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는 것만으로

by 황상열

얼마 전 퇴근길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1년에 한 두 번 정도 보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못 본지 벌써 몇 년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생각에 연락도 뜸했다. 내가 먼저 했어야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렇지 못했다.


“오랜만이다! 00아! 어떻게 지내?”

“상열아...”


내 이름을 부르고 나서 말이 없다. 전화가 끊어질 줄 알았는데, 화면을 보니 통화중이다. 몇 초의 정적이 흘렀다. 수화기 저 너머로 울음소리가 들린다.


“00아! 지금 울고 있냐? 나이가 몇 살인데 질질 짜고 있냐?”


뭐라고 할지 몰라 웃으면서 농담으로 건넸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고 그의 통곡소리만 가득하다. 뭔가 심상치 않아서 나도 아무말 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렇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우는 친구를 처음 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스마트폰을 들고 조용히 걸었다. 친구가 좀 진정이 되었나 보다. 이제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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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운영하던 식당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얼마 전 폐업했다. 빚만 수억이야.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너 블로그 글 보다가 책이라도 쓰면 뭔가 좋아지지 않을까 해서 연락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젠 내가 뭐라고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무슨 한마디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괜찮냐?”

“그냥 니가 이름을 부르는데 왜 갑자기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 한마디가 그 동안 힘들게 참아왔던 마음의 짐이 풀렸나봐. 그리고 니가 쓴 블로그 글을 몇 개 보면서 위로가 되더라. 이제 좀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래. 다행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생전 눈물 보인 적이 없는 놈이 그리 서럽게 우냐. 같이 힘내자. 잘 될거다.”


친구를 위로하며 전화를 끊었다. 오늘따라 ‘위로’의 힘에 놀랐다. 사람은 누구나 위로를 받고 싶어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윗세대보다 올라갈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돈을 벌지 못해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취업을 하지 못한 젋은이들도 근근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며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미래에 절망하고 있다.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위로 한 마디라도 해주는 것이 첫 번째다.


가족이 힘들 때 함께 있어주지 못한 적이 많다. 그냥 같이 있어주면 되는데, 그렇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힘들어도 누군가가 나를 지지하고 함께 있어줄 때 가장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타인이 나를 위로해주는 순간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자신의 옆에 힘든 친구나 지인, 가족이 있다면 함께 있어주자.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 위로가 주는 힘은 상상외로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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