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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카 Aug 23. 2015

35일째_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도착!)(28.5Km)

까미노 데 산티아고

이제 산티아고 도착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이면 산티아고에 도착하는데 나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아 친구들에게 너희들끼리 가라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린다.  신경질에 투정이 날 것 까지야, 피곤하면 몰라도...!!


사실 나는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것이 두렵다. 아직도 남은 질문과 해결하지 못한 마음의 문제들이 너무도 많은데 걸어오는데 35일, 830Km도 넘게 걸렸는데...  이렇게 먼 길을 와 놓고도 나는 주저하고 있다. 두렵고 무서워하고 있다.


나는 남을 테니 너희는 가라고 한 친구들이 내게 말한다. 오늘이든 내일이든 언젠간 산티아고에 도착할 테니 함께 가자고. 맞아, 오늘이든 내일이든 난 언젠가 도착해야 하지.   항상 혼자서 해결하는 버릇 때문에 도움을 받는 게 어색한 나. 그러나 나 역시 마음속으로 도움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다른 이를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 내 안의 상반된 '내'가 하나로 통합된다. 나는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우리는 혼자일 수 없구나...


산티아고 대성당 앞. 드디어 830km를 다 걸었다.

나는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기다시피 걸어 정오가 되어서야 2Km를 움직인다. 오늘은 산티아고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 핸드폰으로 친구 에드리안이 혹시나 메일을 보냈나 체크한다. 에드리안은 아마 산티아고에 이미 도착했거나, 땅끝 피네스테라로 떠나는 길이겠지...  메일함에 에드리안의 편지가 있다.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그 순간 몸에 없던 에너지가 생긴다. 사랑의 힘, 우정의 힘, 사람의 힘...


이전에 에드리안과 같이 산티아고 성당에 있는 꿈을 꿨는데... 산티아고로 향하는 마지막 힘을 에드리안이 주고 있다.  그리고... 나는 순례길 35일째, 사도 야고보의 순례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드디어 도착!


많은 눈물을 뿌리고,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신과 동행하며 그 안에서 사랑과 우정을 배우고 그런 하루 하루를 걸어... 친구들과 함께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야고보가 잠들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기도한다. 35일 간의 순례 동안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35년 간의 인생 순례 동안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총 35.5유로

점심 5.5

간식 10.0

저녁 10.0

숙소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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