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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Feb 27. 2022

이 시대의 지성을 추모하며

이어령 선생님 별세 

7년전 겨울부터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그 때 읽었던 책 중에 어렵지만 생각을 많이 해주는 책이 몇 권 있었다. <보자기 인문학>, <유쾌한 창조>등이 그것이다. 책을 쓴 저자는 이 시대의 지성이라고 손꼽혔던 이어령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문장이나 단어 선택, 내용에 담겨 있는 의미,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등이 참 탁월했다고 느꼈다. 물론 그의 명성도 한 몫 했을 듯 하다. 다른 책에 비해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몇 번이고 읽으면서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해 보았지만 새발의 피였다.      


이후 선생님의 책을 계속 읽으면서 그의 지적수준에 감탄했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새로웠다. 거기에서 오는 통찰력도 상당하여 어떻게 하면 이런 문장이나 내용을 쓸 수 있을까 궁금했다. 언젠가는 꼭 한번 그의 강의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17년 어느 날 저녁 선생님의 오프라인 강의가 강남 교보문고에서 열렸다. 우연히 시간이 비어 퇴근하고 참석했다. 역시 많은 사람이 운집했다. 인문학에 대해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최대한 청중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알기 쉽게 설명하는 그에게 빠져들었다.      


1시간 30분 강의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끝나고 일일이 청중들에게 인사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나도 잘 들었다는 인사와 그에게 인사했다. 그것이 내 일생에 마지막으로 직접 본 선생님의 모습이다.    

  

어제도 평소와 똑같이 보내는 토요일이다. 뉴스를 보다가 속보가 떴다. 선생님의 이름이 보인다. 계속 암 투병 중이라 죽음을 기다린다는 슬픈 소식을 간간히 본 적이 있다. 자기 몸이 힘들어도 죽는 그 순간까지 집필과 강의를 이어온 그다. 예감을 틀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지구별 여행을 끝냈다. 소식을 접하니 착잡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만나게 되는 사람이 선생님이다. ‘이어령’ 이라는 세 글자가 주는 힘이 대단했다. 엄청난 다독가에 다작가였다. 직접 우리나라 근대화를 거치고 미래 사회를 겪으면서 이런 주제로 그가 남긴 글은 다양했다. 디지로그 라는 표현도 선생님이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긴 책을 구입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제목이다. 죽는 순간까지 담담하게 죽음을 기다린 선생님의 하고 싶었던 마지막 수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글을 계속 쓰면서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꼭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인생에 대해 더 많이 사색하고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서 죽는 그 날까지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89년의 지구별 여행을 끝낸 이 시대의 참 지성인 이어령 선생님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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