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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Feb 27. 2022

걱정은 현실이 될 때까지

 ‘내일 시동이 또 꺼지면 어떡하지?’     


밤새 잠 못 자는 한 젊은이가 있다. 운전학원에 등록한 지 이틀째다. 코스 연습 첫 날 계속 1톤 트럭 시동을 몇 번이고 꺼트렸다. 옆에 앉아 있던 강사에게 계속 혼났다. 시동 하나 못 켜는데 무슨 운전을 배우냐고 타박한다.      


‘내일 소개팅에서 또 차이면 어떡하지?’     


오랜만에 하는 소개팅으로 설레이지만 두려운 한 젊은이가 있다. 무슨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 또 머리가 아프다. 낮에 자켓이라도 새로 샀어야 했는데, 망설였던 자신을 탓한다. 그냥 원래 있던 옷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입기로 했다. 그것조차 상대방에게 이상하게 보일까봐 전전긍긍한다.     

 

‘내일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잘 끝나야 할텐데..’     


일 때문에 잠 못 이루는 한 회사원이 있다. 회사에 아주 중요한 고객과의 미팅이다. 자료도 꼼꼼하게 챙기고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그래도 잘 끝내야 하는 압박감으로 두통이 온다.      


위에서 언급한 젊은이는 아마 누군지 금방 눈치챌 것이다.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나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크게 걱정하면서 인상을 쓰는 일이 다반사였다. 내 2030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도 가끔 미래의 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예전보다 덜하다. 그만큼 소심했다. 일이 잘못될까봐 미리 겁먹고,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실제로 학원에서 코스 연습을 하면서 시동을 꺼트린 적은 3일째 되는 날이 마지막이었다. 그 뒤로 코스와 도로주행까지 한번에 합격해서 면허를 땄다. 지금은 전국 어디든 차로 가는 드라이버가 되었다.      


소개팅을 했다. 집에서 있던 옷 중에 가장 괜찮은 가디건과 셔츠를 골랐다. 세미 정장 스타일로 장소에 나갔다. 상대방을 만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첫 소개팅을 잘 끝내고 몇 번 더 만나고 나서 사귈 수 있었다. 지금 아내와의 이야기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자료를 나누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브리핑을 했다. 질문이 있으면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답변을 했다. 모르는 것은 다시 찾아본다고 했다. 회의는 잘 마무리되었다.     


시작되기 전까지 내 머릿속은 정말 어마어마한 걱정거리로 가득 찼다. 그런데 걱정이 현실이 되자 우려했던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걱정은 현실이 될 때까지 놓아두는 것이 가장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 내 앞에 오지도 않았는데 그것을 계속 생각해봐야 나만 괴롭고 힘들다.


 어르신들이 왜 사서 걱정하냐는 말을 몇 번의 경험을 하고 나서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인 일을 했으면 남기라도 할텐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했다. 지금은 고민거리가 있어도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걱정만 해봐야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것이 걱정거리의 연속이다. 걱정이나 고민 하나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걱정이 있다면 당장 머릿속에서 지우자. 그것이 어렵다면 오늘만큼은 잊어버리자. 걱정이 정말 내 현실 앞에 나타날때까지 신경쓰지 말자. 그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자. 걱정만 하기에도 짧은 것이 우리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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