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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Sep 25. 2024

9. 우리의 정치성향을 심어주세요!(2)

   대한당 팀이 돌아간 뒤에 회의실에는 김도윤 기획팀장과 고민정 팀장, 안대표가 자리를 잡았다. 안대표가 두 사람의 허탈한 표정을 보고는 방긋 웃었다.


   “어땠어요? 그쪽 사람들은?”


   “전형적인 정치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하던데요. 특히 노덕술인가 하는 그 정책위 의장은 나쁘게 보면 거의 사기꾼 인상이고, 좋게 보면 화술과 처세술이 능할 것 같고요. 당 사무처 사람들도 단순히 행정업무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인문사회학 쪽 공부를 많이 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노덕술은 친일 반민족행위자 아닌가요? 일제 강점기제 독립군을 체포 고문한 사람. 왜 하필이면 그분 부모님께서 그런 이름을 지어줬을까 모르겠네요. 하하하”


   고팀장이 역사에 관한 깨알 지식을 자랑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 표정을 보고는 역사에 해박한 안대표는 무한 긍정의 고개를 끄덕였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후사를 조금이라도 알거나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이해한다면... 그 이름은 피했을 거 같은데요. 제가 부모라면. 어릴 때부터 놀림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요?”


  “그니까요. 지역에 따라서는 엄청난 놀림을 당했을 거 같은데.... 개명도 안 한 거 보면 본인 스스로도 이름에 만족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요새 개명 신청은 법원에서 거의 받아주는데... 저 고등학교 때 친구 상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대학 가서 태백산맥을 읽더니.... 갑자기 개명을 해버린 거예요. 거기에 염상구란 인물 때문에요. 하하하... 재밌죠?”


   변호사인 고팀장이 안대표의 말에 웃으며 한마디를 보탰다. 이미 두 아이의 아빠인 기획팀장은 자신 역시 부모라면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는 찬성의 눈빛을 보냈다. 초콜릿 하나를 물고 빨아먹던 안대표가 커피잔을 들며 말했다.


  “그런데, 정치적 성향을 생각의 씨앗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생각나무가 지향하는 바와 부합할까요? 어떨까요?”


   졸리운 시간, 달달한 초콜릿을 두 개째 먹고 있던 김도윤 기획팀장이 말했다.


  “특별한 신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정당원의 일체성이나 단합을 위한 수단적 의미의 성향 정도는 괜찮을 거 같은데요. 말이 전당대회지. 단합대회 하는 거랑 똑같잖아요.”


   오후 들어 두 잔 째, 오늘 하루 세 잔 째 커피를 마시던 고팀장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생각이나 마음의 영역 속에 무엇을 넣을 것인가는 개인들의 양심이나 소신에 따르면 될 것 같고요. 다만, 외부에서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내는 거는 조심스럽긴 합니다. 자칫하면 사람을 꼭두각시로 만들수도 있으니까요.”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안대표도 메모하는 걸 멈추고 말했다.


  “저도 원론적으로 두 분 의견에 동의합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대한당 쪽에서 어떤 내용을 전달목적으로 삼을지 몰라요 조심스럽긴 합니다. 다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단이 정당하다고 해서 결과를 정당화할 수는 없죠. 특히 개인적인 양심이나 선택이 절대적인 종교나 정치 이념 등의 가치차원에서는 더 그렇죠.”


  “대표님 말씀을 듣고 보니... 예전 히틀러의 나치즘에서 비롯된 반성이 생각나는데요. 독일의 민족사회주의의 출발 자체는 나쁘지는 않았죠. 우리 아리안 민족이 우수하다, 우리끼리 잘 살아야 한다... 여기까지는 크게 비난의 여지가 없었지만, 이게 우생학에 기초한 인종차별주의와 반유대주의와 결합하면서 가장 나쁜 정치체제인 전체주의적 성향을 띠게 됐죠. 문제는 그 당시 상당수 독일 국민들이 이 사상에 동의했다는 거죠. 아시다시피 그 결과가 세계대전과 인종 학살 정책이었죠. 정치이념이나 신념이 무서운 게 이런 광기를 일으킬 소지를 언제든지 갖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의 제국주의도 거의 이런 식의 의식전환을 통해 세계대전의 전범이 된 거죠!”


