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은 새로운 기회다

by 황상열

“천천히 목을 옥죄어오듯 나의 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들리지 않게 되었다.”


30대 초반의 젊은 음악가는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 오스트리아에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몰려왔다. 귀가 점점 안 들리게 된 것이다. 들을 수 있어야 유지가 되는 직업이 음악가다. 그런데 더 이상 음악을 들을 수 없으면 피아노를 칠 수 없다. 작곡은 언감생심이다. 더 이상 사람을 만나지 않고, 말수가 적어졌다. 절망에 빠진 그는 유서까지 쓰게 된다. 위 내용이 유서의 일부였다. 청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그는 유서를 쓰다가 이렇게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다 펼치고 나서 이 세상을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오직 지금 자기가 하는 음악 자체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에게 청력의 상실은 정말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게 된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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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2월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을 맞았다. 해고를 당했다. 8년차 직장인이 네 번째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그것은 내 착오였다. 문제가 생기면 불평불만만 터뜨리며 도망치기 바빴다. 남 탓 세상 탓만 했다. 열등감에 빠져 잘된 타인과 비교했다.


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힘든 존재라 여겼다. 감정과 마음이 부정적으로 가득찼다. 저렇게 많은 건물이 있는데, 내가 일할 사무실과 살고 있는 집 한칸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세상에 분노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사람도 만나지 않고 칩거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베토벤처럼 상황은 다르지만 아직 이렇게 세상을 떠난다면 너무 허무할 듯 싶었다.


다시 살고 싶어 시작한 것이 독서와 글쓰기였다. 더 이상 꿈이 없고 위기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 두 가지가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읽고 쓰는 삶을 조금씩 매일 영위하다 보니 또 다른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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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에 한번쯤 시련은 찾아온다. 어려움이 생기면 지치고 좌절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잘 살아오고 쌓아놓은 것들이 무너진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진다.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다가 최악의 경우에는 세상을 하직할 생각도 하게 된다. 더 이상 떨어질 바닥도 없다. 그 상실감은 참 크다.

하지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한번 힘을 내면 된다. 아직 이 세상에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자. 나도 그랬다. 독서와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내 사명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시작했던 그 두 가지가 나에게 새로운 생명을 준 셈이다.


지금 힘든 당신,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고 절망하지 말자. 이제 그 좌절하고 실망했던 시간은 잊어버리자. 단 그 안에서 배웠던 교훈과 다짐은 잊지 말자. 분명히 당신이 잃어버렸다고 한 그 시간을 다른 근사한 무엇인가가 채워줄 것이다. 상실은 새로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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