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나를 배신하지 않는 것들

by 황상열

나의 2030 시절을 돌아보면 항상 사람과 함께 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매일 사람을 찾아다녔다. 야근이 없는 날은 휴대폰에 있는 목록을 보고 누구와 만날지 약속을 잡기 위해 바빴다. 선배나 친구 할 것 없이 언제든지 시간되는 사람이라면 서울 어디에서라도 만났다. 술 한잔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사람을 선천적으로 좋아했다.


친구나 지인이 고민이 있다고 하면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별했다고 하면 소개팅을 시켜주고, 일자리가 필요하면 인맥을 통해 연결해 주기도 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내가 좋아하고 믿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시간내서 도와주었다. 그렇게 그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쁘고 뿌듯했다.


10년 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도와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면 금방 회복될지 알았다. 인생의 법칙은 주고 받는 것이 기본이라 여겼다. 그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철저하게 자신이 필요할 때만 찾았다. 지금은 이용가치가 없어지니 가차없이 버려진 것이다.


참으로 서글펐다. 발벗고 사람을 도와준 나 자신이 참 바보같았다. 그들이 나를 배신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배신자라고 소리쳤다. 더 이상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게 두려웠다. 어둠 깊숙이 떨어진 나를 구해준 것은 독서와 글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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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부터 서점과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다. 더 이상 나약해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책에서 나온 구절을 읽고 정리하면서 하나씩 적용했다. 읽고 쓰는 삶을 통해 무너졌던 내 자신감도 찾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자신만 믿기로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를 배신하지 않는 것들은 바로 내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었다.


맞다. 내가 실력과 힘이 없었기에 인생이 무너졌고, 사람들이 나를 무시했다고 판단했다. 실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독서와 글쓰기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내가 보고 듣고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그것만이 앞으로도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 상처 받고 마음 아파하지 말자.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지 말자.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배신한 대상이 사람이었다. 물론 나도 상대방에게 그런 느낌을 주었다면 반성한다. 이젠 앞으로 살면서 배신하지 않는 것들을 찾자. 절대 배신하지 않는 나만의 무기를 만들자. 그 무기를 위해 오늘도 실력을 갈고 닦는데 시간을 투자하자. 그것만이 이 불안하고 혼란한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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