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Dec 15. 2021

글을 쓰기에 가장 좋은 장소와 시간

지난 주 일요일 백화점 강의로 대전을 내려가게 되었다. 직접 운전하여 차를 가져가려 했지만, 많이 막힐 것 같아서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강의가 오후 2시라 아침 일찍 예배를 드리고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휴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이미 예매를 했던 터라 기차가 출발할 시간까지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배가 고파서 앞에 보이는 패스트푸드 가게에 들어가서 앉았다. 일단 버거와 커피를 시키고 노트를 꺼냈다. 잠깐이라도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적기 위함이다. 먹으면서 무엇을 쓸지 펜을 들고 2~3줄 끄적였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잡기 위해서는 메모가 필수다. 적지 않으면 결국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두껍지 않는 수첩과 펜은 이제 내 가방의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노트북을 꺼내어 글을 쓰는 사람도 심심찮게 보인다.      


가끔 글쓰기 강의를 하다보면 이런 질문도 종종 받는다. 하루 중 언제 쓰는지, 또 어디서 주로 쓰는지에 대한 것이다. 주중에는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 쉬지만 육아 등으로 시간내기가 쉽지 않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남는 시간에 써야 했다. 그 시간이 밤 10시 이후 또는 새벽 5시 이후였다.      

다들 자고 혼자서 쓸 수 있는 시간이다 보니 졸려도 열심히 썼다. 양을 정해놓고 그것을 채우지 못하면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또 주로 쓰는 장소는 노트북 한 대가 들어갈 수 있는 방에 있는 작은 책상이나 거실의 테이블이 유일했다. 지금까지 출간한 종이책이나 전자책은 모두 그 시간과 장소를 이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은 많지만 쓸 시간이 없다거나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하며 쓰지 않는다. 몇 년 전 내가 아는 지인도 글을 쓰고 싶다고 하면서 코칭을 부탁했다. 주말 오후 3시쯤 만나서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노트북을 켤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만큼은 무엇이라도 작품 하나를 완성할 눈빛이다. 노트북이 켜지고 한글 프로그램을 열었다. 하나의 주제를 주고 30분~1시간 정도 조용히 쓰자고 제안했다. 흔쾌히 수락한 그는 가장 비싼 커피를 하나 시켜서 한 모금 마신다. 마셔야 글이 잘 써질 것 같다면서.      


10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집에 가야겠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낮잠을 자야 할 이 시간에 커피숍에서 원래 글을 쓰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럼 진작에 왜 이야기를 안했냐고 물어보니 나와 같이 있으면 잘 써질 줄 알았다고 한다. 혼자 쓰기 어려우니 같이 모여서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결국 글쓰기는 혼자하는 작업이다. 

     

집에 가면 잘 써질 것 같냐고 다시 물어보니 그렇단다. 그럼 집에 가서 1~2시간 내 써서 메일로 보내라고 했다. 또 군말없이 수락한 지인은 집에 갔다. 3~4시간을 기다려도 그의 글은 오지 않는다.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집은 아이들 때문에 시끄러워 아직 반도 못 썼다고 말한다. 밤에 다시 써야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쓴 내용이라도 보내달라 했더니 함흥차사다. 물어보지도 않고 다시는 지인에게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위의 지인처럼 글을 쓰는데 시간과 장소가 중요하다면 언제 어디서 가장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는지 먼저 정하자.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자신이 시간과 장소를 정하면 그만이다. 그것보다 내가 실제로 쓰겠다는 마음가짐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절실함이 있는지, 왜 글을 써야 하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글을 쓰는 시간이나 장소는 그 다음 결정할 일이다. 글을 쓰기에 가장 좋은 장소와 시간은 바로 지금 앉아 있는 당신의 자리, 그리고 지금이다. 


 #글쓰기장소 #글쓰기시간 #시간 #장소 #무대 #글쓰기 #글 #인생 #내가쓴글 #삶 #라이팅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는 세상을 향한 나의 퍼포먼스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