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것이냐 얻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와 10배 땄어!”
2000년대 후반 강원도로 업무로 인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재미삼아 정선 카지노에 들렀다. 같이 갔던 동료가 10배 잭팟을 터뜨렸다. 오락실 게임기 형태의 도박이었는데, 10만원을 투자하여 100만원을 벌었다.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생에 있어서 첫 도박에서 돈을 딴 것은 처음이라 했다. 나도 옆에서 몇 번 했지만 본전만 건졌다. 동료가 오늘 운이 좋았다고 하면서 한 턱 쏜다고 따라갔다. 오랜만에 횡성까지 가서 한우를 배터지게 먹은 기억이 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한 달 뼈빠지게 일해서 버는 월급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그는 틈만 나면 정선 카지노에 갔다. 2~3달에 1번 정도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간다고 연차를 썼다. 점점 회사를 빠지는 날이 잦아졌다. 그러다가 그는 일주일 동안 회사에 연락도 없이 무단결근을 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연락을 해도 받지 않았다. 회사 경영진에서 해고를 통보했다. 며칠 뒤 그는 앙상한 몰골로 회사에 마지막 인사를 왔다.
“죄송합니다. 도박에 빠져서 전 재산을 날렸습니다. 처음에 10배 따고, 그 다음에도 몇 차례 수십에서 수백배의 돈을 땄습니다. 그 때 멈추어야 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월급을 통째로 쓰기도 하다가 점점 돈을 잃게 되었습니다. 본전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차도 팔고 빚까지 냈습니다. 마지막에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몽땅 올인했지만, 모두 잃었습니다.”
나는 펑펑 울면서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카지노에 괜히 가자고 해서 이 사단이 난 게 아닐까 싶었다.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던 회사 사람들은 힘내라는 한마디로 그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쓸쓸히 사무실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참 착잡했다.돈을 얼마나 따기 위해 그는 자신의 전재산을 도박이라는 악마에게 가져다 바쳤을까?
아마 그도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너무 컸을지 모르겠다. 매달 300만원 월급을 받아 생활비 등 쓰고 남는 100만원을 모으는 것보다 그 돈을 도박에 투자하면 훨씬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착각 속에 빠졌을 것이다.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그 뒤로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어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노력한다.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주식, 코인, 부동산 등에 투자한다. 자본주의 시대는 돈이 최고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얻으려고만 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인생 자체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며칠전 루나(비트코인)의 폭락 사태에서 온 재산을 투자했지만 쫄딱 망한 사람 몇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사는 인생을 그리 길지 않다. 고작 100년도 살지 못한다. 그 인생 안에서 왜 그리 뭔가 얻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지 가끔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차피 죽으면 다 싸들고 가지도 못하고 빈 손으로 떠날텐데, 왜 그리 얻는 것에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하는 내 자신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변화무쌍한 인생 속에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하나가 죽음이다. 그앞으로는 어떻게 얻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잃고 비우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 한다. 적당히 살아갈 정도의 돈을 벌고, 추후 죽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에게 물려주거나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내 삶에서 좋게 잃어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여전히 뭔가를 얻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그 반대로 어떻게 버릴 것이냐에 대해서도 고민하자. 무엇인가를 얻는 순간 지금 당장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긴 인생에서 볼 때 어떻게 버리는가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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