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개인적인 일로 바쁘게 정리하다 문자 오는 소리에 잠깐 스마트폰을 열었다.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나?” 아버지의 문자다. 바쁜 일상에 부모님을 만나는 것도 명절이나 생신을 제외하곤 몇 달에 한번이다. 자주 찾아뵙는다고 마음은 아는데 현실은 그렇치 못하다. 아내와 첫째가 일이 있어 나가고 남은 아이들을 혼자 돌보게 되었다. 오후에는 막내아이의 머리가 지저분해서 미용실에 가기로 했다.
시간을 맞추어 아이들을 미용실로 향했다. 초등학교 1학년 둘째는 퀵보드를 타고 먼저 달려나간다. 이제 4살된 막내아이는 유모차에 태워 끌고 뒤따라갔다. 이제 늦가을이라 쌀쌀하지만 화창한 가을 날씨이다. 저만치 앞서 퀵보드를 타고 가는 아이를 보면서 차조심 하라고 소리치는 나를 본다. 그리고 퀵보드를 탄 아이의 모습이 30년이 지난 어린시절의 나와 오버랩된다.
주말이 되면 이제 8살 먹은 나를 데리고 아버지는 목욕탕에 갔다. 지금은 많이 없는 대중 목욕탕이다. 달리기를 좋아했던 나는 집을 나오면 아버지보다 한참 앞으로 목욕탕을 향해 뛰어갔다. 길을 한번 건너야 했기에 차조심 하라는 아버지의 외침을 늘 들었다. 시간은 벌써 흘러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
본가에 갈때마다 이제는 나이가 드신 부모님을 보면 착잡할 때가 많다. 이제는 나도 장년의 나이가 되고, 부모님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소리를 듣고 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이제 점점 더 적어진다는 것이 슬프다. 알면서도 효도를 잘 하지 못해 마음이 좋지 않다.
부모님이나 장인어른과 가끔 술자리를 하게 되면 물어본다. 70년 인생을 살아보니 어떠셨나고. 모두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잠시 눈을 붙이고 꿈을 꾸었을 뿐인데. 어느덧 이 나이가 되었네.”
아직 다 이해는 못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흐름이 빨라지고 덧없음을 느낀다. 20대 시절은 30살이 넘으면 무엇인가 이룰 거라고 믿었다. 30살이 되니 20대와 별다른 것이 없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불혹이 되면 세상을 정복할 줄 알았다. 마흔 중반이 된 지금 생각하니 30대 시절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그나마 읽고 쓰는 삶을 만나 나의 내면이 조금 더 채워진 것이 차이가 있을 듯 하다.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와 부모님처럼 나도 온전하게 우리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에 잠 못드는 날도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또 지나가는 것을 보면 잠깐 눈을 붙이고 금방 일어난 느낌이 든다.
다시 눈을 붙일 시간이다. 해가 뜨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눈을 감는다. 그렇게 인생은 지나간다. 시간이 흘러 나도 아버지나 장인어른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잠시 눈을 붙였을 뿐인데 라고 말할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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