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항상 꿈을 꾸는 게 얼마나 오래됬는지 모르겠다. 너무 예민하다.. 피곤하다.. 카미노에서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잊었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일들이 꿈에서 생생하게 기억나고, 또 아침에 선명하게 기억난다는 것이다. 아침이면 그 꿈들 때문에 괴롭고 화가 난다. 왜왜왜!
그런데 이것은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 내 카미노친구들 여러 명이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카미노를 두 번째 걷는 이들은, 마음이 활짝 열려서 과거의 상처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아침에 샤워를 하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꿈들이 왜 나에게 나타나는가? 왜 하루도 빠짐없이 다른 종류의 내가 겪었던 아픔들이 꿈으로 나타나는가? 어제 디아고의 말처럼 내 마음이 오픈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신은 나를 카미노로 불렀고 이 곳에서 내 마음을 열어주었다면, 그리고 이 마음의 상처들을 내게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상처들을 보고 내가 길 위에, 어제의 하루에, 이전 마을에 내려놓고 잊을 수 있게 해 주시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이 상처들을 보는 게 힘들다. 매일매일 길 위에 내 심장을 채운 아픔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으로 심장을 채울 수 있다면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 나는 무언가 알 수 있을까?
햇살이 비치는 아름다운 날이다.
오늘도 나는 걸었고, 웃었고, 아파했고, 사랑했고... 그리고 살아있다.
그리고 아직 오늘은 끝나지도 않았다.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에도 너무도 넘치는 하루이다.
경비 : 총 14.54
1. 알베르게 3.5
2. 식비 및 간식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