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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카 Aug 25. 2015

36일째_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까미노 데 산티아고

36일을 길 위에서 보낸 순례자의 모습

어제 35일 만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고 에드리안을 만나 소리를 치며 포옹을 하고... 그렇게 흥분의 도가니 속에 산티아고의 첫 날 밤은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은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파라도르(parador)에 드디어 투숙하는 날이다. 나는 산티아고에 도착한 나에게 줄 선물로 한국에서 미리 산티아고 파라도르를 예약하고 왔다. 다행히 특가가 나왔다.  파라도르는 스페인 특유의 국영호텔로 스페인 전역에 위치한 고성, 귀족이나 영주의 저택, 유서 깊은 수도원들을 호텔로 개장한 곳이다. 중후함과 현대적인 내부시설을 갖춘 파라도르는 도장 찍듯 만들어낸 체인호텔과는 다르게 각 지역색에 맞게 독창적으로 꾸며져 있다.  이 호텔은 매일 점심 순례자들을 위해 특별한 식사를 준비해주기도 한다. (단, 매일  선착순으로 10명 내외만 받는다)


직업상 전 세계의 많은 호텔들을 다녔지만 실제 그 숙박비는 출장비로 지불한 것이었다. 일개 월급쟁이가 자력으로 1박에 몇 백 불에서 몇 천 불에 호가하는 고급 호텔비를 지불할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할 때마다 비용을 아껴 딱 한번씩 좋은 호텔, 좋은 레스토랑을 간다.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는 중앙광장에 위치해 있는 파라도르 호텔, 직원들의 친절도, 내부시설의 안락함, 각종 어메니티 및 데코레이션이 별 5개 반을 주고 싶을 만큼 만족스럽다. 더구나 이곳의 조식은 최상의 질을 자랑하는 음식들로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다. 나는 역시 그 지역의 문화를 반영하고, 직원들이 친절한 호텔이  좋다.



체크인을 한 후, 사도 야고보가 잠든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매일 12시에 열리는 '순례자를 위한 예배'에 참석하러 갔다. 스페인어와 영어로 진행된 예배에서는 산티아고까지 무사히 도착한 이들의 국적을 하나씩 모두 호명해준다. 코리아라는 이름이 나오니 눈에 눈물이 맺힌다. 한국의 친구들, 스페인에서 만난 친구들... 그리고 산티아고에 도착할 수 없어 내게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던 페페할아버지와 에스트레아를 위해 기도를 했다.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열었다. 아주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이 내 몸에 퍼진다.  드디어 도착했다. 예배를 드리고 나니 비로소 내가 이 길을 다 걸어냈구나... 실감이 났다.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기쁨의 눈물, 안도의 눈물 그리고 감사의 눈물...  


총 230.9 유로

파라도르 160.0

신발 19.90

화장품 20.90

점심 10.0

저녁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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