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말이 고와야

by 황상열

며칠 전 퇴근길이다. 이사한 새로운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지하철 역에서 버스를 무조건 타야 한다.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인해 버스는 사람이 꽉 찼다. 어느 임산부와 노약자 좌석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젊은이가 보였다. 가방을 안고 자는 그의 모습을 보니 고단하고 피곤한 듯 했다.

“야! 어디서 노약자 석에 젊은 사람이 앉아 있는거야?”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린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나도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노인이 자고 있는 그 젊은이에게 한마디 한 것이다. 갑작스런 할아버지의 호통에 젊은이는 잠에서 깼다.


“죄송합니다. 어서 여기 앉으세요.”

“요새 애들은 왜 이렇게 버릇이 없는 거야? 노약자석은 비우라고 안 배웠어?”

“죄송합니다. 제가 다리가 좀 아파서 잠깐 앉았습니다. 며칠 전에 다리를 좀 접질러서요. 얼른 여기 앉으세요!”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젊은이였지만, 손잡이를 잡고 노인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노인은 계속 삿대질하면서 젊은이를 나무랐다.


“다리가 아프면 얼마나 아프다고! 나보다 더 아프겠어!”

그 말을 듣는 나도 화가 났다. 어디서 저런 어르신이 있는지. 갑자기 그 젊은이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할아버지, 그냥 여기서 내리세요. 진짜 말이 막말 수준이네.”

“너는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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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멈추었다. 갑자기 운전사가 일어나더니 그 할아버지 멱살을 잡고 열린 앞문으로 강제로 내리게 했다.

“당신 같은 사람은 내 버스에 태울 생각 없으니 당장 다른 버스 타세요. 어디서 계속 대접 받으려고만 하는 건지. 저 젊은이가 다리 아프다고 하는데도 자리를 비켜주었으면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게 순서 아닌가요?”


당장 경찰에게 신고하겠다고 소리치는 노인을 두고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운전사는 젊은이에게 다시 앉으라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승객들 중 몇몇은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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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홀로 내팽겨진 노인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베스 데이 저자의 “세 황금문” 이란 책에 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타인에게 말을 하기 전에 세 개의 좁은 황금 문을 지나야 한다. 첫 번째로 그것이 사실인지, 두 번째 그것이 필요한 이야기인지, 세 번째 그것은 친절한 말인지를 따져보고 세 가지의 문을 모두 통과했을 때 말을 해도 좋다고.”


나조차도 말을 막할 때가 많다. 특히 가족이나 회사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런 적이 있어 항상 뱉어놓고 후회한다. 글과 다르게 말은 한번 내 입을 밖으로 나가면 끝이다. 늘 말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실천을 잘하지 못한다.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다 보니 생각을 하면서도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잘 나타내는 도구이다. 또 그 사람의 인성을 잘 볼 수 있다. 베스데이가 말한 “세 개의 황금문”을 잘 새겨보고자 한다. 다시 한번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는 말을 곱씹으면서 좋은 말만 쓰는 연습을 계속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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