  안대표와 기획팀장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고팀장을 바라봤다. 아니 변호사 공부하느라 사회과학 관련 책 읽을 시간이 없었을 텐데. 이렇게 정치사상에 대해 뚜렷한 주관과 지식을 갖고 있다니... 이런 놀란 표정이었다. 고팀장은 두 사람의 토끼 눈과 놀란 얼굴을 천연덕스럽게 쳐다봤다. 먼저 말을 꺼낸 건 기획팀장이었다.


  “아니, 고변호사님. 이 정도이셨나요? 세대가 예전처럼 책 읽고 토론하던 시기에 대학을 다닌 것도 아닌데... 생각보다 훨씬 깊은 지식의 소유자이시네. 허허허.”


  “그러시네요. 기획팀장님 말씀이 맞아요. 어떤 관점에 대한 지식도 그렇고, 확실한 자기주장도 그렇고. 결코 쉽지 않아요.”


  안대표도 애정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고민정을 응시하며 말했다.


  “뭐 이런 걸로... 그런 두 분이 칭찬까지 하시고 그러세요. 시대적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는 알아야 되지 않나요? 흐흐흐... 두 분은 안 그러시나 보네요. 저 별명이 원래 책벌레였어요.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그리고 우리 생각나무에서는 이 정도는 상식 아닌가요? 호호호.”


  고팀장은 자신을 칭찬하는 두 사람에게 책벌레 똑순이다운 대답을 보냈다. 똘망스러운 답변에 두 사람은 무엇이 즐거운지 책상을 치며 웃었다. 일단은 대한당의 제안에 오케이 사인을 보내기로 합의했다. 세 사람은 대한당에서 가져올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각자의 사무실로 향했다.   



  안대표는 니채를 통해 대한당이 신규 당원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알았다. 니채에 의하면... 현재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정치여론이 좋지 않아 반전을 꾀하는 계기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었다. 그 일환으로 대한당의 대북관과 세계관을 주입시켜 철저히 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을 확보하는 계획을 짜고 있었다. 특히 20~30대의 무당층 흡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정치성향 표현에 보다 적극적인 남성들의 부동표를 모으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었다.


  대한당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대전환의 계기를 통해 정권 연장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게 분명했다. 한편으로 대한당에서 생각나무에 어떤 콘텐츠를 부탁할까를 추측해 봤지만 짐작하기 쉽지 않았다. 정치색이나 견해 때문에 가족도 싸우고 헤어지는 나라인지라 여러모로 조심스러웠다.


  안대표는 생각나무 주식회사가 이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허튼 소문이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만큼 기술력과 데이터의 내용만큼은 자신 있었다. 일단을 기다려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사람 사는 세상이나 바둑판이나 똑같다. 기다리면서 상대의 수를 읽고, 한수 한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안대표는 PC에서 제1회 응씨배 결승 5번기 제5국을 열었다. 조훈현 9단의 실리와 기다림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첫 만남 일주일 뒤. 대한당 사무처 정책개발팀 관계자 두 사람이 생각나무를 재방문했다. 자신들이 씨앗에 반영할 내용을 전달하고 앞으로의 진행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기획팀장이 개괄적인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일단 대한당에서 주신 내용을 우리 생각나무에서 수락한다는 전제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식 계약 여부는 저희 법률팀과 기획팀에서 제안서와 그 내용의 타당성을 검토한 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대략 진행절차를 말씀드리면, 먼저 주입할 데이터를 생각나무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지화시켜 이를 전기 자극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상당히 최신 컴퓨터공학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 사용됩니다. 그 전자화된 이미지는 개인이 앱을 통해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계속적인 이미지 재생작업이 이루어지죠. 이때 다른 부가적인 정보와 더불어 사람의 머릿속에 각인되게끔 하는 거죠. 우리는 이 과정을 생각의 씨앗 배양과정이라고 합니다.”


  “팀장님, 그러시면 대략적인 개발기간은 어느 정도 되나요?”


  “네 그 기간은 단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곤란합니다. 일단 이미지와 부가 정보의 양, 그리고 그 생각이 뇌의 어느 부분에 작용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상이하게 소요됩니다. 자극해야 할 부분이 많은 작업일수록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죠.”


