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아침부터 어제보다 더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발목이 퉁퉁부은 시저는 비아나에서 하루 더 쉬었다 출발한다고 한다. 그간 정이 많이 든 시저와 헤어지는 게 섭섭했다. 시저는 왠지 남 같지가 않다. 나는 한국에서 가져간 마지막 남은 책갈피를 시저에게 주고 헤어져서 아쉽다고 했다. 시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며... 나를 다독인다.
에드리안, 루이지, 내가 나바레따까지 걷는 동안 눈은 어느새 비로 바뀌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몸이 휘청휘청거렸다. 나바레따에 도착할 무렵, 500m 길이의 철조망에 작은 나무 십자가들이 수도 없이 걸려있다. 그 순간 왈칵 눈물이 났다. 얼마나 많은 순례자들이 각자의 짐을 지고 이 길을 걷다가... 작은 나뭇가지를 엮어 십자가를 철조망에 걸고 마음의 소원을 빌었나... 국적에 상관없이 하나의 신을 믿고, 용기를 내어 이 길 위에 서 있는 것일까...
나는 작은 나뭇가지로 나만의 십자가를 엮어 철조망에 걸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걸으며 소리 내어 울었다. 바람이 나의 울음소리를 가져갔고, 내리는 비가 나의 마음을 씻어주었다.
나바레따에 도착해서 디아고와 저녁을 먹었다. 산티아고가 두 번째인 디아고는..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New Life가 있을 거라고 한다. 아직은 너무 멀고, 너무 힘들고, 너무 불투명하고, 내가 산티아고에 도착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경비 : 총 17.40
1. 알베르게 4.0
2. 식비 및 간식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