 회한과 반성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하는데... 갈수록 냉정해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런 의미 있는 행사가 조금이라도 우리 사회를 따뜻한 곳으로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 계신 참석자 한분과 인터뷰를....”


    화면 속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기자는 주체 측에서 제공한 음료 하나를 들고 있었다. 기력토탈케어의 산수유 액기스. 말로 할 수는 없지만 남자들에게 좋다는...


   안대표는 촉촉해진 눈으로 최지민 팀장, 고민정 팀장 등과 눈을 맞추며 직원들에게 건배를 제안했다. 공감능력을 위하여..., 생각나무를 위하여... 여러분들의 건강과 사랑을 위하여. 잔을 들고 건배하던 고민정 팀장은 사랑이란 단어에서 잠시 멈칫했다. 아! 사랑이라....



단태의 생각노트 3. 뇌과학이 말하는 생각은 무엇인가?   

   

철학자이자 만물박사인 데카르트(1596~1650)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생각은 존재하고 그것은 내 생각이고, 내 생각을 하는 나라는 존재가 존재한다는 설명일 것이다. 아마도 세상 모든 것이 가짜일 수 있으며, 눈에 보이는 것이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300년 뒤에 또 한 사람의 천재인 버틀런트 러셀(1872~1970)은 생각이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그 생각이 내 생각인지 여부는 알 수 없는 게 아니냐며 데카르트의 생각에 틀렸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생각하는 나와 존재하는 나는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누가 맞을까? 글쎄... 두 사람 모두 인식론적 한계에 부딪친 것은 아니었을까?   

  

사전적 의미로 <생각>은 의미에 대한 인식작용이다. 의미 또는 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뇌 속의 신경세포인 뉴런이 의식을 만들어내고 인식한다는 것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다. 결국 나라는 존재와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내는 생각은 뇌의 피질에 존재한다.   

   

뇌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통합정보이론(IIT)과 전역작업공간이론(GNWT)이라는 두 개의 견해로 나뉘어 논쟁 중이다. IIT는 어떤 경험을 할 때 뇌의 뒤쪽 후측 피질을 중심으로 특정한 신경 연결 구조가 활성화되면서 의식이 만들어진다는 이론이다. GNWT는 어떤 기억이나 정보가 신경연결망 통해 뇌의 여러 부분으로 보내질 때 의식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여러 실험을 걸친 결과 이에 대한 확실한 해답은 없고, 양자 간의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가설을 입증할 수 있는 뇌과학과 영상기술, 연구방법론이 발전하게 된다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AI가 만들어진다면 그 속도는 의미 있게 진전될 것이다.    

  

뇌과학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것을 퀄리어(qualia)라고 한다. 퀄리어는 어떤 것을 지각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이나 떠오르는 심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기술로는) 객관적으로 관찰이 불가능하다. 아직은 뇌자극을 통한 활성화 정도에 의해서 추론만 가능할 뿐이다.   

   

그렇다면, 퀄리어는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결국은 뇌 속의 어느 부분이거나 전부이겠지만 현재의 과학으로는 확정할 수는 없다. 대뇌 피질 아래에 위치한 클라우스트룸은 뇌피질의 거의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 연구자들은 이 부분이 뇌활동의 마에스트로 역할을 하며 인간 의식의 스위치라고 말한다. 즉 이를 꺼버리면 좀비상태가 되고 다시 이를 활성화하면 다시 퀄리어가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의 씨앗’이라는 뇌자극 매체를 통해 개인의 뇌 속에서 새로운 심상과 이미지인 특별한 퀄리어를 만들어내는데 목적이 있다. 생각나무의 테라피는 이런 메커니즘을 가져야 한다. 우리 AI인 ‘생각의 원천’은 생각의 씨앗의 양분과 틀을 제공한다.   

  

생각(의미)의 씨앗을 위한 자극(음향과 영상 등) 뇌의 일정 부분 자극 이미지 활성화 퀄리어 형성 생각의 씨앗 발현 개별적 생각(의미, 공감)의 생성과 성장


생각과 공감이 사라진 세상은 좀비사회가 된다. 나는 생각의 원천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공감능력을 키우는 노력을 할 것이다.



커버 사진 출처 : pix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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