  “저희 당에서는 가능하면 빨리 추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대외이미지 개선과 당원들을 위한 선물을 줘야 하거든요. 오늘 드리는 문건에 들어있는 내용들을 잘 반영해주셨으면 합니다.”


  “주신 문건을 이미지화 작업하면서 의문사항이나 협의드릴 사항이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혹시 저희 쪽에서 문건을 필터링할 수는 있나요?”


  “아 그거는 문제 되는 사항을 말씀해 주시면 의견 드리겠습니다.”


  기획팀에서는 대한당에서 가져온 문건을 하나씩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여러 사람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의식을! 문건 여러 곳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문장과 단어가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대략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반복되었다.


  ‘빨갱이와 전우, 내편 아니면 적, 특정 국가에 대한 맹신과 맹종, 남녀 차별과 세대별 분열 시도, 기업은 선 노조는 악, 종북 좌파와 애국보수, 가짜뉴스와 애국뉴스...


  이런 단어들은 정치적 편향성은 물론 개인에게 증오심이나 적개심까지도 심어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지금까지 한국정치의 실종을 가져오게 한 근본적인 원인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단어들이었다. ‘내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이분법은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가치임에도 정치공학이라는 미명으로 교묘하게 둘러치고 있었다.


  “아니 한 나라의 정치를 책임져야 할 공당에서 지금 이런 의식이 가당키나 하나요?”


  “정당의 의식 수준이 심각한데요. 이런 식으로 편 가르고 분열시키면 뭐가 남을까요? 이 좁아터진 나라에서”


  “만약에 이런 이분법적 사고나 의식이 한참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의식 수준이 불분명한 청년 계층에 주입된다면 어떡하나요?”


  “아무리 자기 당이나 정당원을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정도를 벗어난 건 아닐까요?”


  “정당정치는 국가와 시민을 위한 목적이 우선일 텐데... 이런 식이면 국가고 나발이고 정당만을 위한 극도의 이기심인데요!”


  생각나무 측에서는 내부의견을 종합한 결과. 대한당 쪽에서 제시한 문건을 100% 수용해서는 계약할 수 없다는 조건을 붙였다. 적어도 민주사회에서 납득할만한 상식적인 수준을 요구했다. 무슨 까닭인지 대한당에서는 선뜻 하루 만에 OK 사인을 보내왔다. 정치상황이 다급했던 까닭에 생각나무의 의견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고 자신들의 문건을 적절히 수정하겠다고 했다.


  양측의 책임자들이 다시 만나 제품 개발 과정과 납품시기에 대한 합의를 거쳐 정식 계약서를 교환했다. 대한당에서는 당 사무총장과 노위원이 참석했다. 제품 공급가격은 생각나무가 제시하고, 대한당 쪽에서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독과점 기업이 누리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했다.


  대한당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을 ‘백 년 정당 대한당의 별마당’이라고 명명했다. 하늘에서 별이 나아갈 방향과 운세를 제시하듯 대한당의 미래가 밝게 피어나기를 바란다는 이유였다. 개발기간은 대략 45일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었다. 별도의 시험적용과 피드백 없이 앱 프로그램 형태로 제공하기로 했다. 당에서는 정책상 당원들을 위한 다양한 기능과 교육프로그램을 탑재한 앱까지 제공받기를 원했다.  



  대한당의 별마당이 공급된지 한 달이 흘렸다. 뉴스에 따르면 대한당의 전당대회는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서울 장충체육관에 건국 이래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국가적 위기극복과 구국을 위한 우국충정의 일념으로 한데 모여 대한당의 기치를 올렸다고 연일 뉴스에서 떠들어댔다. 국민들은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었지만, 방송국과 기자들은 그 사실을 모른 체했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청년포럼에서는 대학생들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포퍼먼스와 각종 선언문을 낭독했다. 청소년캠프에서는 나라의 미래와 보수 정당의 가치에 대한 글짓기와 그림 그리기 대회를 진행해서 이를 책자로 만들었다고 한다.


  대한당에서는 참가자 모두에게 삼성 갤럭시 탭을 제공했다. 그 탭에는 생각나무가 개발한 앱이 기본사양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참가자들은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 없이 당원 가입 시 부여된 아이디와 비번을 통해 앱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자의 권유에 따라 참가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수시로 앱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정당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 깔려있다는 안내도 있었다.


