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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는 잔소리는 그만

by 황상열

1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벌써 또 추석이 돌아왔다. 매년 맞는 명절인데 돌아오는 순서는 점점 빨라진다. 결혼 이후의 명절은 늘 가족과 함께 한다. 2017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년 그가 계신 큰집에 내려갔다. 이후 각자 집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해서 부모님과 장인어른을 번갈아가며 인사드리고 올라오고 있다.


사춘기 시절에는 시골에 내려가기가 싫었다. 명절 때마다 술을 마시고 서로 싸우는 친척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특히 그 친척들 싸움에 부모님은 희생양이 되었다. 그게 너무 싫어서 한동안 친척들이 너무 싫고 미워 인사조차 드리지 않았다. 기껏해야 1년에 두 번 보는데 즐거운 자리가 아니라 늘 분위기가 좋지 않게 끝나니까 트라우마까지 생길 정도였다. 군대가기 전까지 늘 혼자 집에서 명절을 보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께 참 죄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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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만 보더라도 명절마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형제끼리 술을 먹고 싸우다가 칼부림이 난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산 배분 문제 등으로 인한 돈 문제가 제일 많다. 부모님의 한 배에서 태어난 사람들끼리 누가 더 많이 가지느냐로 싸우는 것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똑같이 배분하거나 한 명이 좀 덜 가지면 그만인데, 한 두 푼 더 가지려다 의까지 상하고 심하면 살인까지 하는 그 행태가 참 한심하고 안쓰럽다.

또 괜한 오지랖이 문제다. 결혼하지 않은 미혼들에게 언제 갈거냐고.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에게 좋은 직장을 가야 하는데 취업은 대체 언제 할거냐고. 이제 취업한 직장인에게 연봉은 얼마냐고. 이제 갓 결혼한 며느리에게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고. 대신 해줄 것도 아니면서 이런 질문 자체는 아예 명절에는 꺼내지도 말자.

명절에 오랜만에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가. 이 삭막한 인간관계 속에 그나마 가족이 나를 챙겨주고 위로받을 수 있는 마지막 울타리인데. 그 울타리 안에서 서로간의 배려와 사랑만으로 나누어도 충분히 웃고 행복할 수 있는데, 이런 비극이 발생할 때마다 안타깝다.


어른은 아이들에게 잔소리가 아닌 덕담을 해주자. 시어머니는 며느리 고생시키지 말고 친정에 있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해주자. 가족간에 취업은 언제 할거냐? 결혼은 언제 할거냐? 아이는 언제 낳을거냐? 연봉은 얼마 버냐? 는 등 서로 껄끄러운 이야기는 서로 조심하자. 서로간의 사랑과 배려로 풍성한 한가위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시고 보름달에 이루고 싶은 소원도 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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