  앱 속에는 대한당을 홍보하는 영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는 청사진이 실려 있었다. 특이한 프로그램으로 ‘대한당의 별마당’이 세팅되어 있었다. 정당 관계자들은 이 별마당 프로그램을 자주 구동해서 화면 속의 이미지와 음향을 보고 들을 수 있기를 특별히 권장했다. 별마당을 접속해 본 이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랐다. 차분하면서도 현란한 이미지와 세련된 음향이 몰입도를 최대화시켰다. 집중하는 동안 무언가 희망의 메시지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듯했다. 박수소리가 요란했다.


  별마당 앱의 추상적 이미지와 세련된 음향은 명상하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무슨 까닭인지 약간은 졸리다는 의견이 많았다. 덕분에 불면증이 해소되어 꿀잠을 잤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도 대한당의 게시판에 별마당 프로그램에 대한 칭찬이 줄을 이었다. 보수 언론에서는 대한당의 전당대회가 성공리에 끝나 참석한 당원들의 만족도와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논평을 내보냈다.


  전당대회가 끝난 일주일 뒤. 노덕술 의원이 안대표에게 감사전화를 했다. 껄껄껄. 만족스런 웃음이 멀리 전화선을 타고 넘어왔다. 단태의 머릿속에 고맙다는 말과 함께 90도로 깍듯이 허리를 굽히는 그의 넉살스런 모습이 그림처럼 스쳐갔다.


  인사치레로 먹고사는 정치하는 인생다웠다. 그는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생각나무 덕분에 대한당이 백년정당으로 우뚝 설 수 있겠다고 자화자찬을 거듭했다. 생각나무 대표님과 이번 의뢰를 훌륭하게 마무리해 준 연구진 분들에게도 꼭 감사를 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좋은 생각나무의 하이테크 기술을 대통령실에도 추천하겠다고 호언했다. 대금정산은 재무팀에서 방문해서 처리할 예정이라는 업무용 멘트와 함께 다음에 한번 꼭 초대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하하하. 호호호. 낄낄낄... 대한당의 긍정적 반응에 생각나무에 회의실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서로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내심 뜻이 통하는 박장대소였다. 대한당의 제안서를 보고 많은 의견을 주고받은 개발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개발 전 회의에서 안대표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우리가 생각나무를 통해서 생각의 씨앗을 전파하는 목적은 회사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공동체를 지키는 거잖아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동선이라는 게 생기는 거거든요. 부당한 상황을 거래라는 이유로 묵인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럴 때의 지혜로운 편법은 오히려 정당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렇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별마당때문에 대한당의 당원들이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요? 우리의 좋은 의도가 엉뚱한 결과로 이어질수도 있겠는데요. 앞으로는 더 조심해서 계획을 짜야겠는데요. 히히히."


  고팀장의 기발한 역설론에 모두가 다시 크게 웃었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 때로는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법이다. 대한당의 불순한 의도를 어떻게 희석할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까닭이다.


  대한당의 별마당 해프닝은 안대표와 기획팀장, 고팀장을 비롯한 개발팀이 고심해서 만들어 낸 결과였다. 개발팀에서 의도적인 코드를 삽입시켜 형식적으로는 대한당이 원하는 정치적 이미지를 송출시키고 그 사이사이로 그 메시지를 상쇄하는 미학적 이미지를 집어넣었다. 따라서 그들이 원하는 이미지와 메시지가 전부 활성화되지는 않았고, 일부는 변형시켜서 명상과 수면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바꿨다. 앱에서 별마당 프로그램을 작동하면 당연히 세상은 아름다워 보이고 졸릴 수밖에. 계약상 직업윤리에는 반할 수 있지만, 더 큰 가치인 사회민주화를 위해서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었다. 어느 누구도 죄책감을 갖지 않았다.


  생각나무 내부에서는 이번 개발 과정 전후로 정치의 보편적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한참 동안 진행되었다. 한편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정치나 종교, 사회적 상식에 반할 가능성이 있는 가치관에 대해서는 개발 불가 방침을 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념의 영역에 억지로 무언가를 자라게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 대세가 되었다. 정치적 이념의 씨앗은 판단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이들에게는 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커버사진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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